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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광 오피스'가 직장이라는 정글 속 치열한 권력다툼을 생생히 그려내 시청자들의 폭풍 공감을 얻고 있다.
먼저 싸움을 건 '하이에나' 박상만 부장은 사주 아들인 서현(김동욱 분)이 "자리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말에 작전을 짠다. 한정태 본부장 라인을 정리해 사내에 서현을 위한 적당한 자리를 마련하고, 자신은 본부장 자리를 차지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겉보기엔 '한정태 본부장' 라인인 만큼 박상만 부장은 직접 한정태 본부장을 물지 않고, 서우진 부장을 이용하기로 작정한다. 부당거래라면 치를 떠는 서우진 부장을 자극할 만한 내용을 흘리고, 서우진 부장이 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본부장이 물러나도록 큰 그림을 그린다.
넘치는 스펙에 명석한 두뇌, 칼 같은 업무 처리까지 언뜻 냉정해 보이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내는 서우진 부장은 '소'에 가깝다. 사주 아들이 도와달라고 해도 '라인'을 타는 건 싫다고 돌직구를 날리는 곧은 심지를 지녔다. 하지만 하이에나가 정글의 왕이 되려고 하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하이에나의 방식으로 되갚아주려 한다. 먹이사슬에서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박상만 부장의 계략대로 움직여주는 척 하다 비리를 터트리는 '사내정치 꿈나무'의 면모를 보여준다.
먹고 먹히는 동물들을 지배하는 절대권력 호랑이가 있었으니 바로 서현이다. 힘이 있기에 약한 자의 고충을 알지 못한다. 자살시도로 죽다 살아난 '3인방 은장도' 은호원(고아성 분)-도기택(이동휘 분)-장강호(이호원 분)를 하우라인에 계약직으로 입사시키고, 이를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포장하고도 "힘있는 사람이 베풀면 안되는 겁니까"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온다. 아버지뻘인 박상만 부장을 이용해 자신이 들어갈 자리를 만드는 등 굳이 뛰거나 달리지 않지만, 다른 동물들을 발 아래 두고 원하는 바를 손에 넣는다.
뜻밖에도 그런 호랑이를 당황시키는 존재는 '나비' 은호원이다. 서현 앞에서 화를 내기보다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기죽거나 아첨하지도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 나비의 날개짓은 늘 호랑이의 계산 밖에서 호랑이를 살짝 당황시킨다. 서현에게 따져 물을 때에도 "어제까지의 선생님만 기억할게요"라며 약속을 지켜 서현을 한 대 맞은 표정을 짓게 만든다. 또한 명예훼손과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하겠다고 해 서현의 허를 찌르기도 한다. 서현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호원은 정규직 심사에 대해 자신의 힘으로 하겠다고 선을 긋고 "아무도 선생님하고는 엘리베이터도 안 타려고 하잖아요"라는 말로 서현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이에 모두가 쩔쩔 매는 호랑이 앞에서 밝게 자신의 날개를 펴 보이는 나비가 앞으로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현실과 싱크로율 100%의 하우라인 정글의 모습은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로 더욱 현실감을 높였다. 권해효는 몸에 밴 듯 리얼한 생활 연기 덕분에 현실적인 직장인 캐릭터로 공감대를 얻고 있고, 회사를 향한 30년 애정을 온몸 절규로 표현한 이윤상 역시 찰진 연기력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계약직 신입사원의 갑을 체인지 오피스 입문 드라마로, MBC 드라마 극본 공모 당선작이다.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MBC를 통해 방송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