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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지현우 "착한데 싸가지 없다던 20대, 절박함 생긴 30대"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11-18 10:0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국민 연하남'이었던 지현우도 어느덧 데뷔 16년차 중견 배우가 됐다.

지현우는 2001년 18세에 더 넛츠로 데뷔했다. 이후 KBS 20기 공채 탤런트에 최연소로 합격, 2004년 KBS2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시작으로 연기자로서 큰 인기를 끌게 됐다. 당시 지현우는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띠동갑 차이가 나는 예지원과의 러브라인을 감칠맛 나게 그려내며 '국민 연하남'에 등극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기점으로 지현우는 꾸준히 연기 변신을 시도했고 결과는 항상 '통'이었다. '황금사과'의 철부지 막내동생, '오버 더 레인보우'의 열정남, '메리 대구 공방전'의 한량 백수, '달콤한 나의 도시'의 젠틀한 연하남 등 거듭된 캐릭터 변신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나갔다. 군 제대 후에도 '트로트의 연인들' '앵그리맘' '송곳' '원티드'와 같은 작품 활동을 꾸준히 전개했다. 특히 '송곳'에서는 기존의 귀여운 연하남 이미지에서 탈피, 묵직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도둑놈 도둑님'에서는 유들유들한 카리스마를 뽐내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달려온 16년이란 시간 동안 지현우에게도 많은 변화와 성장통이 있었다.

"30대가 되면서 많이 바뀐 것 같다. 20대 때는 정말 쉬는 시간 없이 일만 했다. 더 너츠 활동도 하고 라디오 DJ도 하고 정신없이 활동했다. 그때는 '넌 착한데 싸가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말 거침없이 얘기했다. 연기도 흘러가는대로 했다. 지금은 참 많이 달라졌다. 20대 때와 달리 지금은 내 선택으로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더 소중하고 애착이 간다. 더 잘하고 싶고 좋은 걸 보여 드리고 싶다. 20대에는 신인의 귀여움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도 이해심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연기를 못하면 '몇 년을 했는데 똑같냐'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지현우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절박함이 생겼다'고 말한다. 배우라는 직업은 자신이 선택하기 보다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더더욱 주어진 틀 안에서 최선의 것을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커진다는 것.

"주변 친구나 후배들에게 '뭐든 십 년은 해봐야 조금은 안다'고 항상 얘기한다. 예전에는 이론이 왜 중요한지 몰랐다. 연기를 할 때도, 음악을 할 때도 실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른 이후 이론이 왜 필요한지 생각하게 되더라. 연기에도 분명 기초가 있다. 연구가 없으면 알맹이 빠진 느낌이 있더라. 이론이 없으면 지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연기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더 신중해진다. 20대 때는 정말 현장을 잘 즐겼다. 단순하게 즐겼다. 거침없이 답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때는이 감정은 이거 하나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선배님들을 보면 눈을 보고 연기할 때 상대의 진심이 느껴지면서 고민이 없어지고 그 사람에게 빠져 들어 연기가 될 때가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는 연기를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점이 온 것 같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지현우라는 배우의 향은 더 짙어졌다. 이번 '도둑놈 도둑님'도 마찬가지. '도둑놈 도둑님'은 MBC 파업 여파로 스태프나 감독이 촬영 때마다 바뀌기도 했고 방영 일정도 수차례 흔들렸다. 그러면서 안그래도 빡빡한 스케줄은 더욱 촉박해졌다. 감독 작가와 상의하며 캐릭터의 방향성을 찾고 현실성을 부여해야 하는 게 배우의 업인데 그것에 충실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건 배우 입장에서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현우는 진심을 담은 호소력 짙은 연기로 시청자의 감수성을 여러 번 흔들었다. 다소 답답하고 엉성한 전개와 정신없는 MBC 내부 상황 속에서도 '도둑놈 도둑님'이 선방할 수 있었던 건 이와 같은 지현우의 내공 덕분이다.


이제 지현우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물색할 생각이다. 자신을 비우고 또 다른 걸 채우며 힐링 타임을 가질 생각이다. 이런 휴식기야말로 연애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 아닐까 싶지만 그는 고개를 젓는다.


"예전에는 오히려 당당하고 쉽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일하면서도 연애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불안해졌다. 일을 하면 일밖에 모르고 이렇게 예민해지는데 이걸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이 확 들더라. 이걸 적당히 잘 헤쳐나가야 할 것 같다. 비율이 맞아야 하는데 일이 100이다.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다. 쉴 때 만났다가 내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면….(웃음) 20대 땐 어쩌면 그렇게 순간적으로 몰입이 잘 됐는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중간중간 답장하고 그런 거 못한다. 한 시간이라도 잠을 자야 집중이 되니까 이동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고 우는 신이나 진지한 신이 있으면 계속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은 진짜로 안하면 연기를 못하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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