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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만평] 무엇이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LCK를 '도전자'로 만들었나

송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8-10-26 09:37





4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지난 5년 동안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는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3개의 대표팀이 탈락했다.

각 지역 리그의 스프링 시즌 우승팀이 맞붙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중국의 로얄네버기브업(RNG)에 1대 3으로 패배해 준우승했을 때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중국 대표팀에 한국 대표팀이 1대 3으로 지고 은메달을 획득했을 때도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이하 LCK) 팬들은 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글로벌 e스포츠 대회 '롤드컵'에 희망을 걸었다.

많은 사람이 LCK가 올해 글로벌 대회에서 우승하지 않았어도 '롤드컵'에선 우승하리라고 믿었던 만큼 '2018 롤드컵'의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LCK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2017 롤드컵' 우승팀 Gen.G의 '1승 5패로 16강 탈락'이라는 비보부터, 서머 시즌 우승팀이자 LCK 1번 시드 kt 롤스터가 중국의 인빅터스 게이밍(IG)에게 2대 3으로 패배했다는 것, LCK 최초로 플래툰 시스템을 채택해 스프링 시즌 준우승을 달성한 아프리카 프릭스가 북미 클라우드나인(C9)에게 0대 3 완패를 당한 것이다.

LCK는 투자 부족과 현실 안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거기에 LCK는 '메타(플레이 성향)' 적응에 실패했고, 전투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는 경기력을 보였다. LCK에서 활동하던 CJ 엔투스가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지만 승강전을 넘지 못하고 결국 해체되던 전성기는 지났다. 올해 챌린저스에서 '전승 우승'으로 LCK에 진출한 '그리핀'은 LCK 서머 시즌 준우승까지 올랐다. 2018 서머에 강등된 콩두 몬스터는 챌린저스에서 정규 시즌 3위, 플레이오프 4강에서 배틀코믹스에 2대 3으로 졌다. MVP와 bbq 올리버스는 2019 스프링 시즌 승강전에서 담원게이밍, 배틀코믹스에 지고 챌린저스로 강등됐다.

해외는 치열하게 경쟁하며 경험을 쌓는다. 중국은 하부 리그 'LDL(LoL Development League)'을 개설해 4개의 지역에서 32개의 팀이 출전, 2021년 상부 리그인 'LPL(LoL Pro League)'이 20팀이 될 때까지 매년 2개 팀을 승격시킨다. 10개 팀이 자리 잡은 북미는 2군 리그 'NA 아카데미 LCS(LoL Championship League)'를 개최한다. 아카데미 팀에서 두각을 보이면 1군에 기용될 수 있다. 2019년에 프랜차이즈 제도가 도입되는 유럽의 2부 리그는 폐지됐지만, 유럽 각 지역 리그 우승팀과 EU LCS 아카데미 팀 등 총 20팀 이상이 출전한 '유러피언 마스터즈(European Masters)'가 총상금 15만 유로(한화 약 1억 9,500만 원) 규모로 개최되고 있다.

반면 삼성, CJ E&M, LG 등의 국내 대기업들이 빠진 LCK는 SK텔레콤과 KT, 한화생명이 활동하고 있으나 다른 대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 체계적으로 e스포츠 팀에 투자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14년에는 국내 팀보다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한 해외 팀에 한국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중국, 북미와 유럽으로 이적하며 'LoL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이 10월 10일 국정감사장에서 블루홀 의장인 장병규 제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에게 "4차 산업혁명에 게임이 포함되느냐"고 질의하자 장병규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 게임이 포함되는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23일에는 이동섭 의원이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이라고 말한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에게 'e스포츠'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LCK 팀들의 활동도 해외 팀에 비해 부족했다. 중국 팀들은 현장에서 출전팀 응원 도구를 나눠줬으며, RNG는 푸드 트럭을 제공하기도 했다. 유럽의 프나틱은 한글로 '프나틱'이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고, 부산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한국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도 만들었다. 한국은 라이엇 게임즈가 직접 개최한 '롤 런(LoL Run)' 이외에 아프리카 프릭스가 서울-부산 셔틀버스를 운영한 정도다.


LoL e스포츠에서 LCK는 '세계 최강'이 아니다. 하지만 LCK에게 아직 희망의 여지는 있다. "중국 팀이 경기하는 날은 관객석이 가득 차지만 중국 팀 경기가 없으면 절반밖에 차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지만, 한국 팀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결코 중국 팬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그랬다. LCK는 선수 기량, 밴픽 전략, 플레이 스타일, 마케팅 등 전반적인 부분을 다시 살피고 전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세계 최강'의 자리는 충분히 되찾을 수 있다.

그림 텐더 / 글 변인호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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