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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동백꽃 필 무렵', 평범한 이야기의 비범한 성공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10-04 16:20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평범함 속의 비범함이 빛나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딱 그렇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임상춘 극본, 차영훈 연출)은 공효진과 강하늘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로,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평범하다.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공효진)을 깨우는, '촌므파탈' 용식(강하늘)의 폭격형 로맨스로, 사랑 하나면 다 된다는 이들의 생활밀착형 드라마다. 차영훈 PD는 이 이야기에 대해 "편견에 갇혀있는 여자 동백이 자기의 편견을 깨드리고 나아가는 성장담이면서 동백을 우직하게 응원하는 기적같은 남자 용식과의 멜로이자 그들을 둘러싼 여러 동네 사람들의 휴먼스토리이기도 하다"고 표현했다.

'평범한 동네 사람들'인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는 재벌의 재력이나 초능력 같은 특정한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게장골목의 상인들은 평범할뿐이고,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동백도 고아와 미혼모라는 설정 외에는 평범한 인물 중 하나일 뿐이다. 여기에 그의 '자존감 지킴이'를 자처하는 용식 역시 과거 범인을 때려잡아 경찰 특채에 합격했다는 것 외에는 초능력은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평범함 속에서도 빛이 나는 비범한 이야기들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아놨다.

차 PD는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는 농담처럼 4-4-2 전술이라고 얘기하는데, 4만큼의 멜로, 4만큼의 휴먼, 2만큼의 스릴러라고 생각하고 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다"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4만큼의 멜로와 4만큼의 휴먼은 평범함을 담당하지만, 그 속의 2만큼의 스릴러는 자칫하면 밋밋해질 수 있는 '동백꽃 필 무렵'에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으로 만들어진 스릴러가 드라마를 어둡고도 긴장감 넘치게 끌고가며 적절하게 재미를 더한다.

아주 작은 사건들만 일어나고 있는 작은 도시 옹산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까불이의 존재다. 평범한 사건들 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보여주는 '동백꽃 필 무렵'이지만, 여기에 연쇄살인이라는 요소를 살짝 끼워넣으며 긴장감을 높였다.

적당한 웃음과 적당한 긴장감을 만들어낸 이는 임상춘 작가다. 임 작가는 2014년 MBC 추석특집 드라마 '내 인생의 혹'으로 데뷔한 뒤 KBS2의 4부작, 일명 '땜빵'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를 쓰며 주목받았다. 당시 '백희가 돌아왔다'는 '땜빵'에 4부작이라는 짧은 회차에도 불구하고, 종영 후까지도 꾸준히 관심을 받는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첫 장편 드라마였던 KBS2 '쌈, 마이웨이'(2017)로도 대히트를 치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임상춘 작가는 특히 모든 작품 속에서 소소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현실감 넘치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동백꽃 필 무렵' 역시 그와 같은 선상에 있다.



이번에 임 작가는 처음부터 공효진을 생각하며 '동백꽃 필 무렵'을 썼다. 그 덕에 '찰떡 캐스팅'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공효진은 "거슬러 올라가보면 대본을 받고 제의를 받은지 꽤 오래 됐고 적절한 시기에 촬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본을 만난 것은 작년 초의 일이다. 사실은 저의 촬영 스케줄과 너무 많이 맞지 않아 사실은 고사를 했다가,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서 '고사를 하더라도 다음 회를 보여주시면 안되냐'고 할 정도로 이후 이야기가 궁금했다. 재미있고 궁금하고 계속해서 그런 드라마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대본이라 선택을 했다"라며 큰 믿음을 드러냈다. 그 덕에 '공효진=동백'이라는 공식까지 세워지며 높은 시청률 달성에 힘을 더하는 중이다.

여기에 군생활 후 2년 만에 돌아온 강하늘도 좋은 폼으로 보답 중이다. 전역 후 곧바로 촬영장에 복귀한 그는, 황용식이라는 인물을 내면까지 받아들이며 열연 중이다. 게장골목 사람들도 한 명 한 명 '킬링포인트'를 담당한다. 동백의 첫사랑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김지석, 그리고 'NO규태존'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진상을 부리는 오정세나, 그의 아내인 염혜란, 그리고 고두심과 김선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출연진이 '동백꽃 필 무렵'을 지탱하는 축이다.

'동백꽃 필 무렵'의 무기는 '위로'다. 공효진 역시 "지금까지 했던 드라마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드라마가 '고맙습니다'였는데, 그 드라마를 하면서 남녀노소 나이대 상관이 없이 위로를 받았다는 피드백이 많았던 작품이라 만족도가 높았고 따뜻해진 경험이 있었다. 얼핏 '고맙습니다'의 동네 사람들과 가족의 얘기 등으로 통해 느꼈던 만족감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시청자들 역시 '동백'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있다는 이들이 많다.

수백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만나는 가운데 찾아온 소박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오롯이 스토리의 힘으로 최고 시청률을 연일 달성하고 있다. 최근 12회는 12.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매회 시청률의 역사를 쓰는 중이다.

마니아층의 열렬한 지지뿐만 아니라 대중의 환호까지 동시에 받고 있는 '동백꽃 필 무렵'의 상승세는 침체된 지상파 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차 PD는 "지상파의 위기는 맞지만 지금까지 지상파가 너무 많은 걸 누렸기 때문"이라며 "한정된 매체와 콘텐츠로 지상파 채널 외 소비할 수 없는 상황을 독점적으로 누리다가 이제 진짜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위기는 분명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에서도 부단히 노력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경쟁'을 대비한 '동백꽃 필 무렵'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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