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임수향에게는 '팔색조'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
"그 작품의 그 캐릭터가 지금 저 사람이라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작품에 따라 캐릭터에 맞게 얼굴을 바꿔 버리는 임수향의 연기는 항상 신선하고 재미있다.
드라마 데뷔작인 '신기생뎐'에서는 임성한 작가 특유의 허무맹랑한 막장 전개에도 절절한 눈물 연기를 선보이며 단번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이리스2'에서는 우월한 몸매와 강렬한 눈빛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에서는 데쿠치 가야 역을 맡아 야쿠자 보스로서의 카리스마와 함께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선을 그려냈다. '아이가 다섯'에서 귀여운 여우 장진주가 된 것도 잠시, '불어라 미풍아'에서는 희대의 악녀로 보는 이들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불어라 미풍아'는 촬영 중 부상으로 극에서 하차한 오지은의 후임으로 중간 투입되었음에도 이질감 없는 연기를 선보여 큰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인생에서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고민했다. 엄청난 도박이었다. 오지은 선배님이 워낙 잘하셨는데 갑자기 중간에 배우가 바뀐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런 악역을 해본 적이 없다.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이고 북한말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틀이란 시간 밖에 없었다. 결정을 하고 이틀 후 바로 촬영이었다. 방송에 내 모습이 나가기 전까지 심장이 미친 듯이 떨렸다. 세트 촬영을 많이 해봤는데도 그때 찍은 동영상을 보면 어미 잃은 새처럼, 갈 곳 잃은 아이처럼 눈물을 그렁그렁 하고 있다. 그 정도로 부담감이 엄청났다. 내가 폐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사실 그 드라마 만큼 시청률이 신경 쓰였던 적도 없었다. 다만 오지은 선배님과는 좀 다른 악녀를 표현하려 했다. 선배님을 따라하면 보는 분들이 더 혼란스러울 거라는 생각에 좀더 여성스러운, 나만의 신애를 만들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20대 여배우들은 연기력의 한계를 떠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게 본인의 의사일 수도 있고, 타의에 의해서 벌어진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청순가련형 여주인공 캐릭터에 갇힌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임수향은 이들과는 달리 장르나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것에 도전하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이번에도 KBS1 일일극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씩씩한 싱글맘 무궁화 역을 맡아 또 한번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게 좋다. 내가 이 캐릭터로 인기를 얻으면 다음 배역도 비슷한 게 들어온다. 자꾸 그렇게 하다 보면 배우 자체도 편한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작품 선택할 때도 그런 것들을 좀 염두에 두는 편이다. 너무 다른 이미지라 전 캐릭터랑 지금 캐릭터가 모두 나라는 걸 매치시키지 못하는 분들도 있었다. 나는 좋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고유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여러가지를 해도 늦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름을 알리기에 힘들긴 했지만 지금은 많이 알아봐주시고 스펙트럼이 넓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있어 좋다."
임수향은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미니시리즈, 주인공 이런 제한을 버리니까 기회도 많아졌다. 앞으로도 이것저것 많이 도전해 볼 생각이다. 사실 안 해본 게 많다. 코미디도 제대로 해보고 싶고 수사물도 해보고 싶다. 배역에 상관없이 영화도 해보고 싶고 연극도 하고 싶다. 연속극을 오래해서 연극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면 좋을 것 같나는 생각을 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한양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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