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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순한 맛"…'말모이' 유해진X윤계상, 마음앓이가 만든 착한 영화 (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12-03 11:59


영화 '말모이' 제작보고회가 3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열렸다. 배우 유해진과 윤계상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말모이'는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우리말이 금지된 1940년대, 말을 지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엄유나 갱감독.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송영창, 허성태 등이 출연했다. 내년 1월 개봉한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2.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순한 맛에 매료된 작품이다."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의 한 남자가 조선어학회 대표를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 더 램프 제작).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말모이'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우리말에 눈 뜬 까막눈 김판수 역의 유해진,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의 윤계상, 조선어학회 회원 임동익 역의 우현, 박훈 역의 김태훈, 구자영 역의 김선영, 민우철 역의 민진웅, 그리고 엄유나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주시경 선생이 남긴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로 '조선말 큰 사전'의 모태가 된 '말모이'. 한국 최초로 편찬을 시도한 현대적인 국어사전 말모이의 탄생 비화를 영화화한 '말모이'는 우리말이 금지됐던 시대, 말과 마음을 모아 우리말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말모이'는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 큰 여운을 남긴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를 제작한 더 램프의 차기작이자 '택시운전사'의 갱을 쓴 엄유나 작가의 첫 연출 데뷔작으로 영화계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충무로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로 정평이난 유해진과 '범죄도시'(17, 강윤성 감독)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윤계상이 '말모이'에 가세, 내년 1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전망. 특히 두 사람은 '소수의견'(15, 김성제 감독)을 통해 한 차례 호흡을 맞춘바, '말모이'로 두 번째 케미스트리를 선보일 것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해진은 "'말모이'는 참 순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컸다. 까막눈을 통해 사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관객에게 쉽게 이해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순한 맛이 있다는 지점에 끌렸다. 내가 맡은 역할은 한심한 가장이면서 무식한 인물이다. 학회에 들어간 뒤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가 있는 인물인데, 까막눈이 글을 깨우쳐가고 한글을 알아간다"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다.

윤계상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런 좋은 이야기가 관객에게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보통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이야기인데 영화로 보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윤계상은 "'말모이'를 촬영하면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감당해야 했다. 배우로서 연기를 한 것이지만 보는 이들에게 진짜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촬영했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를 위해 애썼던 분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말모이'를 촬영하는 내내 마음앓이를 했던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는 "배우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지점은 바로 그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점이다. 내가 배우를 선택해 연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캐릭터가 성장할 수 있는 이유가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고 동시에 나 윤계상도 같이 성장해간 작품이다. 홀로 묵묵히 지켜야 하는 부분들 때문에 배우들과도 친근하게 못 다가간 것 같다. 그래서 촬영 당시 너무 힘들었다.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 연기는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마음가짐을 먹게 했다"고 다짐했다.


유해진과 윤계상은 '소수의견' 이후 두 번째 호흡에 대해서도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유해진은 "윤계상과 과거 오랜 호흡을 맞춰 '말모이' 촬영 때는 불필요한 것 없이 편하게 호흡했던 것 같다. 늘 옆에 있었던 사람처럼 편했다. 마치 드립커피 같은 느낌이었다"며 후배를 추켜세웠고 윤계상 또한 "'소수의견' 당시 유해진 형님의 위트와 진정성을 모두 봤다. '말모이' 때도 유해진 형님을 보며 대단하다 싶었다. 과거보다 형님의 열정이 100배 더 감동적이었다. 절대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다. 유해진이란 사람 자체를 좋아한다"고 화답했다.


'말모이'의 깨알 재미를 예고한 김선영은 "영화가 매우 진지한 스토리다. 하지만 코미디 부분도 필요할 것 같아 엄유나 감독에게 유해진과 러브라인을 넣어달라 부탁하기도 했다. 짝사랑하는 캐릭터로 재미를 선사하고 싶었는데 엄유나 감독이 끝까지 안 된다고 하더라. 지금 생각하니 엄유나 감독의 선택이 맞았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내가 맡은 구자영은 아픈 역사 속에서 살아갔던 인물이다. 가슴 아프고 울분이 올라오는 현실이 이 여자에겐 일상이었다. 이런 일상성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 자칫 과할 수 있어 그 지점을 계속 염두해 연기했다"고 남모를 고충을 털어놨다.


엄유나 감독은 "주로 일제강점기를 다룬 작품은 독립군이나 위대한 영웅을 떠올리기 쉬운데 '말모이'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지점이 매력적이었다. 사전을 만든 조선어학회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작은 행동이 모여 큰 일을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동시대 시의성도 있는 것 같아 '말모이'를 연출하게 됐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이어 "영화는 한 권의 사전을 만드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영화에도 적용된 것 같다. 이런 의미로 '말모이'는 캐스팅에 욕심을 많이 낸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들이 빛나는 영화가 ?記만 했는데 그래서 유해진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말맛이 나는 작품인데 유해진 외엔 이런 말맛을 살릴 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 윤계상은 캐스팅 전 전작을 살펴봤는데 그동안 힘든 도전을 많이 했더라. 마치 조선어학회 대표의 정환과 비슷한 모습이어서 캐?읗쳬構 됐다"고 밝혔다.

한편, '말모이'는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등이 가세했고 '택시운전사' 갱을 쓴 엄유나 작가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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