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토일극 '비밀의 숲'이 명품드라마 탄생을 선언했다.
'비밀의 숲'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황시목(조승우)이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배두나)과 함께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내부 비밀 추적극이다. 방영 전부터 조승우와 배두나를 캐스팅해 관심을 받았던 작품은 방송 2회 만에 시청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분위기다. 배우들의 열연, 탄탄한 대본과 쫄깃한 연출이 삼박자를 맞추며 몰입도를 최고치까지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지난 11일 방송에서는 황시목과 한여진의 박무성(엄효섭) 사건 공조수사가 그려졌다. 황시목은 결백을 주장하다 자살한 강진섭(윤경호)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여진은 박무성의 옆집에서 그의 혈흔을 발견했다. 이는 강진섭이 범인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였고 한여진은 곧바로 이 사실을 황시목에게 알렸다. 황시목은 사건이 조작됐으며 그 배후가 이창준(유재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또 5개월 전 호텔에서 이창준의 방으로 가던 여성이 서동재(이준혁)와 함께 있는데 대한 의문을 느꼈다. 황시목과 한여진이 수사의 끈을 조여가자 이창준은 황시목에게 형사부장 자리를 주겠다고 회유했지만, 황시목은 부장이 아닌 차장 자리를 달라고 맞섰다.
이처럼 '비밀의 숲'은 방송 초반부터 검찰 스폰서 고위 간부 접대 사건과 사건의 은폐 과정 및 배후 세력과 관련한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황시목과 한여진이 사건을 다시 재연해보는 등 실제 수사와 다름없는 장면을 내보내며 리얼리티를 살렸고, 우연의 일치나 직감에 의한 사건 해결이 아닌 치열한 두뇌싸움과 추리 과정 속에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몰입도를 높였다. 이처럼 개연성이 탄탄한 장르물은 '시그널'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다.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는 극에 긴장감과 생동감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됐다. 조승우는 감정이 사라진 황시목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감정이 배제된 연기는 자칫 로봇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승우는 아주 미세한 표정 변화 만으로 캐릭터 사고 회로의 흐름을 보여주며 로봇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배두나는 생활 연기로 승부를 걸었다. 화장기 거의 없는 수수한 얼굴과 캐주얼한 패션으로 형사 캐릭터 특성을 살렸고, 일상 대화와 같이 자연스러운 화법으로 현실감을 더했다.
조승우의 절제미와 배두나의 생활 연기가 합쳐지니 시너지는 폭발적이었다. '비밀의 숲'은 첫 방송부터 3%(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tvN 주말극이 시청률 3%대를 기록한 것은 '내일 그대와' 이후 4개월 만의 일이다. 2회 시청률은 4.1%까지 상승하며 '비밀의 숲'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와 만족도를 입증했다. 이러한 성적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비밀의 숲'부터 금,토요일 오후 10시가 아닌 토,일요일 오후 10시로 방송 시간대가 변경되고 동시간대 일요 예능 최강자인 SBS '미운 우리 새끼'가 방송됨에도 낸 기록이기 때문이다.
구멍 하나 없이 완벽한 합을 갖춘 '비밀의 숲'이 모두의 예상대로 tvN 드라마 암흑기를 끝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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