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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20% 넘본다..'동백꽃 필 무렵', 완벽히 통한 4-4-2 전술(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10-24 15:51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6.3%로 출발해 16.9%를 찍었다. 이제는 20%까지 넘보는 '동백꽃 필 무렵'의 무서운 상승곡선이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피 무렵'(임상춘 극본, 차영훈 연출)은 공효진과 강하늘, 김지석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로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여타 로맨스 드라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공효진)을 깨우는, '촌므파탈' 용식(강하늘)의 폭격형 로맨스로, 사랑 하나면 다 된다는 이들의 생활밀착형 드라마'가 바로 '동백꽃 필 무렵'을 설명하는 한 줄.

연출을 맡은 차영훈 PD는 이에 더해 "편견에 갇혀있는 여자 동백이 자기의 편견을 깨드리고 나아가는 성장담이면서 동백을 우직하게 응원하는 기적같은 남자 용식과의 멜로이자 그들을 둘러싼 여러 동네 사람들의 휴먼스토리이기도 하다"고 표현했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옹산도 평범하다. 드라마 속 인물들 역시 '평범한 동네 사람들'일 뿐이다. 여타 드라마들처럼 주인공이 만화 속 주인공도 아니고, 초능력도 없으며 재벌2세, 3세 등 어마어마한 재력가 집안의 인물도 아니다. 게장골목 사람들 역시 평범하다. 그저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인물들일뿐 특별함은 없다.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동백도 고아 출신에 미호모라는 설정이 있을 뿐, 그의 자존감 지킴이를 자처하는 용식도 범인을 힘으로 때려잡아 경찰 특채에 합격한 이력 외에는 초능력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어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인물 설정에 이야기들이지만, 이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도 비범한 메시지를 심어넣으며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은 것. 차 PD는 앞서 "우리는 농담처럼 4-4-2 전술이라고 얘기하는데, 4만큼의 멜로, 4만큼의 휴먼, 2만큼의 스릴러라고 생각하고 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다"라고 자신있게 밝힌 바 있다. 4만큼의 멜로, 4만큼의 휴먼, 그리고 2만큼의 스릴러가 드라마를 가득 채운 것.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의심가는 이들의 스릴러로 바꾸는 것은 바로 이 '2'에 해당하는 까불이의 존재다.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은 드라마를 어둡고도 흥미진진하게 끌고가는 열쇠다. 아주 작은 사건들만 일어나던 옹산을 떠들썩하게 만든 가불이의 존재가 평범한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범인일 수도 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것. 여기에 지난 방송분에서는 향미(손담비)가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었음이 드라남과 동시에 그가 까불이에게 희생당한 희생자임이 드러나게 되며 까불이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은 극에 달했다. 고양이들에게 농약이 섞인 사료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던 '캣맘'의 정체가 바로 흥식(이규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도 흥미를 더한다. 용식이 꾸준히 의심했던 그가 까불이일 수도 있다는 증거가 하나 둘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적당한 웃음과 긴장감을 만드는 이는 바로 임상춘 작가다. 임 작가는 2014년 MBC 추석특집 드라마 '내 인생의 혹'으로 데뷔해 KBS2 4부작 '땜빵' 드라마인 '백희가 돌아왔다'를 쓰며 주목받았다. 당시에도 '백희가 돌아왔다'는 연장 요청이 있을 정도로 꾸준히 사랑을 받았고, '응답하라' 시리즈의 '남편 찾기'를 능가하는 '애아빠 찾기'로 시청자들을 모두 코난으로 만들어냈다. 이 덕에 '백희'는 종영 후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중이다. 여기에 KBS2 '쌈 마이웨이'(2017)로도 대히트를 치며 스타 작가가 된 임상춘 작가는 당시에도 소소하고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현실적인 공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동백꽃 필 무렵'도 그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에 임 작가는 처음부터 공효진을 생각하며 동백을 만들어냈다. 그 덕에 '찰떡 캐스팅'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중이다. 공효진은 특히 "거슬러 올라가보면 대본을 받고 제의를 받은지 꽤 오래 됐고 적절한 시기에 촬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본을 만난 것은 작년 초의 일이다. 사실은 저의 촬영 스케줄과 너무 많이 맞지 않아 사실은 고사를 했다가,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서 '고사를 하더라도 다음 회를 보여주시면 안되냐'고 할 정도로 이후 이야기가 궁금했다. 재미있고 궁금하고 계속해서 그런 드라마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대본이라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동백'을 만난 데에는 임상춘 작가의 '글발'이 큰 몫을 했던 것.


'찰떡 캐스팅'은 비단 공효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군생활 후 2년 만에 돌아온 강하늘도 '눈깔이 왜 그랴'라는 소리를 시청자들에게까지 들을 정도로 황용식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게장골목 사람들도 한 명씩 '킬링포인트'를 담당한다. 고두심을 시작으로 김선영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현실고증'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극에 완전히 녹아들고 있다. 이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실제로 이 게장골목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는 얘기다. 동백의 첫사랑인 김지석도 필구의 아버지로서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고, 'NO규태'를 외치게 만드는 오정세나 그의 아내이지만, 동백의 편을 들게 된 변호사 염혜란도 '동백꽃 필 무렵'을 완전히 존재하게 만드는 힘을 내고 있다.

스릴러를 넘어서는 '동백꽃 필 무렵'의 기본 무기는 바로 '위로'다. 공효진은 "지금까지 했던 드라마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드라마가 '고맙습니다'였는데, 그 드라마를 하면서 남녀노소 나이대 상관이 없이 위로를 받았다는 피드백이 많았던 작품이라 만족도가 높았고 따뜻해진 경험이 있었다. 얼핏 '고맙습니다'의 동네 사람들과 가족의 얘기 등으로 통해 느꼈던 만족감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편견과 트라우마 속에 갇혔던 동백이 자신의 자신감을 되찾아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하는 것. 동백의 모습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있다는 시청자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을 봤을 때, '동백꽃 필 무렵'은 그 존재감을 제대로 발산하고 있는 셈이다.

수백억대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급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만나는 와중에, 이야기의 힘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동백꽃 필 무렵'의 힘은 대단하다. 6.3%라는 첫방송 시청률을 선보였던 이 드라마는 최근 6주 연속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오는 중. 16.9%를 돌파한 이 드라마는 이제 20% 시청률 돌파까지도 노리는 중이다. 올해 KBS 드라마 중 20%를 넘어선 드라마는 '막장대모' 문영남 작가의 '왜그래 풍상씨'(최고 22.7%, 40회)뿐이다. '동백꽃 필 무렵'은 그 기록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마니아층의 열렬한 지지뿐만 아니라 대중의 환호까지 동시에 받고 있는 '동백꽃 필 무렵'의 상승세는 침체된 지상파 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차 PD는 "지상파의 위기는 맞지만 지금까지 지상파가 너무 많은 걸 누렸기 때문"이라며 "한정된 매체와 콘텐츠로 지상파 채널 외 소비할 수 없는 상황을 독점적으로 누리다가 이제 진짜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위기는 분명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에서도 부단히 노력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경쟁'을 대비한 '동백꽃 필 무렵'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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