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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SBS '웃찾사'가 폐지된다는 보도가 있었고, SBS는 즉시 "폐지가 아니라 시즌제 준비"라고 공식입장을 냈다. 하지만 '웃찾사'에 소속된 150명의 개그맨 일동은 '시즌제가 아닌 폐지'라며 입을 열었다.
시즌 2를 준비하려는 시즌 1 종료가 아닌, 명백히 폐지의 움직임이라며 '졸지에 거리로 던져진기분'이라는 그들. 스포츠조선은 16일 자정, '웃찾사' 식구 150명을 대변해 긴급 회의를 연 선배급 주축 개그맨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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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 개그맨은 "방송 출연조와 대기조까지 150여명의 개그맨들이 '웃찾사'의 식구들이다. 버라이어티쪽으로 잘 풀린 일부 '스타 개그맨'을 제외하면 대부분 오직 무대 하나만을 꿈꾸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막내인 16기 개그맨들은 공채 합격 이후 2년 계약 중 1년이 남아있다. '웃찾사'가 없어지고 소극장마저 사라지며 1년 동안은 타 방송사 출연도 불가능하니, 사실상 공채 합격 1년만에 '강제 은퇴'를 당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송에 나오면 대부분 화려하고 여유롭게 사는 것으로 아실텐데, '웃찾사' 하나만을 보며 사는 개그맨도 많다"며 "수년간 일해 온 일터를 간단한 통보로 잃고난 후 손가락을 빨고 있는 심정이다. 150명 외에도 '웃찾사'라는 꿈꾸며 코미디학과에 진학하고 대학로에서 열심히 공연을 올리는 학생들도 소중한 등용문 하나를 잃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개그맨들이 말하는 공개코미디의 존재 이유는 '국민 봉사'다. 이익을 추구하는 방송사인만큼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희노애락'을 담고 보도와 교양, 스포츠와 예능, 드라마를 송출하는 종합 방송사라면 코미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 한 개그맨은 "음악방송은 시청률이 1%가 나오지만 모든 방송국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웃음을 주어야 하는 의무와 사명감이 상업적 논리를 상회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공채 가수'는 없어도 '공채 개그맨' 제도를 만들어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개그맨은 시청률에 대해서도 한마디 건넸다. 그는 "'웃찾사' 12년동안 16번의 시간대 변경을 겪었다. 한 인기 드마라 작가가 ('웃찾사' 시간대인 'X요일 X시 시간대를 달라'고 말하면 그 다음주에 곧바로 '웃찾사'의 시간대가 바뀌기도 했다"며 "맛집도 16번 이사를 가면 단골손님은 발길을 돌린다. 'X요일 = '웃찾사'하는 날'이라는 공식을 마련해야 하는데, 철새처럼 이사를 다녔다"고 말했다.
개그맨들은 "지독한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웃찾사' 무대만을 꿈꾸며 사는 개그맨도 있다. 시즌제가 맞다면, 언제쯤 시즌2가 시작 될지 알고 싶다"며 "웃을 일이 참 없는 현 사회에서 '웃찾사'가 다시 한번 든든한 피로회복제가 되어드리고 싶다는 마음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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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찾사'의 레전드인 정선희는 방송 스케줄 중임에도 의견을 건넸다. 그는 18일 스포츠조선에 "'선배들이 부족함이 있어 이런 일이 벌어지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더 많이 챙겨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선희는 이어 "어떻게든 폐지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시청률을 떠나서 코미디 프로그램은 '뿌리'와 같은것 아닌가"라며 "'무대'가 있다는 것은 개그맨이나 방송인에게 상상보다 큰 힘이 된다. 예능과 라디오 등 모든 방송의 '고향'과 같은 곳이며 '비빌 언덕'이기도 하다. '웃찾사'는 어떤 성과를 떠나 마치 문화재처럼 보존되어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현재 출연중인 후배들을 물론 선배들에게도 매우 큰 상징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웃찾사' 후배들은 돈이 아닌 열정 하나 바라보며 달리고 있다. 의기소침한 분위기가 오래갈까봐 걱정이다"라며 "'웃찾사'는 시간대도 너무 자주 바뀌었다. 틀을 바꾸면 소속된 개그맨들은 매우 힘이 든다. 꾸준하고 한결같이 '같은 시간대'에 만나야 교감이 생기고 패턴이 생길텐데,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정선희는 마지막으로 "아마도 후배들은 이런 어려움도 자기 웃음의 '콘텐츠'로 사용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국민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걸출한 아이들이 설 곳을 잃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레전드인 강성범은 '웃찾사 폐지 움직임'소식을 듣고 해외에서 일정을 소화중임에도 입을 열었다. 그는 18일 스포츠조선에 "항상 제 스스로를 코미디언이라 생각을 하고, 후배들에게도 코미디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항상 '을'의 입장인 우리들이 방송국과 각을 세워서 얻을 것이 없기에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도 참고 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우선 '웃찾사'가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은 것은 여러가지 이유를 제쳐놓고 더 웃기지못한 우리들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라며 "그럼에도 '웃찾사'가 기약없는 중단 사태를 맞은 것에는 너무나 먹먹한 마음이 듭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가수나 배우들 인터뷰를 보면 '계속 노래할 수 있었으면...', '계속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이야기 합니다만 개그맨들은 이제 자신이 노력여부와 관계없이 무대조차도 사라져가는 상황이라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대중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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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러나 이제 힘을 가진자들도 자유롭게 개그소재로 다룰 수 있는 시절이 왔다 싶어 나름 들떠 있었는데 터전이 없어진다하니 마음이 더 아플 수 밖에 없네요"라며 "웃찾사가 기약없는 중단사태를 맞은 건 어찌됐건 화면에 드러나는 우리들이 책임을 뒤집어 쓰는 것이 맞습니다만 분명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기회가 빨리 오기를 바라고 저보다 훨씬 힘들 후배들도 할 수 있다면 참고 버텨보라는 힘 없는 선배의 바람을 가져봅니다. 하지만 버티지못하고 꿈을 접는 후배가 많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코미디언이라 힘이 없어 참고 버티라는 이야기조차 하지 못하는 제 처지도 초라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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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의 선배들 외에도, 18일에는 정종철, 김기리, 양상국 등 개그맨들이 '웃찾사'를 위해 목소리를 드높이며 폐지 반대를 위한 여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SBS는 이와관련 추가적인 입장을 아직 내지 않았다.
ssale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