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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봉태규(38)의 '변화'는 결혼으로부터 시작됐다.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닥터탐정들의 활약을 담은 사회고발 메디컬 수사극으로, 산업의학전문의 출신 송윤희 작가와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한 박준우PD가 함께 만든 작품.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건, 메탄올 중독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극 속으로 끌고와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냈다. 저조한 시청률 등으로 아쉬움이 남은 작품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의미있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봉태규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닥터 탐정'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봉태규는 "마지막 에필로그를 보며 '이 드라마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생갭다 긍정적인 시청률이 나왔지만, 사실은 아주 성공한 드라마는 아니다.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얘기를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드라마를 했다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에 아이들과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말 그대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뿌듯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촬영 현장에서 녹록치 않은 상황도 많았다. 완벽히 세팅된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만, 그게 안되니까. 저희는 늘 '다 쥐어짜내서 하고 있다'고 했다. 촬영 시간도 짧았는데, 어떤 것보다도 이 작품에 참여한 분들에 대한 애정이 크다. 허민기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조연출이나 감독님께 상의도 많이 했다. 드라마라는 것이 공동작업물이지만, 그걸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촬영이 진행되다 보면, 이게 공동의 작업물을 내가 하고 있다는 감동이 세게 왔던 것 같다. 이때까지 했던 작품들 중에서도 이런 의미가 가장 크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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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한 뒤에도 '잘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는 그다. 봉태규는 "이번 '닥터탐정'에서는 코믹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려면, 감정의 진폭이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기가 재미있을 때는 아주 재미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게 연기했다. 메탄올 때문에 눈이 먼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감정을 터뜨리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드라마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그런 거였다"고 말했다.
이 이후에도 코믹한 연기를 더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과거 제가 맡았던 재미있는 코미디도 정말 해보고 싶다. '리턴' 이후에는 그런 역할 자체가 잘 안 들어오더라. '닥터탐정' 때 가끔 코믹이 들어갔는데, 작품의 톤이 있어서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부분을 찍을 때 재미있었다. 진짜 잘 할 자신이 있다. 그런 작품이 들어온다면 정말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는 영화를 검토 중인 단계. 오랜만에 출연을 고려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복귀를 고민하는 것도 즐겁다고 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봉태규는 최근 체력의 저하로 인해 "슬프다"는 마음을 내비쳤지만, 그럼에도 배우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한 직업을 20년씩이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에게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그런 거 같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보다도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 아니냐. 개인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저라는 배우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같은 직업을 20년 가질 수 있던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현장에서 더 성실하게 해야겠다.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조금 더 (잘해야겠다)'고. 제가 현장에서 살갑지는 않은데,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현장에서 살갑게 대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한 작품 한 작품 할수록. 나이가 들었다는 것일수도 있는데, 오래 하니까 더 그런 생각이 큰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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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규의 마음가짐은 하시시박과의 결혼으로 인해 변화됐다고. 그는 "저는 매일 하시시박 작가에게 존중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혼 전에 사회생활도 일찍 해서 자기객관화가 돼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 전에도 제가 그렇게 괜찮지 않은 사람이고 별로라고 생각을 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별로더라. 상대에게 감사했다. 이런 별로인 저와 결혼을 해준 것 아니냐. 제가 뭐라고, 최대한 가정 일을 반반씩 하려고 하지만, 아침에 촬영을 하러 가거나 그럴 때 아침밥을 챙겨주는 것들이 사실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를 존중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당연한 게 아니고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정말 나에 대해서 냉정하게 얘기해준다. 어떤 신을 모니터하는데, '저기서는 집중을 안했구나' 하는 얘기를 해줄 때 '이 사람이 냉철하게 나를 꾸밈 없이 봐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히며 고마움을 전했다.
봉태규는 결혼 후의 장점에 대해 "제가 가진 것을 꾸미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결혼 전에는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더 예민했고, 현장에서 사람들을 대할 때도 그랬다. 결혼 후에는 저 자신을 인정하게 됐다. 저는 저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지면, 내가 내 자신을 지키는 것이 힘들더라. 어릴 때도 힘들었다. 어떤 일에도 움츠려들고 상처를 받았다. 작가님을 만나고 결혼하고 나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됐다. 어떤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하든 있는 그대로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니냐. 욕을 하든 아니든 의연하게 대처하게 됐다. 결혼 전에는 가지지 않았던 모습인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가장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닥터탐정'을 마친 봉태규는 최근 현 소속사 대표와의 10년 의리를 지키며 아이엠이 코리아(iMe KOREA)와 재계약했다. 이와 동시에 휴식기에 접어들며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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