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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고창석 보인다" …'우만기', 이러니 믿고보는 '갓명민'이지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4-04 08:4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김명민이 '연기본좌'라 불리는 이유를 입증했다.

3일 방송된 KBS2 월화극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는 김명민의 좌충우돌 육체 임대 수난기가 그려졌다. 송현철B(고창석)는 유족들이 시신을 화장한 탓에 돌아갈 몸이 없어졌다. 이에 송현철A(김명민)의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했다. 송현철은 아내 조연화(라미란)를 찾아가 둘만 아는 추억을 구구절절 늘어놨지만 조연화는 그런 송현철B를 문전박대했다. 결국 송현철은 택배 사원으로 변장까지 하고 친구를 가장해 가족들에게 1억 원의 돈을 전했다. 그토록 사랑했던 딸 송지수(김환희)도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다.

송현철A의 가족 또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송현철A의 아내 선혜진(김현주)은 설거지를 자처하고 식사를 챙기는 등 전과 180도 달라진 남편의 태도에 의아해했다. 송현철의 내연녀 곽효주(윤지혜)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며 잠시 열었던 마음의 문을 닫긴 했지만, "아침은 굶으면 안된다"는 송현철의 말에 잠시 감동하기도 했다. 송현철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괴로워했다. 그러다 엘리베이터에서 선혜진과 마주치고는 설렘을 느꼈다. 자기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송현철은 큰 혼란에 빠졌다.

김명민은 송현철A로도, 송현철B로도 살아갈 수 없는 기묘한 빙의 상태를 웃픈 코미디와 휴머니즘으로 그려냈다. 다른 이의 몸에 들어갔음에도 여전히 아내와 딸을 걱정하고, 특히 멀리서 딸을 바라보며 홀로 슬퍼하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면서도 코미디를 놓치지 않았다. "내가 코믹 연기를 해버리면 극 자체가 오버스러워질 것 같아 일부러 코미디를 하려 하지 않았다"던 김명민이었지만, 송현철의 혼돈의 카오스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며 웃음을 자아낸 것. 송현철 본인은 돌아갈 육신이 없어졌고, 가족들은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지만 그의 의지와 정반대로 돌아가는 사건 전개가 워낙 유쾌한 톤으로 그려진지라 반전의 해학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김명민의 연기 디테일이었다. 송현철은 한 배우가 같은 얼굴로 두 가지 캐릭터를 모두 표현해야 하는 극한 캐릭터다. 만약 송현철A,B의 경계를 배우가 보여주지 못하면 시청자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기에 제작진은 '연기 잘 하는 배우'를 캐스팅 조건 1순위로 잡아놓고 김명민을 섭외했다. 그리고 제작진의 선택은 옳았다. 김명민은 까칠함을 넘어 인성이 의심될 만큼 냉혹한 독설가였던 송현철A를 치명적인 비호감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송현철B가 빙의된 뒤에는 얼핏 얼핏 고창석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 고창석의 연기 톤을 그대로 옮겨와 시청자를 탄복케 했다. 김명민의 연기 덕분에 시청자도 큰 혼란 없이 송현철B의 영혼 빙의 설정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에 '우리가 만난 기적'은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방송된 '우리가 만난 기적'은 9.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8.2%)보다 1%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키스 먼저 할까요'는 8.1% 10%, MBC '위대한 유혹자'는 1.9% 2.1%의 시청률을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아직 '키스 먼저 할까요'가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키스 먼저 할까요'는 60분 분량 미니시리즈 한 편을 두 회로 나누어 방송하는 형태룰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좀더 제대로 된 비교를 하려면 전,후반 시청률을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전체 평균 시청률과 비교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계산했을 때 '키스 먼저 할까요'의 평균 시청률은 9.05%다. 평균 시청률로 계산한다면 '우리가 만난 기적'이 시청률 1위를 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어쨌든 '우리가 만난 기적'은 배우들의 열연과 쫀쫀한 대본, 군더더기 없이 빠른 연출로 큰 호평을 얻고 있다. 이 드라마가 완벽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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