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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황보라 "봉세라는 여자 이영준, 탈수증상 올 것처럼 연기했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7-30 14:0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수목극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를 마친 2PM 겸 배우 황보라를 만났다. .

'김비서'는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과 그를 완벽하게 보좌해온 비서의 퇴사밀당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황보라는 극중 이영준 부회장(박서준) 부속실 과장 봉세라 역을 맡았다. 봉세라는 밝고 당당하며 과한 자기애로 자격지심을 숨긴 인물이다. 중증 공주병을 앓고 있지만 사실은 고백 한번 받아본 적 없다. 그러다 듬직한 양철(강홍석)과 사내연애를 하게 된다. 황보라는 귀여운 푼수 연기로 봉세라를 그려내며 극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여자 이영준으로 잡으면 될 것 같다고 감독님께 얘기했다. 자뻑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하니 감독님이 오케이 하셨다. 밉지 않게, 사랑스럽게, 그래서 당하게끔. 허당이 있는 캐릭터로 잡았다. 그렇게 잘 풀려갔던 것 같다. 콜라 고백신에서는 감독님이 여배우니까 미리 김을 ?弧玲甄쨉 트림 안한다고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너무 심한 용트림이 나와서 너무 부끄러웠다. 현장 스태프도 다 터졌다. 다 쓰러질 듯이 웃었다. 매신마다 웃겼다. 웃음 참느라 힘들었다. 미소(박민영) 지아(표예진)랑 술 먹는 신도 다 애드리브였다. 감독님이 술 먹는 연기를 왜 이렇게 잘하냐 했다. 연기하고 나면 너무 지쳤다. 탈수증상이 올 정도였다. 그래도 편집도 거의 안당하고 그래서 신나게 연기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인생캐릭터였다. 감독님이 한명한명 다 배우를 살려주셨다. 그래도 시청률이 10%가 안돼서 조금 아쉽다."


황보라는 최근 전무후무한 귀여운 코믹 연기로 독자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황보라로 캐릭터를 구축하고 유일무이하게 유니크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옛날 사무실 대표님이 내가 망가지는 걸 싫어하셨다. 그래서 그런 배역은 거절했다. 그때 공백기가 있었다. 사실 여배우들이 억척 아줌마나 신파, 예쁜 얼굴 등 갈래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망가지고 내려놓는 연기었다. 후배들이 황보라처럼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봉세라는 원작에도 없던 캐릭터고 해서 접근하고 만들기가 쉬웠다. 이번 작품만큼 댓글이 많이 달리고 반응이 좋고 악플도 없고 매 순간 행복하게 촬영하고 하나하나 댓글 다 본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도 계속 늘어나고 감사했다."

가장 힘이 된 반응은 역시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꼈을 때다.

"황보라만의 로코를 하나 써야 한다, 이 친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보고 싶다는 말을 봤을 때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시는 분이 있구나 잘 버텼다는 생각을 했다. 오버 연기에 대해 반응이 두려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웹툰에 기본을 두고 있고 영준이도 자뻑 캐릭터고 대사가 과한 만화적인 부분이 있다. 그래서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리얼리티와 극적 요소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지점을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절묘하게 계산해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아무래도 모든 캐릭터가 나와 비슷하게 오버성이 있어서 비호감이 덜했던 것 같다."


밝게만 보이는 황보라이지만 남모를 아픔도 있었다. 2003년 SBS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왕뚜껑CF를 통해 개성있는 외모를 보여주며 주목받았다. 그리고'명랑소녀 성공기' '토지' '마이걸'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2014년 '미스터 백' 이후 2년 간의 공백기를 맞았고, '욱씨남정기' 이전까지 2년 여간의 공백기를 맞았다.


"배역이 들어와도 마다했던 것 같다. 시청자들이 보고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허무맹랑한 캐릭터를 하고 싶은 거다. 도도하고 청순가련한 캐릭터를 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나를 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극복하려하지 않았다. 허무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세월이 약인 것처럼 지금 와서야 정신이 바짝 든 거다. 평생 배우 할 건데 가늘고 길게 가자 싶었다. 요즘은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겼다. 나는 시간 문제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좋은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면 뭐든 열심히 하고 있으면 될 거라고 했다. 손 놓고 있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하정우 선배님 인터뷰 기사를 봤다. 학습하고 연마하기 위해 다작한다는 말에 공감했다. 나도 조금만 쉬고 작품을 들어가면 연기가 얼고 긴장되고 서툴어진다. 다시 집중하기가 어렵다. 계속 학습하고 발전하는 과정이다. 배우가 직업이기도 하고. 끊임없이 해야하는 것 같다. 조언은 남자친구와 내 멘토인 하정우 선배님한테 구하는 편이다. 최고의 멘토이고 롤모델이다. 아주 유쾌하고 재치있으시다. 남자친구도 너무 웃긴다. 그거에 홀딱 넘어갔다. 기본적으로 유쾌한 분들인 것 같다. 나도 약간 오래 만나서 그런지 흡수가 됐다. 연기할 때도 많이 써먹는다."

황보라는 2016년 '욱씨남정기'를 시작으로 1년에 두 작품씩 꾸준히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김비서' 이후에는 바로 '배가본드'에 출연하며 또 '열일'을 예고했다.

"어제 처음 '배가본드' 촬영을 했다. 국정원 요원이다. 톤이 조금 바뀌긴 하는데 확 바뀌면 사람들이 놀란다. 적당히 톤 조절을 할 거다. 처음으로 사투리도 쓴다. 경상도 사투리를 한다. 원래는 사투리가 아니었는데 작가님과 식사하다 사투리가 튀어나왔는데 다음날 대본이 사투리로 바뀌어 있더라. 사실 뭐 할 게 없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공포물도 해보고 싶고 봉세라보다 선이 굵게 연기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웃음에 희로애락이 있는 캐릭터로 좀더 깊이있게 연기를 폭넓게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면 확실히 자리매김 하지 않을까, 인정을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UL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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