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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결혼♥후 나 자신을 인정"..'데뷔 20주년' 봉태규의 긍정적 변화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9-10 12:32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봉태규(38)의 '변화'는 결혼으로부터 시작됐다.

개성있는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을 받은 배우 봉태규는 지난 2001년 영화 '눈물'을 통해 파격적인 데뷔를 했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히 친근한 외모와 무해한 매력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던 바 있는 배우다. 봉태규의 매력이 돋보인 작품들은 지난 2004년 방송됐던 MBC '논스톱4'와 2008년 방송됐던 SBS '워킹맘' 등. 철없어 보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선보이며 사랑받았다. 봉태규의 활약은 영화에서 더 두드러졌다. 2005년에는 고 김주혁과 '광식이 동생 광태'의 주연을 맡아 기억에 남았고 다음해에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의 영화를 통해 코믹한 매력을 뽐냈던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SBS '리턴'을 통해 악벤져스 4인방 중 하나인 김학범 역을 맡아 소름돋는 악역으로 변신한 바 있다. 무자비한 악행을 저지르는 김학범으로 분해 분노를 유발하고, '리턴' 시청률 상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닥터탐정'(송윤희 극본, 박준우 연출)에서는 주인공 허민기 역을 맡아 열연했다. 허민기는 UDC의 수석연구원이자 직업환경학계의 이단아로, 15년 전 아픈 기억을 가슴 깊이 지니고 있는 인물. 이에 불의의 현장을 끝까지 파헤치는 저돌적 면모를 지니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하기도 했다.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닥터탐정들의 활약을 담은 사회고발 메디컬 수사극으로, 산업의학전문의 출신 송윤희 작가와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한 박준우PD가 함께 만든 작품.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건, 메탄올 중독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극 속으로 끌고와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냈다. 저조한 시청률 등으로 아쉬움이 남은 작품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의미있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봉태규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닥터 탐정'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봉태규는 "마지막 에필로그를 보며 '이 드라마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생갭다 긍정적인 시청률이 나왔지만, 사실은 아주 성공한 드라마는 아니다.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얘기를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드라마를 했다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에 아이들과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말 그대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뿌듯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의 완성에는 스태프들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다. 소재 자체가 산업재해 등을 다루기 때문에 기업체와 공공기관 등의 장소 협찬이 쉽지 않았지만, 제작진의 노력으로 인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봉태규는 "저희 드라마 작품이 이런 방식이다 보니, 장소 헌팅이 잘 안 된다. 지하철 신은 정말 날아갈 뻔 했다. 모두가 거절을 했다. 전국을 다 다닐 정도였다. 저는 주연이다 보니 처음부터 그것들을 봤지 않나. 이 작품들을 어떻게 완성했는지를 지켜봤기 때문에 애정이 남다르고, 사명감과 정의와는 달리 나와 일하는 동료가 얼마만큼 고생하고 있고 애쓰고 있는지를 옆에서 지켜봤다. 제작진이라고 따로 생각하기 보다는 동료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의 노고를 밀착해서 지켜본 것은 처음 같다. 애정이 깊었다"고 했다.

이어 "촬영 현장에서 녹록치 않은 상황도 많았다. 완벽히 세팅된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만, 그게 안되니까. 저희는 늘 '다 쥐어짜내서 하고 있다'고 했다. 촬영 시간도 짧았는데, 어떤 것보다도 이 작품에 참여한 분들에 대한 애정이 크다. 허민기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조연출이나 감독님께 상의도 많이 했다. 드라마라는 것이 공동작업물이지만, 그걸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촬영이 진행되다 보면, 이게 공동의 작업물을 내가 하고 있다는 감동이 세게 왔던 것 같다. 이때까지 했던 작품들 중에서도 이런 의미가 가장 크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사진=iMe 코리아 제공
'리턴'으로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줬기 때문에 신작을 정할 때도 고심했다고 했다. 봉태규는 "처음에는 부담이 있었는데, 제가 예전에 '화신'이라는 예능을 했을 때 동엽이 형한테 늘 그런 말을 했다. 그때 제가 '뭘 해야 할지' 고민을 할 시기였는데 형이 그런 말을 하더라. '세상 사람들은 생갭다 너한테 관심이 없어'라고 했다. 형도 이런저런 일이 있을 때 그걸 신경썼는데 관심이 없다더라. 그래서 이번에도 그랬다. 매니저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예민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리턴'의 저를 '아!'하고 떠올리기도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기대감이 있겠나. 별로 관심이 없는 거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나 혼자 그런걸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담감은 내려둔 상태였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작품을 한 뒤에도 '잘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는 그다. 봉태규는 "이번 '닥터탐정'에서는 코믹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려면, 감정의 진폭이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기가 재미있을 때는 아주 재미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게 연기했다. 메탄올 때문에 눈이 먼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감정을 터뜨리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드라마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그런 거였다"고 말했다.

