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역시 신원호 PD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tvN 수목드라마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연출 신원호, 극본 정보훈)에서 주인공 김제혁(박해수)의 전 여자친구 지호 역을 맡은 정수정이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정수정이 연기하는 지호는 언제나 밝고 쾌활하지만 가끔 욱하는 성질을 감추지 못하는 피가 뜨거운 한의대생. 김제혁을 가르쳤던 김 감독의 딸로 11살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대학생이 되고 언제나 옆자리를 지켜주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제혁과 연애를 하며 사랑을 키워가지만 야구밖에 모르는 나무늘보 제혁에게 답답함을 느껴 이별하게 됐다. 하지만 한국 최고의 야구선수였던 제혁이 감옥에 들어가게 되고 그런 제혁을 외면하지 못하고 면회를 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그를 바라보며 복잡한 마음을 느낀다.
정수정은 이런 지호의 복잡한 심리 묘사를 섬세하면서도 쾌활한 캐릭터의 매력을 100% 살리면서 연기하고 있다. 자기 분에 못 이겨 버럭 화를 내고 욕설을 내뱉으며 기존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정수정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선을 끌었고, 김제혁을 바라보는 눈빛에 그리움과 복잡함, 애처로움을 담아내며 시청자를 설득시키고 있는 것. 특히 신원호 PD 작품 특유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대사들을 캐릭터의 녹이듯 소화해 눈길을 끈다.
앞서 지난 2009년 걸그룹 f(x)로 데뷔한 크리스탈은 지난 2010년 MBC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을 시작으로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SBS '상속자들',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올해 여름 방송된 tvN '하백의 신부2017'까지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크리스탈은 기존에 아이돌 그룹으로서 가지고 있는 '도도한 얼음 공주 이미지'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았고 대중에게 자신을 확실한 배우로 각인시킬 만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정수정은 기존의 세련되고 도도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닌 털털하면서도 욱하는 새로운 캐릭터로 배우 정수정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연출자 신원호 감독은 정수정 캐스팅에 앞서 자신이 전작인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걸그룹 출신 연기자들을 캐스팅해 명실상부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방송된 '응답하라 1997'에서 여 주인공 성시원 역을 맡은 정은지는 극중 찰진 사투리와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 정은지'로 재발견 됐고 2015년에는 '응답하라 1988'을 통해 걸스데이 혜리가 배우 입지를 굳혔다. 정은지와 혜리 모두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는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시작 전부터 '미스캐스팅' 논란에 시달려야 했지만 방송이 시작되자 배역과 싱크로율 100%의 모습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정은지와 혜리에 이어 신원호 PD를 만나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가수 크리스탈이 아닌 배우 포텐을 폭발시키고 있는 정수정. 앞으로 그가 보여줄 연기에 더욱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슈퍼스타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 분)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어 들어간 교도소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블랙코미디 드라마로 박해수, 정경호, 정수정 등이 출연한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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