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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수목극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를 마친 박준화 PD를 만났다. .
개인적으로 원작이 너무 좋았다. 원작 안에 가족애 배려 등 여러가지 코드가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원작 작가님을 만났는데 "누구 하나 욕 먹는 사람 없이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 끝날 때는 모든 사람들이 착하게 마무리가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편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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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의 오글거림 코드를 어떻게 풀어냈나.
원작이 피할 수 없는 오글거림이 있다. 같은 오글거림이라도 자연스럽게 이입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서 서로가 많이 이야기하며 만들어갔다. 말투 같은 경우도 사실 어쩔 수 없이 어색함이 있는 형태였다. 나르시시즘 코드가 중요한데 드라마에서는 표현하기 어렵다. 약간의 허세로 풀어서 표현했다. 초반에 모든 사람이 힘들어 했던 게 '아우라' 신이었다. 톤을 여러 개를 땄다. 서준 씨와 상의하면서 캐릭터를 세게 가면 처음엔 이상해도 나중에는 괜찮지 않을까 해서 센 걸로 갔다. 영준 캐릭터는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라 그쪽을 고민했다. 민영씨도 정말 본인이 연구를 잘해왔다. 웹소설에도 '계속 미소 짓는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면 이상한데 연기할 때 그 포인트를 살리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는다'는 느낌을 포인트마다 주더라. 따로 디렉션을 주거나 하지 않았는데 많은 고민을 해서 잘 만들어왔다. 스태프와 연기자와 작가와 내가 다 같이 만든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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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준-김미소 커플 외에 부속실 이야기도 유쾌하게 공감됐다.
부속실은 사실 비서실 얘기다. 일반적인 비서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리얼함을 따지자면 그런 형태의 스토리나 캐릭터를 잡으면 안된다. 그런데 리얼함을 담으려면 진지함이 너무 강해서 몰입이 떨어질 것 같았다.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캐릭터를 극대화해서 표현했다. 극대화된 캐릭터가 짧은 시간 공감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 원작 캐릭터의 강화 혹은 추가를 한 이유가 뭔가.
고귀남(황찬성) 캐릭터는 '아들과 딸'의 정서가 없다면 이렇게 아끼는 게 설득이 안될 것 같더라. 이름에서 느껴지는 그런 부분을 확장하려 했다. 찬성이한테도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네가 아이디어를 줘야 한다'고 했다.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연기자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라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스스로가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는 거니까 좀더 입체적으로 재미를 만들 수 있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찬성이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여직원들의 커피 제안을 거절한 것도 자기가 고민한 결과였다. 봉세라는 '막영애' 느낌이다. 입체적으로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는, 어디에 놔도 재미있을 것 같은 캐릭터였다. 정치인도 이슈를 만들어야 하는 느낌을 살리려했다.
─ 봉세라 역의 황보라는 아예 리액션 카메라를 따로 줬다고 들었다.
황보라가 리액션을 너무 잘한다. 행동 연결을 맞추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연결을 신경쓰지 말고 연기하라고 했다. 스스로 다른 생각 안하고 연기로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같아서 가끔 편집이 안 맞을 때 황보라 얼굴로 가면 넘어갈 수 있더라. 그러다 보니 다른 분들도 리액션을 생각해서 오더라. 표정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전반적으로 부속실 식구들이 표정도 많고 서로 친해서 정말 열심히 했다. 나보다 일찍 와서 서로 맞춰보고 집에서 고민한 애드리브를 조율하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맞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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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막영애' 감성이 꾸준하게 이어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막영애'를 하며 좋았고 재미있었다. 그 드라마가 웃기기만 한 드라마는 아니다. 표현은 다큐 드라마 안에서 조금 거칠게 했지만 정서는 좋았다. 그리고 '막영애' 배우들이 연기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잘 한다. 그때 느낌이 생갭다 쭉 이어오는 포인트가 있다. 기본적으로 '막영애'와 '김비서'는 캐릭터면에서 사람 이야기를 한다는 게 같다. 사람관계의 미묘한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소한 이야기라도 캐릭터에 공감한다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회장이라면' 하는 느낌이 똑같이 '막영애'와 '김비서'에도 있다. 그걸 제대로 표현한 게 박서준 박민영이다. 정말 디테일한 것까지 잘 생각해온다. 따로 디렉션 할 필요도 없다.
─ '막영애' 김현숙과 '김비서' 박민영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영애씨도 예전에는 주도적인 여자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했다. '김비서'에서도 미소 캐릭터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점은 현숙이가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현숙이는 귀엽고 민영이는 예쁘다. 둘다 연기 너무 잘한다. 연기자들 연기할 때 보면 디렉션을 줄 때 '막영애'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하니까 자연스러운 연기가 아니면 내가 오그라든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누구하나 그런 사람 없이 잘 들어간 것 같다.
─ '막영애' '식샤' 시리즈, '김비서'까지 여주인공이 돋보인다. 비결이 있다면
사실 나는 남자 배우를 되게 노력한다. 배우분들이 다행히 열심히 즐겁게 해줬다. 캐릭터들이 그렇게 부정적인 캐릭터가 많지 않았던 게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내가 했던 게 서사나 극성이 강한 게 없다. 공감 스토리 위주로 했다. 시청자가 느끼기에 나와 동일시 되고 예쁘다고 느낄 때 예쁘게 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서준이가 메이킹 할 때마다 포기하면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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