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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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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원작의 구조에 대한 부분을 영화에도 많이 반영했다. 한국적으로 크게 바꾼 것은 없지만 일본의 특유한 설정들과 캐릭터들의 직업을 바꿨다. 원작의 매력은 독특한 구조가 있다는 것이었다. 사슬 트릭을 이용한 반전의 재미가 있었다. 영화 속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구조였는데 그런 걸 영화로 잘 풀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 원작 속 인물들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범죄극이 더해졌을 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기존에 다뤄진 범죄물은 주로 범죄 세계 중심 속의 설정과 인물로 범죄극을 이끌었다면 이 작품은 소시민적인 사람들에게서 오는 범죄극이다. 기득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현실 속 서민들의 삶에서 벌어지는 범죄극이다. 서늘하고 잔인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고 밝혔다.
알고 보면 김용훈 감독은 연출 데뷔 전 CJ ENM 영화 부문에서 10여 년간 일한 실력파 영화인이다. CJ ENM 영화 기획, 제작, 투자팀을 섭렵한 김용훈 감독은 그야말로 준비된 감독이었다. 그는 "CJ에 있을 때 시놉시스를 많이 썼다. 여러 파트에서 경험을 쌓았지만 그럼에도 연출의 꿈은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쓴 시나리오를 CJ 시나리오 심사팀에 낸 적도 있다. 물론 혹독한 평가를 받았지만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쓰면서 노력했다. 좋은 감독과 제작자들 사이에서 많이 배웠고 또 그게 내 자양분이 됐다. 아내와 부모님께도 내 꿈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내와 회사에 딱 35살까지만 회사에 다니고 이후에는 제대로 연출을 준비하고 싶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다들 '멀쩡한 회사를 왜 관두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고 나의 포부를 믿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확고했다. 아내에게도 35살에 회사에 나와 딱 2년만 도전해보고 안 되면 다시 가정으로 돌아와 삶의 무게를 짊어지겠다 약속했다. 아마 그때가 내 인생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때였던 것 같다. 다행히 2년이란 약속 시간 안에 좋은 기회가 생겼고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선택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자부했다.
지난 3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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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우들은 내가 시나리오 줬을 때부터 편집 과정까지 어느 누구도 분량에 대해 불만을 품지 않았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전도연 선배와 첫 미팅에서 나를 향해 '내 분량은 한 신도 안 늘려도 된다'고 하더라. 전도연 선배와는 이 작품이 시작되기 전부터 전체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도 본인의 캐릭터보다는 영화 전체를 보면서 어떤 부분이 말이 안 되는지에 서로 의견을 나눌 뿐이었다. 게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줘서 나 역시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 이 작품을 만들었다. 본격적인 촬영이 들어갈 때도 오히려 '왜 아무말도 안 하지?' 싶을 정도로 나를 믿어줬다. 신인 감독 입장에서는 다들 염력이 어마어마하고 시나리오를 보는 좋은 눈을 가진 분들인데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마디로 메시와 호날두, 호나우두 등 최고의 스타들과 경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우리 작품의 전술과 흐름을 다들 알고 있었고 전체적인 이야기만 던져도 배우들이 알아서 잘 해내 줬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지금 생각해보면 베테랑 선배들이 신인 감독의 고군분투가 안쓰러운 마음에 많이 봐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 작품을 이 배우들과 한다고 했을 때 아는 지인 한 분은 '그저 버티기만 해라'라는 말을 하더라. '잘 못 해서 잘리지 말고 그저 버텨'라고 신신당부할 정도였다. 주변에서 보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으로 본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선배들과 하는 작업이 즐거웠다. 윤여정 선생님도 마치 친엄마처럼 대해주셨다. 윤여정 선생님의 촬영은 총 5회차였는데 선생님의 촬영이 끝난 뒤 내가 너무 아쉬워서 보내고 싶지 않더라. 촬영 내내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줘서 마지막 촬영 때는 울컥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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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의 김보라 감독,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뒤를 이을 한국 영화 기대주로 떠오른 김용훈 감독은 "이것 역시 너무 부담된다. 우리 영화 제작사의 마케팅인지 모르겠지만 가당치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리틀 봉준호'라는 타이틀을 달면 일단 관객들은 내 작품을 '기생충'만큼 기대하고 오지 않나? 나는 그저 아직 초급 단계의 연출자인데 높은 기대치로 인해 우리 영화가 실망감이 커지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단지 내가 그런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이유는 개봉 시기가 잘 맞아서였던 것 같다. 시기가 맞아서 기사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사실 그 무게를 질 자신이 없다. '제2의 봉준호' '리틀 봉준호'는 너무 크고 벅찬 타이틀이다"고 고백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 감독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감독이지 않나? 워낙 대단하고 천재적인 감독이기에 나도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봉준호 감독의 작품으로 공부를 많이 했다. 내 영화 교본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마더'였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으로 필사를 하면서 영화와 시나리오 공부를 했다. 봉준호 감독은 연출자로서도 훌륭하고 완벽하지만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최고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분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를 쓰지?' 싶을 정도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지문을 쓰는 특성, 대사, 단어 등이 모든 게 대단했다. 내 몸에 체득하려고 그분의 작품을 꾸준히 필사했다. 지금도 시나리오를 쓸 때도 봉준호 감독의 책을 보면서 공부한다. '어떻게 하면 더 간결하고 비주얼적으로 나은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 연구하며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본다. 그분의 시나리오와 내 시나리오를 비교하면서 한숨을 쉴 때도 많다. 봉준호 감독은 천재다. 이번 로테르담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흑백판이 상영됐는데 그 계기로 봉준호 감독을 로테르담에서 뵐 기회가 생겼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 신인 감독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차원에서 다 같이 불러 밥을 사주셨는데 우리 작품이 호평받는 것도 그때 봉준호 감독의 기운을 많이 받아서이지 않을까?"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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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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