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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겐 잊는 것보다 그댈 간직하는게 조금 더 쉬울 것 같아요."
전날 멤버들은 오픈마이크가 있는 라이브 바를 찾았다. 박정현은 "옛날 생각이 난다. 데뷔 전에 커피하우스에서 노래했다. 다들 다른 일을 하느라 내게 관심이 없었다"면서 "내가 과연 음악으로 저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박정현은 '헤이 예'와 '사랑이 올까요', 수현은 '깊은 밤을 날아서'를 열창했다. 박정현은 라이브 바의 분위기에 만족하면서도 "목소리가 너무 안 나왔다. 걸레 짜는 것처럼 불렀다"며 투덜댔다.
급기야 박정현은 소파에 옆으로 누워 눈물을 흘렸다. 하림은 "왜 울고 그래, 울지 마라"며 위로했다. 박정현은 "지금 당신들 목소리만큼만 나와도 좋겠다"며 "노래는 어떻게든 되는데 음정 조절이 안된다. 현재의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찾겠다"라면서도 속상해했다.
마지막 버스킹에 나서는 멤버들의 마음은 뿌듯함과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하림은 "너무 힘이 좋을 때 만든 노래들은 이제 부르기가 너무 힘들다. 10년 정도 지나면 음이 떨어진다"고 한숨을 쉬며 수현에게 "너무 어렵게 만들지 마라", "여행 많이 다녀라"라고 웃으며 충고했다. 수현은 "대미를 장식하자", 하림은 "노래할땐 최선을 다하는 거야. 가진 있는 그대로"라며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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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버스킹을 앞두고 멤버들은 "그동안 즐거웠다. 고생 많았다"며 인사를 나눴다. 이윽고 하림이 '출국'으로 버스킹을 시작했고, 수현은 '편지'에 담긴 슬픔을 진솔하게 전달해 광장에 모여든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박정현은 "마지막이라 그런지 다들 컨디션이 좋아졌다. 수현이도 코막힌게 뚫리고, 하림도 탁한 소리밖에 안 났었는데 애드립까지 다 쳤다"면서 컨디션 회복을 느꼈다. 박정현은 스팅의 '필즈 오브 골드'를 멋지게 불렀다, 수현은 "버스킹 못할수도 있었는데, 언니가 해내셨다.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림도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다. 열심히 해왔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하림은 하모니카와 건반, 노래까지 1인 3역을 하며 '피아노맨'을 열창,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하림의 진중한 목소리가 관객들을 춤추게 했다. 수현은 '작은 별'을 따뜻한 목소리에 담아냈다.
수현은 "한곡 끝날 때마다 노래 끝났어, 이제 마지막 곡이야! 손에 잡혔다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생각하니 되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박정현도 "마지막 곡입니다 말하는데, 시작할 때는 끝이 없을 것 같았는데…감정이 훅 올라왔다"고 되뇌었다.
박정현의 마지막 버스킹 곡은 자신의 데뷔곡인 '나의 하루'였다. 노래에 어린 짙은 외로움과 깊은 상실감이 듣는 이의 가슴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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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잠깐 스치는 음악이 힐링이 되기도 한다. 음악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회상했다. 박정현은 "할만큼 했는데, 욕심이 많은가 아쉽다"며 입맛을 다셨다. 하림은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미소지었다. 수현은 "10년치의 배움을 한꺼번에 얻어가는 경험"이라며 웃었다.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