이 이후에도 코믹한 연기를 더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과거 제가 맡았던 재미있는 코미디도 정말 해보고 싶다. '리턴' 이후에는 그런 역할 자체가 잘 안 들어오더라. '닥터탐정' 때 가끔 코믹이 들어갔는데, 작품의 톤이 있어서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부분을 찍을 때 재미있었다. 진짜 잘 할 자신이 있다. 그런 작품이 들어온다면 정말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는 영화를 검토 중인 단계. 오랜만에 출연을 고려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복귀를 고민하는 것도 즐겁다고 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봉태규는 최근 체력의 저하로 인해 "슬프다"는 마음을 내비쳤지만, 그럼에도 배우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한 직업을 20년씩이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에게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그런 거 같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보다도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 아니냐. 개인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저라는 배우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같은 직업을 20년 가질 수 있던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현장에서 더 성실하게 해야겠다.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조금 더 (잘해야겠다)'고. 제가 현장에서 살갑지는 않은데,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현장에서 살갑게 대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한 작품 한 작품 할수록. 나이가 들었다는 것일수도 있는데, 오래 하니까 더 그런 생각이 큰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iMe 코리아 제공
데뷔 당시에는 '배우를 취미로 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제는 진정한 직업이 됐다. 봉태규는 이어 봉태규는 "데뷔 당시 인터뷰에서는 '배우는 취미로 한다'고 했다. '저는 배우는 취미고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했는데, 배우라는 것이 제 직업이라는 것을 완벽히 인지하게 됐지 않나. 데뷔 초와 지금의 마음가짐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며 20년 후에도 유연한 사고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봉태규의 마음가짐은 하시시박과의 결혼으로 인해 변화됐다고. 그는 "저는 매일 하시시박 작가에게 존중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혼 전에 사회생활도 일찍 해서 자기객관화가 돼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 전에도 제가 그렇게 괜찮지 않은 사람이고 별로라고 생각을 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별로더라. 상대에게 감사했다. 이런 별로인 저와 결혼을 해준 것 아니냐. 제가 뭐라고, 최대한 가정 일을 반반씩 하려고 하지만, 아침에 촬영을 하러 가거나 그럴 때 아침밥을 챙겨주는 것들이 사실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를 존중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당연한 게 아니고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정말 나에 대해서 냉정하게 얘기해준다. 어떤 신을 모니터하는데, '저기서는 집중을 안했구나' 하는 얘기를 해줄 때 '이 사람이 냉철하게 나를 꾸밈 없이 봐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히며 고마움을 전했다.

봉태규는 결혼 후의 장점에 대해 "제가 가진 것을 꾸미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결혼 전에는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더 예민했고, 현장에서 사람들을 대할 때도 그랬다. 결혼 후에는 저 자신을 인정하게 됐다. 저는 저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지면, 내가 내 자신을 지키는 것이 힘들더라. 어릴 때도 힘들었다. 어떤 일에도 움츠려들고 상처를 받았다. 작가님을 만나고 결혼하고 나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됐다. 어떤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하든 있는 그대로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니냐. 욕을 하든 아니든 의연하게 대처하게 됐다. 결혼 전에는 가지지 않았던 모습인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가장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닥터탐정'을 마친 봉태규는 최근 현 소속사 대표와의 10년 의리를 지키며 아이엠이 코리아(iMe KOREA)와 재계약했다. 이와 동시에 휴식기에 접어들며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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