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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 스타일②] 사막의 그리고 서울의 히피, 이효리

최정윤 기자

기사입력 2017-07-13 08:24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최정윤 기자] 이효리 뮤직비디오 속 패션

매번 과감하고 색다른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이효리. 1세대 아이돌 출신의 댄스 가수로 그동안 그를 따라다니던 키워드는 '섹시(SEXY)'다. 몸에 딱 붙는 탱크 톱에 짧은 치마, 스포티한 무릎 보호대까지 차고 무대 위에 오른 이효리는 긴 생머리에 눈웃음을 치며 대중들을 유혹했다. 뛰어난 가창력은 아니지만 확실한 콘셉트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었고 넘치는 끼를 숨김 없이 발산했다. 이효리는 당시 거대한 브랜드이자 워너비 아이콘으로, '효리처럼 예뻐지자'라는 패션·뷰티 관련 대형 커뮤니티가 생길 만큼 최고의 인기를 달렸다.

결혼 후 4년 만에 돌아온 이효리는 여전히 섹시했다. 하지만 좀 다른 구석이 느껴진다면 데뷔 20년 차의 연륜이 담긴 농도 짙은 섹시함. 그곳에는 아티스트이자 사람인 이효리가 있었다.


지난 4일 공개한 정규 6집 앨범 타이틀 'BLACK'에서 이효리는 화려한 삶 뒤로 감춰진 본질에 대해 노래한다. 이 물음은 날카롭고도 묵직한 기타 사운드와 한 템포 느린 박자에 담기는데, 확실히 그동안 보여준 다른 곡들과는 거리가 멀다. 댄스 대신 안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몸짓은 현대무용가 김설진의 도움을 받았다. 아티스트로의 도약을 위한 이효리의 소신 있는 욕심은 5분 조금 안되는 영상에 차곡차곡 채워졌고 황량한 사막을 배경으로 멋스럽게 그려진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이효리가 그토록 갈구하는 물은 저 멀리서 만난 구원자(본인과 같은 검은 동물)로 하여금 집 바로 앞에서 찾게 된다. 더러워진 모습을 가리려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지만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물로 묵은 때를 씻어낸다. 생소한 음악과 예술적인 동작에 처음 넋을 잃지만 이를 대중에게 최대치로 가깝게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이효리였기 때문.


내 머리색은 빛나는 블랙, 내 눈동자는 고요한 블랙-'BLACK' 中

먼저 이효리는 트렌디한 요소들을 모두 끌어다 모아 최대한 구질구질하게 입었다. 촉촉하게 젖은 듯한 느낌의 웨트 헤어(wet hair)를 지나 그대로 굳어버린 듯한 검은 머리는 오히려 관능적으로 다가온다. 햇볕에 그을린 듯한 주근깨 역시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하는 요즘 유행하는 메이크업이다.


검은 머리 검은 눈, 검은 옷을 입고 춤을 출래-'BLACK' 中


한 마리 까마귀처럼 춤을 출 때는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과 그로 하여금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무용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선택했다. 시니컬한 브라렛과 바람에 따라 자유롭게 그리고 몸을 따라 우아하게 흐르는 실루엣은 낭만적인 조화를 이뤘다. '거칠 것 없던, 두려움 없는 평범한 소녀의 모습은 눈을 감았을 때의 어둠'이라는 역설적인 가사는 그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을 블랙 룩으로 표현했다.


나를 부정하듯 바꿨던 머리색과 다문 입을 가린 빨간 립스틱-'BLACK' 中

화려한 치장으로 진짜를 덮은 그 거짓된 모습조차도 자신이라고 말한다. 이번 뮤직비디오 속에서 연출한 분홍색 머리와 시퀸 드레스를 입은 이효리는 실제 2008년 발매된 정규 3집 앨범의 후속곡 '헤이 미스터빅(Hey Mr. BiG)' 뮤직비디오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효리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라 밝힌 'SEOUL'도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광화문 촛불집회 당시 탄생했다는 이 곡은 안쓰럽고 아련한 서울의 이면을 담았다. 이효리는 도시의 어두운 단면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우울한 마음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뿌연 회색 하늘 밑 눈이 부신 잠들지 못하는 이 도시의 이 밤-'Seoul' 中

이효리는 서울을 걷고 또 걷는다. 육교 위에 잠시 멈춰 도시 속의 자아를 되돌아보고, 각박한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해 춤을 춘다. 그렇게 도시를 방랑하는 이효리는 아디다스의 집업 후디와 트랙 팬츠를 입고 있다. 역시 현재 트렌드에 비춰보면 가장 스타일리시한 모습이지만 쳇바퀴 돌듯 굴러가는 도시의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방황하는 자를 그리기에도 적합한 의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리움이 밀려올 땐 돌아보지만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아-'Seoul' 中

서울을 떠나 광활한 자연으로 돌아온 이효리는 주황색 아노락을 벗어 던지고 빛과 바람을 만끽한다.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촉감 좋은 터틀넥 니트는 그 어떤 옷보다 편안해 보인다.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키위미디어그룹(케이튠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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