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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크로스'가 매회 마지막회인 듯 내일이 없는 폭풍 전개로 안방극장을 초토화시키며 괴물 드라마의 저력을 입증했다. 특히 고경표의 폭주 연기와 허성태의 안면몰수 연기는 시청자들의 숨 쉬는 타이밍마저 빼앗은 채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매일 복수의 메스를 갈고 닦으며 아버지를 죽인 가해자 형범과의 재회를 기다려온 인규와 자신을 살해하려는 죽음의 처방인 줄 모르고 그에게 명줄을 맡겼던 형범. 서늘한 살기가 넘치는 두 사람의 일촉즉발 대립은 안방극장에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와 함께 "나도 아는 게 하나 있는데 네가 모르는 네 애비 마지막. 네 애비가 찾아왔었어. 애새끼가 둘인데 돈이 필요하다고. 딸 수술비도 없는데 아들이 운동화를 사달랬다나?"라며 "그런데 말이야. 웃기는 게 뭔지 알아? 제 발로 찾아온 네 애비가 나한테 빌었어 살려 달라고. 무릎까지 꿇고. 병신같이"라고 비웃으며 인규를 도발하는 형범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특히 이 날 '크로스' 6회의 정점을 찍은 건 마지막 5분이었다. 형범이 교도소 의무과장 지남(유승목 분)의 아들 성호(하회정 분)를 주전부리로 꾀며 약을 빼돌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휘몰아치는 전개를 이어갔던 '크로스'는 마지막 5분을 남겨놓고 생사의 갈림길에 처한 형범-성호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모두를 긴장하게 만든 것.
위급 상태에 놓인 성호를 살리기 위한 인규-지남의 고군분투와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형범이 피를 토하며 병원으로 실려가는 모습이 동시에 담겨 마지막까지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이어갔다.
뿐만 아니다. '크로스' 6회 방송 말미 모두의 예상을 깨고 만식(정도원 분)이 고의적 사고를 위장한 차량전복사고를 꾸미고 의식불명의 형범을 빼돌리는 장면은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기에 충분했다. 60분 내내 인규-형범의 살벌 대치, 형범의 도발과 인규의 폭주, 성호의 목숨줄을 쥔 형범의 계략, 생사 갈림길에 놓인 형범-성호, 형범의 탈옥 등 폭풍 전개를 이어간 '크로스'는 예측불허 전개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극 텐션을 끌어올리는 고경표-허성태의 연기가 폭발했다. 고경표는 허성태의 도발에 이성의 끈을 놓을 때는 목 핏대까지 세우며 분노에 일렁이는 눈빛-표정으로 인규의 처절함을 표현했고 과거 자신의 철없는 행동에 아버지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할 때는 "아버지 죽인 김형범도 죽도록 싫지만 오늘은 제 자신이 더 싫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처연한 눈빛으로 인규의 한을 그렸다.
또한 자신에게 "고마워. 강선생. 참 좋은 의사야"라고 말하며 진심 어린 눈빛을 건네는 교도소 무기수 규상을 대할 때는 깊은 눈빛으로 인규의 따뜻함을 표현하는 등 미묘한 감정을 말투-눈빛-호흡에 담아낸 다채로운 연기로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며 빛나는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또 절대악 김형범의 탄생에는 허성태의 열연이 뒷받침됐다. 살기 가득한 눈빛과 섬뜩한 미소로 자신이 과거에 한 잘못은 완전히 지운 채 자신을 파멸시키려는 인규를 향한 분노와 지남의 아들 성호를 미끼로 낚는 악마 본색을 드러내며 극의 긴장감과 압박감을 최고조로 상승시켰다.
이처럼 책정 불가능한 LTE급 폭풍 전개로 시청자들의 예상을 뒤엎은 '크로스'가 앞으로 어떤 스토리로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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