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장승조 "'돈꽃' 대본 나올 때마다 죽을까 걱정했죠"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너무나 애정이 컸고 힘을 쏟았던 작품이기에 '돈꽃'을 보내는 마음이 좋지 못한 장승조다. 심지어 중간 중간 '장부천이 죽을까 봐' 불안한 마음까지 있었다. 그만큼 사랑했던 작품, '돈꽃'이다.

뮤지컬 '청혼'(2005)으로 데뷔했고 '늑대의 유혹'(2011), '쓰릴미'(2011), '더 데빌'(2017) 등 인기 작품에 출연한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뮤지컬계의 톱배우로 영화계에도 진출했고, 독립영화의 주연을 맡고 상업영화인 '불량남녀'(2010) 등에도 출연했다. 드라마 경험 또한 탄탄했다. 지난 2014년 OCN '신의 퀴즈 시즌4'를 시작으로 tvN '라이어 게임'에도 출연했고 MBC '화정'(2015)으로 사극에도 도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SBS '내 사위의 여자'로 아침드라마계의 황태자로 떠올랐고 MBC '훈장 오순남'을 거쳐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 '돈꽃'의 장부천 역으로 사랑받았다.

장부천은 극중 청아그룹의 후계자지만, 모자르고 지질한 바람둥이 캐릭터로 등장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며 강필주(장혁)에 밀린 처절하고 기구한 인생을 표현하는 캐릭터로 변화하는 역할. 특히 나모현(박세영)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면서도 내연녀 윤서원(한소희)이 낳은 아들에게도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내는 모습을 연기했다. 특히 장부천은 청아그룹의 핏줄이 아니라는 출생의 비밀까지 간직한 복합적 연기를 소화하며 '미친 연출력'이라는 '돈꽃'에 '미친 연기력'을 더해내며 시청자들에게 인식됐으며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2017 MBC 연기대상에서 주말극 부문 남자 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장승조는 포상휴가를 다녀온 다음 날부터 인터뷰에 돌입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 덕분에 매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던 그다. 포상휴가를 다녀왔기에 피곤한 마음도 컸지만 기꺼이 기자들 앞에 앉아 벌써 그리운 작품, '돈꽃'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돈꽃'의 포상휴가는 '즐거움' 그 자체. 14년 만에 내린 폭설 때문이었는지 멋있는 설경을 감상할 수 있었고 사랑하는 선배님들과 후배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행복하고 즐거웠단다. 포상휴가는 드라마가 잘 돼야 가능한 이야기였고, 장승조는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며 포상휴가까지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장부천은 극중에서도 마음이 짠해지는 인물.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하고 자신을 연민하도록 만드는 눈빛과 캐릭터 덕분인지 장부천은 주인공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장승조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하면서 점점 더 그렇게(불쌍하게) 된 거 같다. 감독님이 처음엔 '이 인물은 굉장히 감정표현이 복잡하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하셨는데 정말 복합적인 캐릭터였다"며 "구상할 때 고민하고 열심히 했는데 시청자들도 그렇게 잘 봐주시니 감사했다"고 말했다.

'돈꽃'이 사랑 받을 수 있는 동시에 모든 캐릭터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극본과 연출의 힘이었다. 장승조는 연출을 맡았던 김희원 PD에 대해 "엄청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연기를 할 때의 코멘트도 섬세한 데다 방송으로 드라마를 볼 때 순간 순간 놀라는 부분까지 만들어줬던 그의 연출력이 박수를 보냈다.

