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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가 때 아닌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유병재는 "내게 애정을 가진 분들이 모여주신 이 곳에서 나로 인해 갈등과 다툼이 조장된 것은 내 잘못이다. 나에겐 단순한 문화취향이었던 것이 어떤 분들께는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 속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을 뿐 나도 젠더권력을 가진 기득권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조금 더 편한 시각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사실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유병재가 경솔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보다는 개인이 표현할 자유마저 옭아매는 과도한 족쇄라는 의견이 더 많다. 어떤 작품이 좋다고 말도 할 수 없는 건 공포정치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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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이 박동훈(이선균)의 일상을 도청한다는 설정 때문에 도청 논란이 야기되기도 했지만, '나의 아저씨'는 이를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이지안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건 시청자도, 제작진도, 배우들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도청 설정이 등장한 것은 사회성이 결여된 이지안이 박동훈을 이해하게 되는 유일한 매개체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제목 논란도 마찬가지다. '나의'라는 소유격과 '아저씨'라는 나이 많은 남자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함께 붙어 로리타 콤플렉스 조장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막말로 '나의 아가씨'나 '나의 강아지'라는 등의 제목이었어도 페미니즘 논란이나 동물 성애자 논란이 발생했을지는 사실 미지수다.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가 해당 논란을 조장하거나 그것을 포장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고 길을 헤매는 두 영혼이 서로의 상처와 외로움의 깊이를 이해하고 그것을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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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원석PD는 11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나의 남자'라기 보다는 소중한 사람이 됐다는 뜻으로 '나의 아저씨'라는 제목이 만들어졌다. 이지안이 도청하는 것은 어떤 한 사람을 철저히 이해하기 위한 극적 장치다. 도청과 폭력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진심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지은 역시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드라마상에서 도청, 폭력에 휘말린다는 것이 도청과 폭력을 조장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비윤리적이고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서 나쁜 걸 감추려는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지안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연기를 할 때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고 전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도청과 폭력, 불륜 등의 소재는 그동안 숱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차용된 것 들이다. 유독 '나의 아저씨'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다.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개인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병재에게도, '나의 아저씨'에게도 좀더 표현할 자유를 주는 것은 어떨까. 이번 유병재 논란이 유독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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