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OCN 토일극 '구해줘'를 마친 배우 서예지를 만났다.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 집단 구선원에 맞서 첫사랑을 구해내기 위한 뜨거운 촌놈 4인방의 활약을 그린 작품. 서예지는 무지군 뜨촌4의 첫사랑 임상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임상미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서울에서 전학왔으나 쌍둥이 오빠(장유상)가 학교 폭력으로 자살하면서 인생 격변을 맞는 인물이다. 오빠의 자살로 정신줄을 놓은 어머니(윤유선)를 구하고자 아버지(정해균)와 함께 사이비 종교 구선원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아버지는 지나치게 종교에 빠져들었고, 임상미는 그를 탐하려는 백정기(조성하)의 마수에 갇혀 영모가 될 위기에 처한다. 꽃다운 임성미를 성노예로 만들려는 백정기의 집착은 보는 이들을 소름돋게 만들었다.
"대본을 보면서는 정말 소름끼쳤다. 상미가 겪어야 하는 아픔이 이렇게까지 많구나 싶었다. 그런데 조성하 선배님이 분위기를 계속 편하게 만들어주셨다. 계속 얘기도 하면서 리허설도 많이 했다.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선배님과 내가 유독 3일 동안 한시간도 못자고 촬영을 하고 겁탈신은 찍게 됐다. 상미가 겁탈당하면 안되는데 너무 피곤하다 보니 내가 점점 백정기를 막지 않고, 선배님도 손이 느려지고 그러더라. 감독님이 상미는 당하면 안된다며 NG를 외치셨다. 선배님과 너무 친해져서 부담감 없이 촬영했다."
서예지는 "임상미에게 있어 가장 무서웠던 건 백정기가 아닌 아빠"라고 말한다. "백정기가 사실 무서운 존재였다. 실제 연기를 하다 보니 너무 지쳤다. 조성하 선배님이 내가 힘들다는 걸 알고 웃으면서 분위기 띄워주시곤 했다. 상미에게는 가장 사탄 마귀였다. 자꾸 상미화가 되고 감정이입이 되다 보니 중반부터는 구선원이 정말 미워지더라. 선배님들께 가서 애교도 부리고 해야하는데 너무 미웠다. 감독님도 '이미 상미화가 됐다'고 하셨다. 그래도 제일 무서운 건 아빠였던 것 같다. 그렇게 돌변하는 아빠의 모습이 더 무서웠다. 그런 면이 오히려 현실을 많이 반영한 것 같다. 실제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 그런 모습이 보여지지 않았나 해서 안타까웠다."
'구해줘'는 서예지에게 아주 특별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처음 배우로서 연기 맛을 본 건 '감자별'이었지만, '구해줘'는 배우로서 한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연기 맛은 '감자별' 때부터 호되게 알았다. '감자별'과 '구해줘'는 캐릭터 갭 차이가 크다. 연기라 생각하지 않고 이입해서 그런지 편해서 그런지 맞춤옷을 입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작품보다 편했던 작품인 것 같다. 나한테는 최고의 작품이었지만 가장 편했고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매번 다른 옷을 입고 벗어야 하는 게 배우라는 직업이지만, 이 정도로 딥한 연기를 펼친 뒤에 오는 정신적 타격감은 엄청나다. 서예지 또한 아직 '구해줘'의 임상미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도 못 헤어나오고 있는 것 같다. 끝난지 됐는데도 계속 집에만 있고 못 헤어나온다. 회사 매니저들도 많이 걱정하신다. 밝아지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아직 상미화가 되어있나 싶다. 상미는 밝아지려 하는 게 아니라 벗어나고 싶어서 기다리고 고군분투 하는 캐릭터다. 나도 벗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벗어나려면 차기작 캐릭터를 만나야겠다 싶더라. 다른 캐릭터에 이입해서 상미를 떨쳐내고 거기에 몰입해서 살아가는 게 연기자가 사는 길이구나 싶었다. 나도 '구해줘'가 끝나고 화보 찍고 하다 보니 웃는 모습이 어색해지더라. 웃는 장면에서 NG가 났다."
사실 서예지는 '감자별' 이후 쭉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무림학교'의 순덕, '화랑'의 숙명 등이 아픔과 사연이 있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리고 이번 '구해줘'로 정점을 찍었으니 배우로서도, 인간 서예지로서도 쌓인 피로감은 상당할 터다.
"사실 많이 지친다. 실제로 반영되다 보니 나도 우울함이 오긴 한다. 갖고 있는 목소리 때문인지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좀더 보게되는 것 같기도 하다. '감자별' 캐릭터는톡톡 튀고 밝았는데 점점 어두워졌다는 팬분들이 있어서 보답으로 밝은 걸 빨리 보여 드리고 싶다. 사실 '구해줘'를 부담을 갖고 촬영하진 않아서 차기작이 부담스럽진 않다. 오히려 선배님들과의 호흡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다음 작품은 어떨지 더 설레고 또 다른 것에 도전하고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만 전작의 캐릭터와 다음 작품의 캐릭터가 겹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은 있다, 다음 캐릭터에 상미가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어떻게 연구할지 노력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킹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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