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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숨바꼭질'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 관객의 동골을 서늘하게 했던 허정 감독이 소리가 주는 공포를 내세운 새로운 호러 스릴러 영화 '장산범'을 들고 올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리기 위해 관객을 찾아왔다.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장산범'은 어떤 이들에게는 가장 익숙한 소리로, 또 어떤 이들에게는 두려운 소리로, 때론 그리운 소리로 사람들에게 가장 약한 감정을 건드리며 관객의 허를 찌르는 스릴러적 재미와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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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를 가장 좋아한다, 그렇다 보니 그런 톤의 영화가 자연스럽게 구상되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하다보면 밝은 이야기 보다는 꼭 이런 이야기가 떠오르더라. 영화를 볼 때 다른 장르의 영화도 다 보는 편이지만 유독 공포 스릴러 장르는 평이 좋은 작품이든 그렇지 않든 다 챙겨본다."
"다음에는 가본가와 함께 일하고 싶다. '숨바꼭질'과 '장산범'의 갱은 직접 썼는데 아무래도 내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다보니까 비슷한 것들이 겹치는 것 같아 아쉽더라. 제가 아쉬워하는 것들을 다른 분들과 함께 채워가고 싶다. 차기작은 아직 고민중인데, 지금까지는 제가 직접 괴담 같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 앞으로는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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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주는 공포라는 점에서 가장 끌렸다. 그리고 그 소리가 단순히 무섭고 끔찍한 소리가 아니라 우리가 듣고 싶은 소리, 그리워하는 소리도 포함된다는 게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친숙한 소리 혹은 그리워하는 소리에 가장 쉽게 마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요소를 이용한 심리적 공포를 만들어 내는 것에 끌렸다고 할까. 사실 모든 공포 스릴러 영화에서는 '사운드'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사운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관객의 심리를 건드려야 하는데, '장산범' 같은 경우는 무의식이 아닌 소리 자체를 돋보이게 해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공포감을 조성하려고 했다. 그런 면이 다른 공포 영화에서 그리는 소리와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여름만 되면 국산 공포 영화가 쏟아졌지만 최근 들어 한국산 공포 호러 영화 제작이 급감하면서 관객의 마음을 허전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허정 감독은 "호러의 장르를 넓게 보면 오히려 지금의 전성기라 생각한다"며 다른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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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중심이 되는 영화를 찾아보기 힘든 충무로에서 염정아를 원톱으로 내세운 '장산범'은 더욱 눈길을 끈다. '티켓 파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배우 중심이 영화들이 나오지 않게 되는 지금, 허정 감독은 "그런 편견이 좀 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배우인 염정아 선배님을 원톱으로 내세우는 걸 모험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여배우 주인고 영화는 안된다는 생각도 해본적도 없다. 우리 영화, 여배우가 중심이 되는 영화가 잘 돼서 '여배우 중심 영화는 안된다'는 이상한 편견이 좀 깨졌으면 좋겠다. 특히 공포를 표현하는 영화에 있어서는 남자 배우보다는 감성이나 감정이 풍부한 여배우를 내세우는 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여배우의 연기에 더 많은 관객들이 감정 이입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한편, '장산범'은 8월 17일 개봉한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