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기생충'後 달라진 삶, 한결같은 마음"…'애비규환' 장혜진의 초지일관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11-05 17:35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기생충' 이후로 달라진 삶, 하지만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죠."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정수정)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코미디 영화 '애비규환'(최하나 감독, 아토ATO·모토MOTTO 제작). 극중 토일의 엄마 선명 역의 장혜진(45)이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에서 선이 엄마를 맡아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데 이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백수 가족의 아내이자 엄마인 충숙 역으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장혜진. 그가 올해는 영화 '애비규환'을 통해 특유의 맞춤 옷을 입은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또 다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선명은 냉철하면서도 화끈한 토일의 엄마로 하나 밖 없는 딸 토일이 어느 날 갑자기 임신과 결혼을 동시에 선언하자 딸의 뻔뻔함에 혀를 찬다. 이혼을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의 남편 태효(최덕문)과 함께 만족스러운 삶을 살던 그는 토일이 친아빠를 찾으려고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토일을 나무란다.

이날 장혜진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너무 재미있고 쑥쑥 읽혔다. 템포감도 템포감인데 장면이 눈에 보이더라. 그런게 눈에 보이면 연기할 때 정말 좋다.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재미있게 나온 장면이 많아서 우리끼리 되게 고무적이다"며 '애비규환' 완성작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어 장혜진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당시에는 극중 토일(정수정)이 아닌 호훈(신새휘)의 엄마 역에 욕심이 났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원래는 호훈의 엄마(강말금) 역을 하고 싶었다. 조금 더 자유분방한 엄마의 역이 욕심이 났다. 그런데 주변에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이 꼭 토일의 엄마여야 한다고 하더라. 마지막 장면을 보니까 토일의 엄마 선명이 주는 신선한 감동이 있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극중 선명이라는 인물에 대해 "냉철하고 한번 생각하고 말하고, 그런 선명의 모습이 사실 저와 상반되는 인물이다. 저는 잘 참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극중 토일처럼 자녀가 혼전 임신을 하고 결혼을 통보한다면 어떨 것 같냐고 질문하자 장혜진은 "우리 딸만 사랑한다면 무조건 오케이다"며 쿨하게 말했다. 이어 "다만 토일이 처럼 임신 5개월이 될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게 섭섭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혜진의 인터뷰에 앞서 딸 토일 역의 정수정은 장혜진에 대해 "정말 친구이자 자매이자 동료이자 선배인 배우. 에너지가 넘치는 선배"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장혜진은 "전 원래 텐션이 항상 업이 돼 있다. 요즘에는 옛날보다 많이 떨어졌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요즘에는 한 두시간이면 떨어진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면서 정수정에 대해 "워낙에 수정 배우가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격이더라. 나이 든 선배라서 거리를 둘 수도 있었을 텐데, 저라는 사람 자체를 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제가 잘 해서가 아니라 수정배우가 모두에게 잘 다가가는 그런 따뜻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수정 배우의 첫 인상은 "어머! 에프엑스 크리스탈!"이었다"며 "하지만 이야기를 해보니까 바로 토일의 모습으로 변하더라. 생갭다 너무 털털하고 너무 따뜻하다. 어느날 수정이가 지나가는데 머리칼에서 나는 샴푸향이 너무 좋더라. 향기가 너무 좋다고 말을 했더니 다음 촬영때 그 샴푸와 린스를 가져와서 선물로 주더라. 촬영 중간에 제 생일이 있었는데 수정이가 직접 케이크를 사와서 노래도 불러주고 파티도 해주더라. 정말 따뜻한 친구다"며 미소를 지었다.

'기생충' 이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산후조리원' 그리고 '애비규환'까지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장혜진. 그는 삶이 크게 달라진 걸 느끼냐고 묻자 "현장에서 달라진 걸 느끼긴 한다. 현장에 가면 갑자기 세상이 나에게 친절해진 느낌이다"고 답하며 웃었다. 하지만 자신의 제 마음가짐은 달라진게 없다며 "작품의 덕을 본 것 같다.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고 행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하고 있다. 저를 모르셨을 때 작품을 보면 '어?'라고 신선함은 있지만 어느 정도 알려지면 이제는 기준이 높아지고 이전의 작품 속 연기를 넘어서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활약에 대해 가족들의 반응을 묻자 "가족들은 되게 덤덤하다. 저희 남편은 회사 직원한테 혼났다고 하더라. '형수님이 지금 아카데미에 나오는데 지금 왜 회의를 하고 있냐'고 혼났다더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우리 딸도 마찬가지다. 학교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엄마가 장혜진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하더라. 작은 아들 어린이집만 난리 났다. 그런데 오히려 가족이 덤덤하니까 고맙더라. 더욱 들뜨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말을 더했다.

이날 장혜진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레드카펫을 밟았던 소감도 전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것은 물론, 국제영화상 갱상 감독상 최우수작품상까지 총 4개 부문을 석권에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장혜진은 수상 순간을 떠올리며 "아카데미에서 감독님이 갱상을 가장 처음 받으셨는데, 그때 눈물이 너무 나서 붙이고 있던 속눈썹이 뚝 떨어졌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 다음 상부터는 아예 현실감이 없었다. 국제장편영화상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즐겼는데, 나머지 상은 예상치 못했던 상이라서 정말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어 "마지막 작품상에서 이름이 불렸을 때는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주변 다른 외국 배우들이 '너희가 받았어! 빨리 나가!'라고 하더라. 올리비아 콜먼 배우가 제가 머뭇거리니까 '오늘 너의 날이야, 빨리 무대로 나가'라고 말을 하더라. 정말 놀랐다"라며 "한 여름밤의 꿈 같다. 늦겨울의 꿈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정말 꿈 같은 일이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목표나 꿈에 대해 묻자 장혜진은 "인간 장혜진으로서 꿈은 좋은 엄마가 되는거다. 우리 딸이 험난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잘 버티고 일어나서 뚜벅뚜벅 자기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라며 웃었다. 이어서 "배우 장혜진으로서는 멜로를 찍고 싶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처럼 중년의 사랑을 하고 싶다. 제가 연기를 쉬는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젊었을 때 멜로를 제대로 해보지 못한게 아쉽더라"며 미소 지었다.

한편, '애비규환'은 개성 넘치는 발랄한 단편 '고슴도치 고슴'으로 주목받은 최하나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정수정, 장혜진, 최덕문, 이해영, 강말금, 남문철, 신재휘 등이 출연한다. 11월 12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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