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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완벽한 인테리어의 집이라도 하지만 오래 살기 위해서라면 카페트나 그림 한점을 바꾸는 기분 전환은 필요하다.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디바와 너털웃음을 짓는 남편, 석양을 맞으며 '드라이브 음악'을 선곡하는 부부, 묶여있지 않은 강아지들의 일상은 '저렇게 살고싶다'는 탄식을 연신 내뱉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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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도 있었다. 방송 말미에 등장한 투숙객, 아마도 2회부터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그들이 완벽했던 힐링의 공간을 깨는 '불청객'처럼 여겨졌다는 점이다.
1회 시청 후 이 프로그램의 컨셉트가 '민박' 임을 잊은 시청자들은, 부산스러운 투숙객들이 '필요없는 사람들'로 여겨질 법 했다.
시청자들의 불안감에도 일리가 있지만, '효리네 민박'은 단막극이 아니다. 롱런을 추구하는 예능 방송. 투숙객이 가지고 들어 올 인생 이야기와 그들을 대하는 '민박집 주인' 이효리, 이상순의 대처, 도우미로 나서는 아이유와의 관계 속에서 '지속 가능한' 스토리가 양산된다. 부부의 사랑과 제주의 풍경이 밥이라면 투숙객은 매번 바뀌는 반찬으로서 차림을 완성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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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SBS '미운우리새끼'도 스페셜MC 체제를 통해 '장기화'의 틀을 마련했다. 방송 초기, '미우새'는 완벽했다. 4인 출연자의 흥미진진한 삶과 그것을 지켜보는 어머니들, 그리고 스튜디오 안의 신동엽·한혜진·서장훈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의 골격은 빈틈 없었다. 안방마님 한혜진의 하차 후 우려의 시선이 쏟아진 것도 그 때문.
하지만 오히려 격주로 그 자리를 스페셜MC들이 메꾸자 '미운우리새끼'는 정체없이 구르는 돌이 됐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늘 하던 이야기'를 지속하되 그것을 담은 그릇 하나에 변화를 주니 그때마다 새로운 맛이 났다. 그러면서도 무게중심을 여전히 4인 출연자와 어머니들에게 두고 있어, '게스트에 의존한다'는 인상도 주지 않았다. MC 자리 하나를 '열린 공간'으로 두지 않았다면, 지금쯤 '미운우리새끼'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 않았을까.
'효리네 민박'의 투숙을 원하는 신청자는 2만여명을 넘어선다. 제각각 살아 온 인생과 사연이 다른 사람들. 이제 우리가 그토록 좋아했던 '효리네 민박' 1회를 바탕에 깔고, 그 위에 입혀질 손님들, 그리고 아이유와의 접점에서 매력을 느껴 볼 때다.
ssale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