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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딸같은 아이들이기에"…조민기, 해명 아닌 사과 필요한 이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2-22 11:1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제는 배우 조민기도 '사과'를 해야할 때다.

조민기가 성추행 폭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조민기는 21일 방송된 채널A '뉴스 TOP10'에서 "교수직으로 스케줄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7년을 근무했는데 남는 게 이거(성추행 의혹)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교수라는 명예보다 내 모교고 내 후배들이라 와 있었다. 그런 학교에서 음해가 계속되면 난 있을 이유가 없다. 팔자에도 없는 교수 한답시고 1학기부터 시작해 2학기 때까지 오는 게 '이제는 나 하나 다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족까지 다치겠다' 싶어 진술서를 쓰며 1차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후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도 "내 딸과 같이 동갑이니까 친구하라고 했던 애들인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조민기의 발언은 성추행에 대한 무죄를 입증할 만한 물적 증거나 정황 증거를 포함한 것이 아니라, 감정에 호소한 토로라는 것이다.


반면 학교 측과 학생들의 증언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청주대학교의 징계의결서와 징계사유설명서를 보면 조민기가 평소 자신의 오피스텔로 학생들을 불러 술을 마시다 자고 가게 했고, 공연 준비과정에서 신체 접촉으로 불쾌감을 주고, 여학생에게 노래방에서 뽀뽀를 강요하고 언어적 성희롱으로 느낄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한 사실 등이 적시되어 있다. 조민기 또한 학생들과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술을 마시고 신체 일부분을 터치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불순한 의도로 신체적인 접촉을 하거나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따랐지만, 정황 증거만 따졌을 때는 조민기에게 불리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학생들의 증언도 마찬가지다. SNS와 청주대 게시판을 통해 피해사실을 폭로한 연극배우 송하늘과 김 모양은 "조민기의 성추행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학교 근처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러 술을 먹였고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했느냐' '어땠나' 라는 등의 질문을 농담식으로 쏟아냈다", "팀 회식 MT 노래방 공개연습에서도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등을 쓰다듬었고 '흥분 연기가 안되니 돼지 발정제를 먹어야겠다' '가슴이 작다'는 등의 성적인 발언을 했다", "힘으로 제압해 침대에 눕힌 뒤 배에 올라타 얼굴에 크림을 발랐다", "강제로 뽀뽀를 하고 여학생들에게 후배위 자세를 취하게 하는 등 성추행이 자행됐다", "옷 안에 손을 넣고 잠들었다"는 등의 고백을 이어갔다.

KBS '뉴스9', SBS '8시 뉴스', JTBC '뉴스룸' 등의 매체와 인터뷰를 한 피해 학생, 혹은 목격자도 "조민기가 과도한 스킨십을 하고 술에 취해 여학생의 가슴을 만졌다", "새벽에 개인적으로 연락해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했다"는 등 비슷한 맥락의 증언을 했다.

이처럼 조민기의 주장에는 없는 적나라한 대사와 구체적인 상황 표현이 피해자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고 다수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대중은 조민기의 말보다 피해자들의 말에 설득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성추행에 대한 사실 여부는 경찰 조사 및 재판을 통해 가려질 문제다. 그러나 어떠한 목적과 의도를 갖고 있었든 성추행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때 성립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조민기는 "딸 같은 아이들"이라며 변명만 하고 있으니 대중이 느끼는 실망감을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중이 분개하고 있는 건 조민기 또한 딸을 가진 아빠라는 사실이다. 조민기는 '아빠를 부탁해' '졸혼수업' 등을 통해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특히 딸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드러내 '딸 바보 아빠'에 등극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가 의도야 어쨌든 딸 또래의 여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것 자체가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는 게 대중의 생각이다.


이제 더 이상의 변명은 필요없다. 개인적인 억울함과 진실은 사법기관을 통해 명명백백히 풀 문제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중과 학생들의 믿음을 저버린 일 자체에 대해서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할 때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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