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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아(phobia, 공포증)'란 어떤 대상에 대해 공포심을 갖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특정 대상을 앞에 붙여 'OO포비아'라고 한다. 게임을 두려워하는 공포 증상은 '게임 포비아(game hobia)'다. 최근 우리 사회는 충격적인 범죄를 게임과 관련 있다고 포장하는 '게임 포비아'가 만연해 있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수사팀은 해당 사건이 게임보다는 범인이 성장한 가정환경, 학교 또는 근무환경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도 미디어에서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게임에서 찾는 경우가 절대 적지 않다. 비록 후에 게임이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도, 어떤 경우에서든 게임을 해당 사건과 연관 짓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사회 통념이 '게임 포비아'다. 그렇다면 왜 사회에서 게임을 두려워하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특정 매체에 대해 보내는 부정적인 시선은 게임에 국한되지 않고, 소설, TV, 음악,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에는 대부분 존재해 왔다. 이런 부정적인 시선은
'뉴미디어 포비아'와 '신세대문화 포비아'로 설명할 수 있다.
'뉴미디어 포비아'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는 데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발생한다. 새로 등장한 기술과 미디어에 저항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새 기술이 유해하다는 '공포'를 퍼뜨린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1800년대 초 유럽에서는 대중소설 인기가 상승하면서 엘리트 계층이 누리던 신문들이 선정적 소설책 때문에 모방범죄가 급증한다고 비판했다.
'신세대문화 포비아'는 기존 질서(기성세대)가 익숙하지 않은 문화적 경향성에 대해 "저속하다", "버릇없다", "전통을 해한다"며 낙인찍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윤리적, 교육적 담론을 전술적으로 활용하면서 발생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1960년대는 만화가 청소년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어린이날을 맞아 '만화 화형식'을 가졌고, 1970년대는 '가요계 정화 운동'을 명목으로 '퇴폐' 가요로 지정된 수 백곡을 금지 조치했다. 지난 1997년 제정된 '청소년 보호법' 이후 일본 불량 만화 수백만 권이 폐기됐고, 2000년대에도 가요 수 천곡이 '청소년 유해 매체'로 지정됐다.
'뉴미디어 포비아'와 '신세대문화 포비아'는 게임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게임은 '염려'와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됐다. 특히 학부모에게 게임은 게임이 자녀 교육 환경과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대상이 됐다. 사실 부모는 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잘 알면서 게임을 즐기는 자녀와는 심리적 거리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게임이 사회적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게임에 대한 염려는 혐오로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게임과 게이머를 비정상으로, 게임을 교육에 방해되는 요소로, 건강을 해치는 원흉으로, 현실적인 유용성이 없는 부정적인 세계로 인식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9일 열린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는 "특정 매체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연구가 진행되면, 대중매체에 의해 공포가 전파되고 정치인이 개입하면서 공포에 대한 이유를 지지하는 연구가 진행된다"며 "'게임 포비아'는 이 과정을 통해 발생했으며, WHO에서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새로운 공포가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