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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부산행' 마동석·김의성 있다면 '염력'엔 정유미·김민재 있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01-27 11:0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상호 감독의 작품에는 주연만큼 존재감이 드러나는, 짧지만 강렬한 등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심(心) 스틸러가 존재한다. '부산행'(16)에서 마동석과 김의성이 그랬듯 이번 '염력'에서는 정유미와 김민재가 심 스틸러로 활약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지고 대한민국 긴급재난 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좀비버스터 '부산행'. 2016년 여름 개봉한 '부산행'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로 개성 강한 연출력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의 첫 번째 실사영화이자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충무로 금기로 여겨졌던 좀비 소재에 과감히 도전한 '부산행'은 1156만명의 관객을 동원, 그해 유일한 1000만 돌파 영화로 기록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신선한 소재, 탄탄한 구성, 독특한 캐릭터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추며 흥행에 성공한 연상호 감독은 데뷔작 '부산행'을 통해 연출력과 기획력을 동시에 입증받으며 흥행 감독으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스토리에 적절하게 녹아들고 지금껏 본적 없는 신선한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자'로 배우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한 것. 이를 증명한 대목이 '부산행'에서 '한국형 헐크' '한국 터프가이'로 많은 인기를 얻은 상화 역의 마동석과 '명존쎄(명치를 매우 세게 때린다)'를 유발하는 악역으로 한국 영화에 새 지평을 연 천리마고속 상무 용석 역의 김의성이다.


마동석은 '부산행'에서 임신한 성경(정유미)을 지키는 남편 상화로 변신, 맨손으로 좀비들을 제압하는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수안(김수안)에게 성경의 배를 가리키며 "내가 만든 것"이라는 예상치 못한 유머를 전함과 동시에 아내 성경을 지키기 위해 섬뜩한 좀비와 맞서는 카리스마를 동시에 선보여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관객의 눈도장을 찍었다.

김의성 주먹을 부르는 '악의 끝'으로 관객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갑자기 닥친 재난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안달이 난 인물이었던 용석. '나 하나만 살면 된다'라는 일념으로 정차 없이 부산행 직행을 외치는 용석은 온갖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아 '부산행'을 위험에 빠트린 캐릭터였다. 이런 용석을 완벽히 소화한 김의성은 그야말로 '만인의 분노유발자'로 등극, '부산행'에서 많은 호평과 사랑을 받았다.


이렇듯 마동석과 김의성은 '부산행'에서 빠질 수 없었던 신 스틸러로 활약했는데, 이번 신작 '염력' 역시 마동석, 김의성 못지않은 정유미와 김민재가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유미는 '염력'에서 자신과 회사의 이익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대기업 상무, 홍상무 역으로 등장한다. 홍상무는 심기가 불편할수록 웃음소리와 목소리 톤은 더욱 높아지고 어떤 상황이 펼쳐져도 당황하거나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멘탈갑(甲)' 빌런이다. 자신의 사전에 실패란 없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루는 야심가이며 선한 인상, 여리여리한 외모와 다르게 잔혹한 폭력성을 가지고 있는 역대급 악역인 것. 실제로 정유미는 그동안 작품을 통해 사랑스럽고 순수한 '로코퀸'의 매력을 펼친바, '윰블리'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호감형 배우'였다. 이러한 정유미가 '염력'을 통해 데뷔 이래 첫 악역에 도전했고 그 도전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선한 정유미의 외모와 통통 튀는 쾌활함은 홍상무의 캐릭터를 더욱 상큼, 발랄하게 또 광적으로 만들었다. 그가 등장한 장면은 단 세 장면. 하지만 역대급 악역으로 변신한 정유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여운을 남긴다.

정유미와 톤이 다른 현실형 악당, '갑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을이었던' 민사장 역의 김민재도 '염력'의 숨은 공신이다. 민사장은 홍상무가 철거민을 쫓아내기 위해 고용한 사설 철거 업체의 리더다. 시도 때도 없이 신루미(심은경)와 그의 이웃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악역이다. 부하들을 대동해 신루미 일행을 몰아내는 데 온 힘을 쏟아 내던 중 초능력을 과시하는 신석헌(류승룡)의 등장에 속수무책 당하는 '웃픈' 캐릭터로 '염력'의 웃음을 담당한다. 처음 본 고급 레스토랑에 호들갑을 떠는 오른팔 부하(태항호)를 보며 한편으로 짠해진 민사장은 "형이, 이런 데 자주 데려올게"라고 말하며 애틋한 브로맨스를 선사, 깨알 재미를 안긴다. 정유미와 정반대 지점의 악당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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