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무려 8년이라는 조·단역 시절을 거쳐 마침내 빛을 본 배우 최희서. 여배우 기근 속 혜성처럼 등장한 최희서에 대해 관객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박건용 감독)를 통해 데뷔한 후 '577 프로젝트'(12, 이근우 감독) '완전 소중한 사랑'(13, 김진민 감독) '사랑이 이긴다'(15, 민병훈 감독) '동주'(16, 이준익 감독) '시선 사이'(16, 최익환·신연식·이광국 감독) '어떻게 헤어질까'(16, 조성규 감독) 등에 신스틸러로 출연하며 조금씩 얼굴을 익힌 최희서. 이준익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동주'(16)에서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드러낸 그는 마침내 '박열'(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제작)로 꽃을 피우며 당당히 이준익 감독의 뮤즈가 됐다.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인 '박열'은 이제훈과 함께 열연을 펼친 숨겨진 주인공 최희서의 발견이 흥행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열'에서 박열(이제훈)에겐 신념의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를 완벽히 소화한 최희서. 박열과 첫 만남에 자신을 아나키스트라고 소개하며 동거를 제안하는 당돌한 신(新)여성이자, 일본인이지만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를 반대하며 항일운동에 나선 투사였던 가네코 후미코를 이질감 없이 표현해낸 그는 '박열'에서 그야말로 팔딱이는 심장을 가진 청춘의 표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인간 가네코 후미코, 그리고 때론 박열에게 사랑받고 싶은 여인 가네코 후미코는 최희서란 배우를 통해 입체적으로, 또 매력적으로 표현됐다.
이러한 가네코 후미코의 매력은 최희서의 피땀 눈물이 서려 있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흔하지 않았던 여성상이었던 가네코 후미코가 낯설기도, 어렵기도 했던 그는 가네코 후미코의 자서전과 그를 다룬 평전을 분석하며 실존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했다는 후문. 치열하게 파고든 캐릭터 분석으로 탄생한 최희서표 가네코 후미코였다.
최희서의 열연이 빛났던 대목은 캐릭터 분석만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일본어 대사 또한 관객으로부터 호평받고 있는 중. 초등학교를 일본에서 보낸 최희서는 다른 배우보다 일본어 대사에 익숙했던 최희서는 실제 관객들로부터 '일본인 배우'라고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자연스러운 일본어 대사를 구사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인이 한국어를 발음할 때 내는 어눌한 한국어 대사까지 리얼하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어눌한 한국어를 연습하기 위해 한국어 대사를 히라가나로 바꿔 발음하는 아이디어를 내 이준익 감독으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했다. 최희서는 가네코 후미코 역에 꼭 맞아 떨어진 최상의 배우였다.
이렇듯 '박열'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최희서. '박열' 이후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는 최희서는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발견이다.
한편 '박열'은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권율, 민진웅 등이 가세했고 '동주' '사도'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스포츠조선DB, 영화 '박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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