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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1987년 6월,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수령이었던 6월 민주항쟁이 2017년 12월 극장가를 찾았다. 30년 전 광장에 모인 뜨거운 목소리가 30년 뒤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든 이들에게 외친다. 위로와 용기, 그리고 희망. 2017년 마지막을 장식할, 더할 나위 없는 웰메이드 항쟁극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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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원 처장 역의 김윤석, 박종철 화장 동의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이는 서울지검 공안부장 최환 검사 역의 하정우, 사건의 진실을 담은 옥중서신을 전달하는 교도관 한병용 역의 유해진, 87학번 대학 신입생 연희 역의 김태리, 박 처장의 부하이자 대공분실 조반장 역의 박희순, 박 처장의 오른팔 대공수사처 유과장 역의 유승목,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끝까지 매달리는 사회부 윤상삼 기자 역의 이희준 등이 영화의 굵직한 스토리를 이끈다.
또한 사건의 진상을 담은 문건을 정의구현사제단에 전하는 재야인사 김정남 역의 설경구, 사건의 축소 사실을 담은 옥중 서신을 김정남에게 내보내는 재야인사 이부영 역의 김의성, 박 처장의 뒤를 든든하게 봐 주는 정권 실세 안기부장 역의 문성근, 사건 은폐 책임자인 경찰 총수 치안본부장 역의 우현, 고문 도중 사망한 대학생 박종철의 아버지 역의 김종수, 박종철의 시신 부검에 입회한 삼촌 역의 조우진, 박종철 사건 기사를 최초 보도한 일간지 사회부장 역의 오달수, 윤 기자의 데스크 사회부장 역의 고창석,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 역의 여진구와 정의에 맞선 또 다른 대학생 역의 강동원까지. 그야말로 충무로 최고의 라인업이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최고의 앙상블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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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에서 단 두 신(영정사진 제외) 등장한 박종철 열사를 연기한 여진구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눈빛과 몸짓만으로 공포에 질린 박종철을 표현한 여진구다. 그리고 박종철의 삼촌으로 조카의 시신을 직접 목도한 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연기한 조우진은 여진구 못지않게 짧은 등장이었음에도 강렬한 한방을 안겼다.
이렇듯 '1987'은 모든 균형이 완벽하게 조합된 웰메이드 항쟁극으로 관객을 찾게 됐다. 철저한 고증과 왜곡 없이 역사를 표현한 점이 무엇보다 보는 이들의 호감을 산다. 다수의 인물이 서로 촘촘하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격동의 드라마를 만드는 데 성공한 장준환 감독의 진심과 열정이 '1987'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1987'은 장준환 감독의 최고의 인생작이다.
올해 '공조'를 제외하고 성적이 좋지 않았던 CJ엔터테인먼트는 뒤늦게나마 '1987'로 자존심을 세웠다. 참담했던 '군함도'(류승완 감독)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의 굴욕을 '1987'로 만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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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1987' 스틸 및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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