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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인생을 뒤흔든 사건 그 이후,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
'그사이'는 쇼핑몰 붕괴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생을 뒤흔든 사고와 남겨진 사람들의 삶 '사이'를 가로지른 상처가 16회 내내 생생하게 그려졌다. 강두의 트라우마, 문수의 죄책감, 다시는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없게 된 윤옥(윤유선 분)과 동철(안내상 분) 그리고 강두와 문수가 만났던 수많은 유가족들까지. 이들이 짊어진 각각의 아픔은 섬세한 감정선까지 치밀하게 쫓는 제작진의 세공력에 힘입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무엇보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 억울하게 자살한 건축사의 아들 주원(이기우 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진(강한나 분)의 아픔도 조명하며 이들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기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며 진정한 의미의 회복을 그렸다. 강두와 문수가 무너진 쇼핑몰 기둥으로 추모비를 세웠듯, 잊지 말아야 할 아픔과 기억해야 할 사람들의 삶을 그린 '그사이' 자체가 가슴 속에 세워진 추모비였다.
붕괴사고의 생존자이자 유가족인 강두와 문수가 서로에게 서서히 물들어가는 시나브로 로맨스는 차별화된 감성을 이끌어냈다. 사고로 인한 상처로 오랫동안 아파했던 강두와 문수가 서로를 통해 무너졌던 일상을 회복하고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못했던 아픔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며 치유해가는 과정은 사랑의 필요한 이유를 감성적으로 역설했다. 드라마를 시작하며 김진원 감독이 "사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시선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무엇이 있어야 회복할 수 있는지 담고 싶었다"고 밝혔듯 강두와 문수 뿐 아니라 할멈(나문희 분), 주원, 유진, 마리(윤세아 분), 완진(박희본 분), 상만(김강현 분), 진영(김민규 분)까지 아프고 상처받은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피어나는 사랑, 우정, 유대감을 통해 회복해갔다. "문수가 나를 사랑한다. 살아남아서 다행"이라는 강두의 말처럼 여전한 불행과 고통에도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만들어주는 강두와 문수의 사랑은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도 희망이었고 위로였다.
이준호X원진아 배우의 발견! 매회 명장면 탄생시킨 배우들의 힘
감성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들은 '그사이'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다. 이준호는 첫 주연작임에도 깊이 있고 힘 있는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특히 마지막 강두가 벼랑 끝에 몰리며 펼쳐 보인 이준호의 열연은 시청자들이 강두의 인생에 그대로 몰입하게 만들며 감동을 배가시켰다. '그사이'로 얼굴을 알린 원진아는 섬세한 감성까지 살리는 연기로 차세대 기대주로 우뚝 섰다. 이기우와 강한나는 쉽지 않은 캐릭터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전하며 사고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녹여냈다. 인생의 깊이를 담아낸 연기로 무게감을 더한 나문희의 명불허전 연기는 매회 명장면과 명대사를 만들어냈다. 현실감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을 온 몸으로 표현한 윤유선, 안내상을 비롯해 태인호, 윤세아, 김강현, 박희본까지 곳곳에 포진했던 배우들의 호연은 극을 탄탄하게 담금질했다.
한편, '그사이'는 거칠지만 단단한 뒷골목 청춘 강두와 상처를 숨긴 채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건축모형제작자 문수, 인생을 뒤흔든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두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서로에게 물들어가며 치유와 회복을 가져온 강두와 문수의 치열한 사랑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가슴 찡한 울림을 선사한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지난 30일 뜨거운 호평 속에 종영했다. 후속으로 오는 2월 5일(월) 밤 11시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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