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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익명의 '미투(나도 당했다)'는 고발일까 모함일까. 적어도 방송인 양준혁(50)의 스캔들은, 불씨는 남았으되 발빠른 대처로 진화에 성공한 모양새다.
하지만 양준혁은 "유명인이자 남자라는 이유로 공격받고 있다"며 즉각 발끈했다. 그는 A씨와의 교제 및 이별, 사진 속 남성이 자신임을 인정했다. 이어 "악의적 미투는 법적인 절차로 해결하겠다. 오히려 미투 운동의 본질을 폄훼하는 일"이라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이에 A씨는 SNS를 삭제하고 자취를 감췄다. 이후 추가적인 입장 발표도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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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미투'는 피해의 성격상 이렇다할 증거가 없는 사건에 대한 일방적인 고발이다. 사건이 발생한 시기가 고발 시점과 가깝지 않을 수 있고, 사실과 다르게 기억하는 진술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상적인' 미투 고발에 귀기울인다. 한 인간에게 깊은 정신적 상처 또는 사회적 꼬리표로 남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를 드러내고 당당하게 고발한다는 점에서 신뢰감과 정당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지현, 임은정 검사의 경우가 모범적인 미투 사례다. 사실 여부에 대해 논란은 있으나 유튜버 양예원 역시 자신을 밝히고 피해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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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8년 이른바 '미투 광기' 당시에는 상당수의 미투가 익명성에 숨은 비열한 고발로 변질됐다. 포털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SNS를 통해 제보자의 정체조차 밝히지 않은 무자비하고 일방적인 주장이 난무했다. 이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이나 반박은 '2차 피해'라는 비논리적인 용어로 차단당했다.
이번 양준혁의 사례도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은 마찬가지다. 제보자의 일방적 주장 외에 어떠한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반면, 양준혁은 사실 부분은 인정하되 법적 대응을 통해 추가 대처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양준혁 성 스캔들 논란'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유명인인 양준혁은 이미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양준혁 스캔들은 정체불명의 고발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냈던 지난해의 '미투 광기'와 달리 우리 사회가 보다 이성적인 대처를 보일 만큼 성숙했음을 증명한다. 이는 야구계의 수퍼스타로서 모범적인 20년의 선수생활은 물론 받은 사랑의 환원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인간 양준혁에 대한 신뢰 덕분이기도 하다. 양준혁의 침착한 대처에 긴장했던 방송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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