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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수상한 음악 예능이 왔다.
tvN 새 음악 예능 프로그램 '수상한 가수'가 지난 14일 베일을 벗었다. '복면가왕'의 민철기 PD가 연출하며 이제껏 없었던 색다른 콘셉트로 방송 전부터 궁금증을 자극했던 이 프로그램은 첫 방송부터 평균 2.5% 최고 4.3%(닐슨코리아 전국)를 돌파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신규 프로그램이 반드시 거치는 절차가 기존 프로그램과 비교다. 아직 방송되기 전에 추측해 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이미 있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비교해 보는 것이기 때문. 복제가수가 '복면가왕'의 가면을 연상케한다거나, 립싱크라는 요소가 '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의견이다.
편견깨기vs이미지 메이킹
하지만 첫 방송된 '수상한 가수'는 이 같은 장치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며 복제가 아닌 진화를 보여줬다.
'복면가왕'에서 가면은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가수들이 타이틀인해 새겨진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벗는 장치였다. 예를 들어 래퍼가 놀라운 가창력을 보여주며 장르의 벽을 허물기도 하고 배우가 감춰진 노래 실력을 보여주며 반전을 안기는 식이다.
복제가수는 무명의 가수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복면가왕'과는 또 다르다. 대중에 알려진 얼굴이 아니기 때문에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고 이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복제가수가 나만을 위한 마스코트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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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싱크는 그런 복제가수들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요소다. 하지만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립싱크가 음치 여부를 가리는 힌트가 되는 것과는 또 다르다. 단순히 립싱크라기보다는 원조가수와 팀으로서 호흡이 중요하기에 '빙의' 수준의 몰입과 연기력이 필요하다.
보는 이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따로 있음을 이미 아는 상태에서 복제가수가 주는 시각적인 효과와 시너지에 집중한다. 립싱크이기에 노래 실력을 떠나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 복제가수가 원조가수의 음색에 어울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냐도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무대 뒤의 원조가수가 주인공이지만 복제가수를 자처한 스타들도 무대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 첫 방송에서는 장도연-박나래, 홍석천, 공형진, 황보라가 복제가수로 빙의해 노래와 댄스를 펼치며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정체 추리vs재조명
'복면가왕'이나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도 재야의 고수들이 재발견되는 기회가 있지만 그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아니다. 가창력을 떠나 정체 추리라는 주제 안에서 노래를 모하는 스타나 음치도 함께 할 수 있는 음악 예능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수상한 가수'는 추리가 아닌 숨은 실력자들을 발굴이 주된 목적이다. 데뷔 2년차 듀오 트윈나인(마수혜-조아라), 2005년 그룹 파란의 멤버 에이스로 활동했던 최성욱, 아이돌에서 트로트가수로 전향한 장민호 등이 원조가수로 등장해 이날 무대를 가수로서 터닝 포인트로 삼았다.
판정단으로 활약한 하현우의 "저도 10년이란 긴 무명시절이 있었다. 막노동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가수 분들이 많은데 아직 그런 보석들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 무명가수 분들이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에서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상한 가수'는 잊혀진 가수들을 알리겠다는 명확한 기획의도, 이를 전달하는 차별화 된 장치를 통해 다시 한 번 음악 예능의 진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해 본다.
ran61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