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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욕먹지 않을 정도만 했던 연기 반성"…김동완, '소리꾼'으로 달라진 연기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6-25 12:5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그동안 욕먹지 않을 정도만 했던 연기에 후회, 연기 열정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판소리 뮤지컬 영화 '소리꾼'(조정래 감독,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작)에서 길 위에서 소리꾼 학규(이봉근)를 만난 뒤 학규의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는 여정을 함께하는 몰락 양반을 연기한 가수 겸 배우 김동완(41). 그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소리꾼'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한국 영화 명작으로 꼽히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93) 이후 27년 만에 제작된 정통 판소리 뮤지컬 영화 '소리꾼'은 판소리 고법 이수자 고수(鼓手: 북 치는 사람)이자 위안부를 소재로 358만명의 관객을 사로잡은 '귀향'(16)의 조정래 감독 신작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가장 한국적인 한(恨)과 해학의 정서를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민속악의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냄과 동시에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천민 신분이었던 소리꾼들이 겪는 설움과 아픔을 그린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 영화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

특히 '소리꾼'에서는 속을 알 수 없는 능청스러운 몰락 양반 역을 맡은 김동완의 파격 변신이 눈길을 끈다. 1998년 그룹 신화로 데뷔해 올해 22년 차를 맞은 김동완은 최장수 보이 그룹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힘과 동시에 드라마, 영화, 예능 등 다양한 작품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 이러한 멀티 엔터테이너 김동완이 옴니버스 영화 '시선 사이'(16, 최익환·신연식·이광국 감독) 이후 4년 만에 '소리꾼'으로 스크린에 컴백, 데뷔 이래 첫 사극 연기에 도전했다. 극 중 학규의 무대를 보고 감명을 받은 뒤 학규의 유량을 함께하는 몰락 양반으로 완벽히 변신한 김동완은 특유의 유들유들하면서도 친근한 매력으로 극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김동완은 "'소리꾼'은 내가 출연한 오랜만의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있게 봤다. 원래 가수들이 음악 만들 때도 자기 노래를 너무 많이 듣지 않는다. 자기 자식 같아서 너무 예쁘게만 보일까 봐 그렇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일부러 안 보려고 했는데 너무 좋았다"며 "영화 속 인당수 장면이나 악역이 나오는 장면에서의 화면이나 음악 구성이 마치 블록버스터 같았다. 할리우드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블록버스터 느낌이 나서 굉장히 만족스럽다. 물론 '서편제'는 판소리 영화로 정말 대단하고 그야말로 클래식이지 않나? 다만 우리 영화는 그보다 다른 지점의 의미가 있는 작품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내 연기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것은 있지만 또 반대로 예상했던 것보다 사극 연기에 잘 묻어난 것 같고 내 간절함이 조금 풀린 것 같아 만족스럽다. 평소 좋아하는 장르가 사극과 전쟁 영화다. 그동안 나는 사극 영화가 너무 간절했다. 최근에는 '1917'(샘 멘데스 감독)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밝혔다.

또한 김동완은 박철민과 호흡을 최고로 꼽으며 "현장에서 박철민 선배에게 정말 고마웠다. 피곤한데도 나와 대사를 맞춰주더라. 선배가 후배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특혜가 대사 맞춰주기다. 사실 초반에는 상대와 호흡을 맞추기보다는 너무 열심히만 한 것 같아서 그런 모습이 아쉽더라. 또 최근에 연극 '렁스'를 해보니까 지금까지 내가 연기를 잘 못 접근한 게 아닌가 싶더라. 연극하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금까지 연극을 쉽게 할 수 없었다. 과거엔 소속사에 묶여 여러 이해관계가 있었다. 지금은 회사에서 독립한 상황이라 마음에 맞는 친구와 계획을 가지고 연극을 하고 있다. '좀 더 빨리 연극을 했으면 연기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연극 준비하면서 연기에 미친 사람들이 많더라. 연기에 공포감을 느낄 정도였다. 나는 그동안 연기를 욕먹지 않을 정도만 했던 것 같다. 딱 내 에너지가 그 정도까지만 갔던 것 같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소리꾼' 속 몰락 양반과 높은 싱크로율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전한 김동완. 그는 "영화 속 몰락 양반을 연기했는데 실제로도 조금 비슷한 면모가 있는 것 같다. 조정래 감독이 유쾌하고 순수하다고 표현해주는데 내가 보기엔 단순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두고 몰락 양반과 비슷하다고 한 것 같다. 다들 나를 보고 순수하게 봐주는 것 같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이어 "누구나 단순하게 접근하고 싶어 하지 않나? 하지만 다들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상황 속에 눈치를 보니까 순수하게 살지 못한다. 그런데 또 지금은 어른이 순수하게 사는 게 늘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연극하면서 느꼈다. 정말 많은 상황을 느끼고 많은 판단을 한다. 아무래도 아이돌 출신 배우의 단점이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맞춰준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상황과 판이 달라질 때마다 누군가 나로 인해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나도 몰랐는데 최근에 알게 됐다. 그동안 나는 불편한 상황이 있으면 바로 지적하거나 말을 해왔다. 사람들이 그 불편한 상황을 모르거나 못 느끼는 줄 알고 말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다 알고 있고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최근 귀농 생활을 시작한 김동완은 "요즘 농사에 빠졌다. 최근 밭 갈기를 했는데 쉽지 않더라. 동네에 농사를 잘 짓는 형들이 많다. 농사해서 파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농작물이 유통이 안 돼 많이 힘들다고 하더라. 어려운 상황이지만 농사를 잘 지어 나 역시 시장에 파는 것까지 도전해보고 싶다"며 "바쁜 활동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극도의 불면증, 우울증, 괴로움이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나는 다행히 우울증까지는 없었고 과거에 불면증과 강박증이 심했다. 후배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환경을 바꿨으면 한다. 이런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자연으로 돌아갔다. 자연으로 돌아가니까 정말 해소가 됐다. 어떻게 보면 내가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논란이 된 사생팬에 대한 이야기도 조심스레 꺼냈다. 앞서 김동완은 수차례 사생팬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고 최근에는 소속사 Office DH를 통해 사생팬을 경찰에 신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김동완은 "나의 불편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를 지지해주는 일반 팬들과 사생팬들 사이에서 싸움이 커져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 공과 사를 구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이 있더라. 팬들도 싫어하는 팬이라 나도 더이상 묵인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생팬이 생긴 것도 나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덕분에 가평 경찰서, 청평 경찰서 경찰들과 다 친해졌다. 다행히 지금은 (사생팬이) 안 온다"고 밝혔다.

'소리꾼'은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작품이다. 이봉근, 이유리, 김하연, 박철민, 김동완, 김민준 등이 출연했고 '두레소리' '파울볼'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7월 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Office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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