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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레이스 김동빈 대표, e슈퍼레이스 뛰어든 이유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0-12-07 06:00


슈퍼레이스 김동빈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 설치된 시뮬레이터에 올라 '아세톤 코르사'를 직접 즐겨보고 있다. 사진제공=슈퍼레이스

"팬들에게서 답을 찾은 거죠."

국내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인 '2020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 지난달 29일 슈퍼 6000클래스에서 정의철(엑스타 레이싱)을 챔피언으로 배출하며 올 시즌 막을 내렸다. 경쟁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했지만, 예년보다 2개월 늦은 6월에서야 개막전을 열 수 있었고 최종 8라운드까지 결국 관중들을 입장시키지 못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컸다. 지난해 매 경기 2만명 정도의 평균 관중이 들어차며 모처럼 지펴지고 있는 모터스포츠 대중화의 흐름이 뚝 끊긴게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슈퍼레이스가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 '아세토 코르사'로 겨루는 e스포츠 대회인 'e슈퍼레이스'의 정규 시즌을 올해 8월부터 본격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기도 하다.


e슈퍼레이스 경주 장면.
"온라인으로 대회를 치르니 코로나19의 영향도, 시공간의 제약도 전혀 없잖아요. 오히려 더 빨리 시작 못한게 아쉬울 뿐입니다." 이 대회를 주최하면서 비로소 온오프라인 모터스포츠를 모두 아우르게 된 슈퍼레이스 김동빈 대표로선 오프라인에서의 한계를 온라인에서 조금이나마 극복하게 된 것이 올해 가장 다행인 요소이다. 물론 e슈퍼레이스는 김 대표의 얘기처럼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모터스포츠 업계를 두루 거쳐 슈퍼레이스에서 10년 이상 몸담고 있는 김 대표는 슈퍼레이스가 CJ 스포츠단 소속인 시절, 프로게임단 CJ 엔투스의 운영을 지켜보고 급할 때 스태프로 참여해 도우며 이미 e스포츠의 성공 가능성을 포착했다.

슈퍼레이스 최종전을 앞두고 만난 김 대표는 "모터스포츠는 아무래도 30~40대가 주 타깃층인데, 10~20대 젊은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절실한 상황이기에 e스포츠와 어떻게 접목시킬지 계속 고민하고 있던 2010년대 중반, 유저들에게 강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인터넷 카페를 통해 슈퍼레이스 외관을 스캔한 파일이 공개돼 있었고, 꽤 많은 유저들이 이를 자신들이 즐기는 레이싱 게임에 접목해 이미 게임리그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부터 정기모임에 후원을 하기 시작하면서 온오프라인의 접목을 시도했고, 지난해 이벤트전을 거쳐 올해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리그화에 돌입한 셈이다.


그러는 사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더욱 정교화 됐고, 경주에 나서는 선수들도 이를 활용해 주행 연습을 하며 심지어 이정우(엑스타 레이싱)나 김규민과 같이 레이싱 게임을 통해 성장한 게이머들이 실제로 경주차를 모는 드라이버로까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조금씩 현실화 되면서 e슈퍼레이스의 출범이 결코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아무래도 모터스포츠는 값비싼 경주차가 구비돼야 하고, 먼 거리에 있는 서킷을 찾아야 하는 등 대표적인 고비용 구조라 일반인들이 쉽게 즐기기는 한계가 있다"며 "시뮬레이터 레이싱의 경우 실제로 차를 타는 것이 아니기에 시야가 좁고, 주행감도 떨어지기는 하지만 기기의 성능이 발전하는 동시에 비용까지 저렴해지면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거기에 통신 인프라가 계속 빨라지면서 이제는 30명이 한꺼번에 접속해 경기를 치러도 문제가 거의 없다. 대중화 단계를 넘어 e스포츠 리그화를 하는데도 최적의 시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e슈퍼레이스가 모터스포츠와 e스포츠의 최초 접목은 아니다. 미국 나스카에선 2010년부터, 레이싱 최고봉 F1에서도 이미 2017년부터 e스포츠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모터스포츠와의 '싱크'를 맞추려 하다보니 대중화엔 한계가 있다. 김 대표는 "이들은 너무 모터스포츠 운영 시스템에 맞추려는 경직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F1 결승전이 열리는 일요일에만 주로 결승전을 함께 치른다. 그리고 F1 담당 기자들에게만 주로 어필한다"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전혀 다른 성격인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e슈퍼레이스는 철저히 e스포츠 문법을 따라야 한다는게 우리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대회 진행도 한국자동차경주연맹(KARA) 대신 한국e스포츠협회와 손을 잡았다. e스포츠 파트너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손을 잡는 동시에 e스포츠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에 맞춰 경주를 진행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김 대표는 "올해 e슈퍼레이스에 출전한 30명의 선수 가운데 무려 13명이 드라이버 출신이다. 온오프라인을 오가는 것은 얼마든 가능하다고 본다"며 "해외에서도 '그란투리스모'를 즐긴 게이머가 르망 24시 경주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특히 e스포츠 선수들의 전성기가 20대라 하는데, 드라이버로선 경험을 쌓아 그 이상도 활약할 수 있기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이버 육성 프로그램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고비용의 카트 대신 시뮬레이터로 훈련을 할 경우 선수층도 충분히 더 두터워질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슈퍼레이스는 지난달 20일 김영찬을 챔피언으로 배출하며 의미있는 첫 정규 시즌을 마쳤다. 이어 오는 12일에는 24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그랜드 파이널이 치러진다. 김 대표는 "개인전에 이어 내년에는 팀전을 계획중이다. 다수의 e스포츠 구단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첫 시즌을 치렀지만 이제부터이다. 다른 인기 종목과 마찬가지로 레이싱도 얼마든 e스포츠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e슈퍼레이스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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