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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에서 약 52만부가 판매된 김충식 저자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을 원작으로 하는 '남산의 부장들'. 우 감독은 18년간 지속된 독재정권의 종말을 알린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인 중앙정보부 부장의 1979년 일어난 대통령 살해사건을 다루는 이 작품을 자극적으로 그려내는 대신에 관련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 면밀히 따라가며 치밀하게 그려냈다. 우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을 뜨거운 활화산 같았던 '내부자들'과 달리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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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은 10.26 사태를 영화한 이유에 대해 묻자 "그 일이 '왜 일어났냐'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우선이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큰 변곡점 같은 사건이 아닌가. 그 사건이 발생한 이유가 사실은 굉장히 거대한 논리적 인과관계와 뚜렷한 대의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하지만 나는 오히려 희미한 부분이고 인간과의 감정 관계 속 균열과 파열에서 비롯된 사건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원작 소설이 그런 걸 다루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감정이 우리도 느끼고 가지고 있는 감정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존경, 배신, 모멸, 시기, 질투 등의 감정이 소용돌이치면서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밀어낼 수밖에 없는 것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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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에서 원작 도서의 판권을 사서 영화화를 계획했던 우민호 감독. 그는 당시 정권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냐는 질문에 "전 정권에서 그 판권을 산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그런 부담감보다는 이 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소재가 예민하다보니 이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나의 시선이 중요하다는 생각, 원작이 가지고 있는 냉정하고 날카롭고 정치적으로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역사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극중 인물들을 진짜 이름이 아닌 가명을 설정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제 창작의 자유를 보장 받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일부 관계 설정과 감정들은 창작이라 볼 수 있다. 실제 사건에서 가져왔지만 그 이면에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는 알 수 없지 않나. 그런 부분은 창작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 중앙정보부장(이병헌)과 이전 정보부장(곽도원)을 원래는 선후배인데 친구로 설정을 바꾼 것도 창자의 부분이다. 두 사람 사이를 친구로 바꾼 건 두 사람이 하나로 보이길 바랐다. 권력에 쓰이다가 버려지는 것이 같은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두 사람을 정확히 대구로 보였다. 친구사이로 설정하면 제가 하는 이야기가 더 극적으로 표현되고자 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영화이기 때문에, 창작의 자유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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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클로즈업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중앙정보부부장 김규평 역의 이병헌에 대해 "'내부자들'의 안상국처럼 외향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 아니다. 김규평은 안으로 가져가고 가져가다가 마지막에 쏟아내는 캐릭터이다. 그 안에 꾹꾹 눌러야 하면서도 이 인물의 감정은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그 얼굴이 중요했다. 자칫 클로즈업을 하면 모든게 들통 날 수도 있다. 그런데 병헌 선배님이 정말 나에게 놀라움을 줬다"고 감탄했다. 이어 "정말 이러한 미세한 느낌을 얼굴로서 표현해 냈다. 저러다가 쓰러지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자신을 극단으로 밀어 붙여서 그걸 행동이 아닌 얼굴로 표현하더라. 정말로 스킨톤까지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과 소름끼치는 싱크로율을 보여준 이성민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사실 박 대통령은 너무나 많이 잘 알려진 인물이지 않나. 우리 모두의 머리속에 각인 된 얼굴이지 않나. 사실 부장들이나 실장들은 중장년층이 아닌 이상 얼굴이 확실히 알려지지 않지 않았나. 그래서 박통의 외모는 좀 정성을 들여서 표현했다"는 우민호 감독은 "정말 포인트를 잘 잡아서 표현하려 했고 보는 사람들에게 '말도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성민 선배도 흔쾌하게 캐스팅을 수락하신 건, 이 영화가 대통령의 공과 과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유신 말기 독재자가 느꼈을 내면에 집중하는 영화라서 그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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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희준의 연기와 열정에 대해 감탄했다. "이희준 씨와 '마약왕'에서 호흡을 맞췄다. 그때 송강호 선배님과 전혀 에너지가 밀리지 않더라. 그래서 희준 씨가 이병헌 선배와도 절대 밀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캐스팅하게 됐다. 현장에서도 희준 씨의 에너지에 깜짝 놀랐다. 거의 100kg 가까이로 살을 찌웠다. 발성과 걸음걸이도 달라진다. 제가 완전히 이희준이라는 배우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을 봤다. 정말 그 모습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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