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칸(프랑스)= 조지영 기자] 칸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SF 어드벤처 영화 '옥자'(봉준호 감독,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루이스 픽처스·플랜 B 엔터테인먼트 제작)가 기대와 달리 예상 밖의 수상 실패로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됐던 넷플릭스 개봉 방식이 결국 '옥자'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걸림돌이 됐던 것일까.
지난 28일 오후(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0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앞서 칸 공식 데일리 매거진인 스크린 데일리와 르 필름 프랑세즈로부터 각각 4점 만점 중 2.3점, 2.0점을 받으며 호평을 받고 영국 유력 일간지 더 가디언으로부터 별 다섯 개를 받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칸영화제 기간 내내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정작 폐막식에서는 황금종려상을 포함한 모든 부문 무관으로 끝내 아쉬움을 남겼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13)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신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옥자'는 봉준호라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 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투자(600억원)를 하면서 글로벌 프로젝트로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충무로 블루칩' 안서현을 주축으로 할리우드 톱스타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까지 완성하며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오른 것.
봉준호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과 미국의 엄청난 자본력이 더해진 '옥자'는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고 이 기세를 모아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으로 진출하며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넷플릭스로서는 오리지널 영화 최초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로 새 기록을 세웠고 봉준호 감독 역시 지난 2006년 열린 제59회 칸영화제에 '괴물'로 감독주간에 초청, 2008년 열린 제61회 칸영화제에 '도쿄!'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 2009년 열린 제62회 칸영화제에 '마더'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에 이어 네 번째 만에 경쟁부문에 진출하게 돼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옥자'의 우여곡절은 칸영화제로 시작됐다. 극장 개봉이 아닌 스트리밍 개봉(한국은 이례적으로 극장과 스트리밍 동시 개봉)으로 영화사 파란을 일으킨 '옥자'는 파격과 신선한 플랫폼의 제시로 비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의 명맥을 지키고 있는 극장 질서의 붕괴를 유발하는 문제아로 낙인 찍힌 것. 프랑스 영화 위원회와 극장 협회는 '옥자'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 '위법'이라고 반발했고 이후 칸영화제가 내년부터 '극장 개봉을 하는 작품에 한해 경쟁작으로 선정하겠다'며 새로운 규칙을 발표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시작부터 삐끗한 '옥자'는 칸영화제 개막식 심사위원 기자회견 당시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큰 스크린에서 보는 영화가 아니면 황금종려상을 받아서 안 된다"라는 발언까지 이어지며 다시금 위기를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 '옥자'는 지난 19일 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 세계 처음 공개되는 그날, 상영 시작 후 8분간 스크린 상단부 장막이 다 걷히지 않는 영사 사고가 발생해 11분간 영화가 중단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이처럼 칸영화제 내내 여러모로 고난의 행군이었던 '옥자'. 그럼에도 탄탄한 연출과 신선한 스토리,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더해지며 올해 칸영화제 유력한 수상 후보로 떠올랐지만 결과적으로 그 어떤 부문도 수상하지 못했다. 수상 결과가 발표된 후 국내 취재진은 물론 외신들 또한 "심사위원들이 그간 논란이 됐던 넷플릭스 상영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자아냈다. '옥자' 외에 넷플릭스의 또 다른 오리지널 영화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스'(노아 바움백 감독)도 무관으로 칸을 떠나야 했기에 더욱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칸영화제 수상작(자) 발표 직후 칸 팔레 드 페스티발 기자회견실 앞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난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우려하던 '옥자'의 넷플릭스 이슈는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는데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영화인들에게 최고의 영예로 불리는 칸영화제다. 심사위원으로 선택된 자들 역시 전 세계에서 영화로 인정받은 이들의 모임이고 그런 점에 있어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작은 소동'과 같았던 넷플릭스 이슈가 심사에 영향을 미칠 리가 없다. 물론 영화제 초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발언이 문제시됐지만 이 또한 감독 스스로 말했듯 오역이 된 부분이다"며 "다만 '옥자'가 무관을 해야 했던 이유는 봉준호 감독답지 않게 너무 직설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영화 속에 드러냈다는 것이다. 칸영화제는 국가 간 분쟁, 정치적인 메시지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있다. 전 세계의 영화인이 모인 만큼 이런 지점을 특히 예민하게 생각하는데 봉준호 감독이 '옥자'에서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동물보호단체 ALF(Animal Liberation Front·동물해방전선)를 통해 직접적으로 과도하게 보여준 점이 없지 않다. 이런 지점들이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 같다. 나 역시 올해 칸영화제에서 '옥자'의 수상을 기대하는 사람 중 하나였지만 아쉽게 됐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가 주목하는 감독 중 하나로 수상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전했다.
칸(프랑스)=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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