"정말 엄청나죠. '이 장면을 이렇게 찍네, 와 이걸!' 이렇게 감탄할 정도였어요. 저희는 저희가 찍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전부 방송으로 확인하잖아요. 어떤 음악이 들어가고 어떻게 편집되고, 또 어떻게 앵글이 보여지는지도 전부 다요. 정말 모두가 인정한 엔딩이었어요. 저도 엔딩을 볼 때는 소름이 돋았거든요. 감독님이 생각하는 라인 안에서 배우들이 조금 더 벗어나거나 도드라지거나 부족하면 그걸 통해 배우들을 딱 멋있게 만들어주는 거 같아요. 굉장히 멋있게 만들어주세요. 연기를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줬죠. 그러면서 배우가 표현하는 것을 다 존중해주시고 자기 색도 만들어가고요. 정말 대단한 사람 같아요. 장혁 형도 매일 '우리 김희원 감독! 와!' 이렇게 매번 칭찬했어요."

장승조가 '돈꽃'을 하며 특히 힘이 됐던 것은 함께하는 배우들의 합도 있었지만, 장승조를 응원하고 지켜봐주는 댓글들도 있었다. 장승조는 "배우들끼리도 댓글을 보고 '어떤 댓글이 있더라'고 얘기를 나누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댓글은 '부천이 죽으면 안돼'였다고. 실제로 그 댓글을 보면서 장승조도 역시 장부천이 극중 죽음을 맞이할까봐 걱정했었다고.

"저도 그렇고 배우들도 그렇고 다 부천이가 죽을 줄 알았어요. 생각할수록 엄마(극중 정말란)가 저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제가 죽어야 엄마가 한을 품고 강필주에게 복수를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미숙 선배님도 저보고 '너 죽을 거 같지 않니?' 이렇게 물으시고 그랬어요. 저는 '그러면 안되는데'했죠. 게다가 중간에 교통사고도 났잖아요. 그 교통사고를 낸 차량이 누군지도 몰랐고요. 저희는 다음 대본을 받고서야 '대박, 이렇게 되는구나' 했었죠. 그 대본을 받기 전까진 몰랐거든요. 그래서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이번엔 어떤 대본이 나올지."

'돈꽃'의 대본은 항상 반전과 '빅픽처(큰 그림)'의 연속이었다. 대본 리딩을 통해 배우들도 감탄에 감탄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연출과 대본이 모두 탄탄했던 '돈꽃'이었기에 배우들 역시 매회 대본이 나오는 시간을 기다렸고 대본이 나오자마자 감탄했다.

"저희끼리 대본이 나오면 어떤 사건이 있을지, 어떤 반전이 있을지, 강필주가 또 어떤 빅픽처를 그릴지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품었어요. 그렇게 대본 리딩을 한 번 하면 그제야 '와 진짜 재밌다'면서 어떤 신이 중요하고 어떤 장면을 어떻게 찍어야 된다고 서로 의견도 많이 내고 얘기도 많이 한 거 같아요. 그렇게 회의를 하고 신을 찍고 방송을 보고 좋아하고요. 이미숙 선배님이 '몇 십년 연기 인생 중 최고의 팀'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이제 겨우 드라마 해본지 4~5년 됐는데 선배님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좋더라고요."

좋은 작품에 출연했던 덕분인지 장승조에 대한 평가도 좋다. 주말극을 늘 해보고 싶었다던 그가 갈증을 해소했고 그로 인해 상도 받았다. 좋은 반응까지 얻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앞섰단다. 앞으로 어떤 인물을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뭐든 잘해보고 싶다는 그다. 또 다른 모습에도 꾸준히 도전하고 싶다고. 그가 원하는 것은 늘 '무대'지만, 이제는 카메라 연기에도 욕심이 생겼다. 장혁의 말처럼 '카메라를 끌고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이미숙 선배님이 감옥 신을 찍는데 스태프들이 바로 '키야!' 이렇게 환호상을 지르는 거예요. 저도 바로 감탄사가 나왔죠. 진짜 멋있었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이 (장)혁이 형 보고 '카메라를 끌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있던 무대에서도 '관객을 끌고 다닌다'는 말이 있거든요. 근데 혁이 형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카메라를 끌고 다니는 연기가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카메라 앞에서는 과장되지 않은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저도 '카메라를 끌고 다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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