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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혹평 봇물+히로시마 원폭 논란"…'이터널스' 개봉 첫날 압도적 1위에도 불안한 이유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1-11-04 08:53 | 최종수정 2021-11-04 10:1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개봉 전부터 명확하게 갈린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오프닝 스코어로 레이스를 시작한 '이터널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이터널스'(클로이 자오 감독)가 개봉 첫날인 3일 29만6042명을 모으며 가볍게 박스오피스 1위를 선점했다. 1만6613명을 모으며 2위를 차지한 '듄'(드니 빌뇌브 감독) 보다 무려 17배 이상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 또한 이 수치는 올해 개봉한 마블 영화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다. 앞서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인 '블랙 위도우'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개봉 첫날 각각 19만6223명과 13만8149명을 동원했고, 소닉 픽쳐스의 마블 영화인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20만 3254명을 동원한 바 있다.

'이터널스'는 MCU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북미 및 국내 시사회 이후 평론가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며 불안한 기운 속에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마블민국'이라는 별명을 가졌을 만큼 마블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한국에서 이러한 전문가의 평점은 오프닝 스코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내외 해외 매체 및 전문가 평과 마찬가지로 개봉 첫날부터 '이터널스'의 국내 실관람객들의 혹평이 온라인에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터널스'의 CGV골든에그지수는 개봉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7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혹평 혹은 호평 여부에 따라 신선한 토마토와 썩은 토마토로 영화에 대한 평을 가르는 로튼토마토지수와 마찬가지로 골든에그지수 역시 실관람객의 평가에 따라 골든에그 혹은 깨진 에그로 영화를 구분하는데, 골든에그지수가 70% 밑으로 떨어지면 깨진 에그, 즉 후라이 모양으로 표시된다. 올해 개봉한 '블랙 위도우'와 '샹치 텐 링즈의 전설'의 골든에그지수가 96%와 87%인 것만 봐도 '이터널스'의 골든에그지수가 얼마나 낮은 것인지 알 수 있다. 특히 골든에그지수는 개봉 초반 훨씬 더 높게 나오는 편인데, '샹치 텐 링즈의 전설'도 개봉 첫날 에그지수는 91%였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관람객 평점 역시 10점 만점에 6.92점에 불과하다. '블랙 위도우'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네이버 평점은 각각 9.03점과 7.43점이다. 콘텐츠 평가 서비스 왓챠피디아에서도 '이터널스'의 평균 평점은 5점 만점에 3.1점을 기록, 실망스러운 스코어를 보여주고 있다.(4일 오전 9시 기준)

이러한 평가는 전 세계 영화상을 휩쓴 '노매드랜드'을 비롯해 그동안 아트하우스 및 예술영화 등을 연출해온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력이 절대 다수 관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와 어울리지 못해 벌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국내 관객들은 '이터널스'의 서정적이고 멋진 로케이션 등에 대해서는 호평하면서도 해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마블 특유의 통쾌한 액션과 유머 등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극중 등장하는일본 히로시마 원폭 장면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반감 역시 이러한 혹평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극중 이터널스의 멤버인 파스토스가 자신의 발명 능력으로 인간에게 여러 기술을 전해주는데, 파스토스는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끔찍한 무기를 개발하고 서로를 죽고 죽이는 인간의 모습을 보며 후회한다. 이 과정에서 파스토스는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현장에서 참혹한 모습을 확인하고는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아시아 국가를 무단 침입했던 전범국 일본이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을 폭격한 후에 이뤄진 미국의 조치였기에, '이터널스'에 담긴 이러한 장면은 전범국인 일본을 피해자로 둔갑시킨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눈물을 흘리는파스토스는 흑인 동성애자로 설정돼 있어, '이터널스'가 의도적으로 성소수자인 유색인종에게 죄책감을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 팬들은 "국내에서는 한국 배우인 마동석이 주인공 중 한명으로 등장하고 극중 방탄소년단(BTS)가 언급되거나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OST로 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범을 미화하려는 '이터널스'는 한국 관객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로튼토마토 지수 53%를 기록, 마블 영화 최초 썩은 토마토를 획득했으며 메타크리틱의 메타스코어 역시 53점, 마블 영화 중 최하점을 기록중이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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