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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칼럼 인용 자극적 보도에 분노…"사과 받고 싶어"[전문]

남재륜 기자

기사입력 2020-04-24 11:23



[스포츠조선 남재륜 기자]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자신의 칼럼을 일부 인용한 자극적인 기사에 일침을 가했다.

허지웅은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제는 연재 중인 일간지에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라는 제 칼럼이 실렸다. 지난 몇 주 동안 내게 힘든 일이 있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니체를 다시 읽었으며 니체의 핵심 사상은 이런 방식으로 개별의 삶에 위로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오후에 이 4천자짜리 칼럼으로부터 주제와는 별 관련이 없는 딱 두 줄을 인용해 기사들이 나왔다. 기사들의 제목은 '허지웅, 사는 게 지긋지긋 환멸이 나고 짜증나 토로' 였다"라며 "그런 식으로 제목과 내용을 뽑으면 클릭수는 더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저널리즘인가. 나는 나의 회복을 바라보고 희망을 갖는 사람들을 두고 '사는 게 지긋지긋하고 환멸이 난다'라는 말을 밑도 끝도 없이 던질만큼 무책임한 인간이 아니다. 일부 언론의 이런 식의 보도형태로 인해 그간 많은 이들이 고통받아왔다. 사과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허지웅은 앞서 SNS에 자신의 칼럼 일부를 게재해 올렸다. 허지웅이 "나는 솔직히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 재발을 두려워하고 있는 건지 기다리고 있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환멸이 느껴지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세상의 추악한 것들로부터 가장자리로 밀려나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살 가치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루 수십개씩 받으면서 거기에 대고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나 자신이 역겹다. 원고 마감일은 이미 며칠 전에 지났고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니체를 다시 읽기로 했다"라는 대목을 올렸고, 이에 대해 "삶이 계속 추락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가 바닥이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그에 관한 제 답변"이라고 자신의 칼럼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 글을 두고 자극적인 기사가 이어지자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허지웅은 2018년 12월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이후 지난해 8월 완치 소식을 알렸다. 현재 SBS 러브FM '허지웅쇼'를 진행하고 있다.

이하 허지웅 글 전문

오늘자 허지웅쇼 오프닝입니다.

어제는 화가 많이 났습니다. 저는 15년째 글로 밥을 벌어먹고 살고 있습니다.


글 한 꼭지를 쓰고 나면 열번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그리고 오십번 이상 고쳐 씁니다.

더 이상 공들여 글을 읽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대에 독자를 잡아두기 위해서는

독자가 글을 읽는 동안 도망가지 못하도록 사로잡아야 합니다. 잘 읽히고 명료하며 재미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저는 의도치않게 삶의 중간에 연예인이 되어버려서

제 글을 읽지도 않고 폄훼하는 사람들을 이기기 위해 다른 작가보다 훨씬 더 잘 써야 합니다.

그렇게 피를 뽑아 팔듯이 매주 글을 씁니다.

어제는 연재 중인 일간지에 '삶의 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라는 제 칼럼이 실렸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내게 힘든 일이 있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니체를 다시 읽었으며

니체의 핵심 사상은 이런 방식으로 개별의 삶에 위로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니체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보다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낼 수 없다는 자부심이 들었고

이 글이 독자들의 삶을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오후에 이 4천자짜리 칼럼으로부터 주제와는 별 관련이 없는 딱 두 줄을 인용해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기사들의 제목은 '허지웅, 사는 게 지긋지긋 환멸이 나고 짜증나 토로' 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제목과 내용을 뽑으면 클릭수는 더 나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저널리즘인가요.

나는 나의 회복을 바라보고 희망을 갖는 사람들을 두고

"사는 게 지긋지긋하고 환멸이 난다"라는 말을 밑도 끝도 없이 던질만큼 무책임한 인간이 아닙니다.

일부 언론의 이런 식의 보도형태로 인해 그간 많은 이들이 고통받아왔습니다.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남재륜 기자 sj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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