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왜 쉬지 않냐 고요? 배우라면 당연하죠. 앞으로 할 연기가 더 많은 걸요" 지난 30일 교통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사망한 배우 고 김주혁(45)는 생전 여러 매체와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해 '좋아해줘', '비밀은 없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홍상수 감독)에 이어 올해 1월 영화 '공조'로 관객을 만났던 김주혁. '공조' 개봉 이후 이후 4개월 만에 새로운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으로 돌아온 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 자리에서 "작품을 하고자하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연기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다. 이제야 조금씩 연기에 대해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이 부분을 수정하고, 이 부분을 살리고, 이렇게 발전하는 느낌이 든다. 이 감을 떨어뜨리고 싶지가 않다"며 웃어보였다.
이후 5개월 만에 김주혁을 다시 만났다. 지난 2013년 MBC '구암 허준'이후 4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tvN '아르곤' 촬영 및 방송을 모두 끝내고 난 뒤였다. 김주혁은 변함이 없었다. 다시 만난 그의 머리 속에는 온통 '연기' 생각뿐이었다.
이날 김주혁은 "배우가 안됐으면 무엇을 했을 것 같냐"는 물음에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매일 연기에 대해 고민한다. 연기 고민을 하지 않는 순간 배우로서의 삶은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기 생각 뿐이었던 김주혁. 그랬기에 그는 항상 대중을 실망 시키지 않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여 왔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과 '떼루아', 영화 '싱글즈'를 통해 로맨틱 연기를 보여주며 보는 이를 설레게 했으며 코미디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를 통해서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관객을 웃기기도 했다.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는 완전한 연애 숙맥이었다가도 '방자전'에서는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줬다.
특히 올해 '공조'와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통해 무자비하고 악랄한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지난 달 종영한 드라마 '아르곤'에서는 오로지 팩트만 따르는 정의로운 앵커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아르곤'에서 그가 보여줬던 정의롭고 철두철미하며 올곧은 그의 모습에서는 올해 초 영화 속에서 보던 살별한 악역의 모습은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 선보일 영화 '창궐' '흥부' '독전'을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김주혁의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었던 김주혁. "보여줄 연기가 더 많다"고 말하던 그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보여줬던 연기와 그 열정만은 영원히 대중의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배우 김주혁은 30일 오후 4시 30분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 인근 아파트 옆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김주혁이 몰던 벤츠 SUV 차량이 그랜저 차량이 그랜저 승용차와 충돌했고 총돌 후 인근 아파트 인도로 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벽면에 부딪힌 차량이 전복됐고 사고 발생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가 김주혁을 구조 후 병원으로 이송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오후 6시 30분경 숨을 거뒀다.
경찰은 정확한 교통사고 원인 규명 등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주혁 측 역시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확한 사망원인이 밝혀진 후에 장례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자세한 장례절차는 추후 전하겠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김주혁이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건을 조사 중이다.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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