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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더욱더 쫀쫀하게 만든 '연기 신' 신혜선, 배종옥, 허진호 등이 가세,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을 더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결백'. 특히 신혜선과 함께 투톱 주연으로 '결백'의 스토리를 이끈 배종옥은 명불허전 명품 연기로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 경신을 예고했다.
극 중 30년의 세월을 뛰어넘기 위해 촬영마다 3시간의 특수 분장을 감행한 그는 시골 촌부로 파격 변신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배종옥은 기억을 잃은 혼란스러운 내면 연기는 물론 자신보다 자식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가슴 절절한 모성애 연기로 명품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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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 문화 변화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무서웠다.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다. 평소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한번은 '주디'(20, 루퍼트 굴드 감독)를 보려고 갔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없더라. 극장에서 2~3명 앉아 영화를 봤고 이런 현상이 계속될까 무섭더라. 어제 시사회 때도 좌석 간 거리를 두면서 영화를 본 취재진을 보니 두려웠다. 미디어 산업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지대한 영향이 끼칠 것 같다. 방향성이 바뀔 것 같다. 영화도 영화지만 공연도 지장이 크다. 공연은 좁은 극장에 앉아야 하지 않나? 최근에 아는 후배의 공연을 봤는데 공연 내내 마스크를 쓰면서 봐야 했다. 점점 익숙해지겠지만 두렵더라. 빨리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배종옥은 '결백'을 선택한 이유에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예전에 막걸리 사건을 뉴스에서 접하고 그 당시 '정말 기이한 일이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백' 시나리오에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가 있었고 일단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시나리오를 쉬지 않고 읽었던 것 같다"며 "물론 이 작품을 제안받고 노역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런, 저런 역할을 다 재미있어하니까 노역이 크게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다"며 "노역만 나오면 나에게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노역과 현재를 오가며 감정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게 참 힘들더라. 내 캐릭터는 감정의 기복이 엄청 많다. 감정의 기복이 연결되면 괜찮은데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자꾸 끊기는 감정이 있다. 그게 부담이 많이 됐다. 그래서 수시로 모니터를 봤다. 내가 생각했던 감정이라고 하지만 그게 표현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수시로 모니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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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옥은 대선배로서 젊은 배우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요즘 젊은 배우들은 현장에 가면 촬영장에 오는 게 아니라 매번 차에 앉아 있고 슛이 들어가기 직전 조연출이 부르면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그게 나에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젊은 배우들이 기계적으로 시간에 맞춰 대사만 맞추고 가는 기분이었다. 촬영 공간이 주는 느낌이 있는데 그걸 알려고 하지 않더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물론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잔소리처럼 느끼는 것 같아서 안 하려고 한다. 한 번은 이걸 모 후배한테 말을 했는데 그 친구의 태도 때문에 화가 난 적도 있다. 오죽하면 '넌 차에 뭐 붙여놨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젊은 배우들의 태도가 이해할 수 없어 내 매니저한테 물어보니 차에서 안 나오는 이유가 배우들 간의 자존심 때문이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황당했다. 젊은 배우들이 갖는 환경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볼 때는 정말 아닌 것 같다"고 소신을 전했다.
이어 "연기는 대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대사 안 캐릭터의 느낌을 만들어야 한다. 그 안에 디테일하고 섬세한 감정의 변화가 있다. 그런 것들이 결국 공간에 묻어난다. 연극에서는 그런 기분을 많이 느끼게 된다. 무대가 주는 감정들이 훨씬 깊다"며 "나도 처음에는 똑같은 연기를 반복하는 연극이 부담이었지만 나중에는 똑같은 대사지만 매번 무대에서 다른 감정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됐다. 새록새록 발견되는 기분이 있다.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그런 걸 찾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배종옥은 "지금은 현장에 가면 내가 가장 큰 어른이니까 자꾸 나에게 '여기 앉으시죠'라며 불편해하더라. 나는 촬영장을 돌아다니면서 나름 캐릭터와 작품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인데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저 선배가 왜 저렇게 불편하게 서 있을까'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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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천재적인 배우들은 어떤 부분 자신에게 맞는 배역이 왔을 때 빛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것만큼 고독한 사람이 없다. 나처럼 공부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성공시킨 배우들은 빛나는 시간은 없다고 해도 꾸준히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와 과정이 있다. 그럼에도 빛나는 배우들의 천재성이 부러울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종옥은 "최근 연기 학원을 차렸다. 후배들이 내게 연기를 배우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또 예전에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기도 했다. 공부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많이 보고 실제로 기성 배우들에게 연기 좀 가르쳐 달라는 의뢰를 받기도 했다. 그때는 내 것에 빠져있어서 고사했는데 지금은 학원도 하고 있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논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연기를 하고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연기를 계속하고 있고 이게 내 직업이 된 것 같다. 요즘 젊은 배우들의 연기는 굉장히 자연스럽더라. 확 흡수해서 발산하는 느낌이었다. 가끔 그들을 보면서 '내가 구시대적인 연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내 연기에 변화를 줘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내가 변화시켜야 할 부분은 빨리 변화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결백'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에서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신혜선, 배종옥, 허준호, 홍경, 태항호 등이 가세했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사생결단' '그때 그사람들' 조감독 출신 박상현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결백'은 지난달 27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연기, 오는 1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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