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미리보는 연기대상③] 애매한 SBS, 고현정vs장나라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12-26 07:5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는 애매한 상황에 봉착했다.

SBS는 올 한해 지상파 3사 중 가장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연초부터 수목극 '리턴' 파동으로 논란을 일으키더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스태프가 장기간 노동 끝에 집에 돌아왔다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최근 '황후의 품격'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당하며 방송사의 품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연기대상 시상식이다.

사실 올 한해 SBS에서 가장 큰 활약을 보여준 배우 중 하나가 바로 고현정이다. 고현정은 '리턴'에서 속을 알 수 없는 최자혜로 극 초반부를 끌고 나갔다. 물론 여배우가 살이 쪘다는 외모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사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연기력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고현정의 연기는 실로 대단한 몰입력과 힘이 있었다. 하지만 고현정은 연출자인 주동민PD와의 갈등을 좁히지 못하고 중도 하차를 결정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제작진과의 갈등으로 주인공이 교체되는 일도, 그리고 그 진흙탕 싸움이 대중에게 공개된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시청자의 실망도 컸다. 고현정의 후임으로는 배우 박진희가 발탁돼 임신 중인 몸으로 고군분투 했지만, 고현정의 최자혜를 그리워 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았다. 그러니 SBS 측에서는 중도하차한 고현정을 선택할 수도, 그렇다고 총알받이가 될 것까지 각오하고 홀몸도 아닌 상태에서 분투해 준 박진희를 선택할 수도 없다.


'황후의 품격' 장나라도 안전한 선택은 아닐 터다. 물론 장나라는 특유의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에너지를 십분 살려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마냥 해맑고 행복했던 오써니(장나라)가 황제(신성록)의 불륜과 배신을 깨닫고 흑화, 처절한 카리스마로 불륜 대상(이엘리야)을 응징하는 등 극과 극 감정선을 소화하면서도 한치의 흔들림 없는 그의 연기에는 박수를 보낼 만 하다. 김순옥 작가 특유의 막장 기운까지 상쇄하고 남는 명연기는 시청률 고공행진의 큰 힘이 됐다.

하지만 '황후의 품격' 드라마 자체가 시작한 지 얼마 안된데다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된 상태라 장나라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하루 평균 20시간이 넘는 장시간 촬영, 10차례에 걸친 연속촬영, 제작진의 폭언으로 스태프의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고발된 드라마에 상을 준다는 것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선택지는 남아있다.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애절한 중년 로맨스를 그려낸 감우성과 김선아, '여우각시별'의 이제훈, '미스마: 복수의 여신'의 김윤진, '사의 찬미' 이종석 등이 강력한 후보군이다. 하지만 올 한해 가장 큰 흥행 파워를 보여줬던 작품이 바로 '리턴'과 '황후의 품격'인 만큼,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할 것인지 아니면 안전한 선택을 할 것인지. SBS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BS 연기대상은 31일 오후 8시 55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진행된다. 진행은 신동엽 신혜선 이제훈이 맡는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남북교류 특별페이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