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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스페셜 '사임당, 빛의 일기'(극본 박은령, 연출 윤상호, 제작 ㈜그룹에이트,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에서 등장하는 고려지는 세계 속에서도 인정받는 한국의 전통한지였다.
우리나라에 종이 만드는 기술이 전해진 건 다양한 설들이 있는데, 6세기에 신라에서 많은 유학생과 승려가 당으로 유학을 가는 등 교류가 많아 먹, 붓, 종이 만드는 법 등이 전해왔다는 점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제지기술이 한반도에서 보편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당시 불국사의 석가탑에서 나온 최고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다라니경은 7m 가량의 닥나무를 원료로 한 두루마리로 천년을 넘어 현존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에서는 닥섬유로 만든 종이가 우리 종이로 정착되었으며 당시 이를 '계림지'라고 불렀다. 이어진 고려시대는 한지가 더욱 발전한 시기로서 금속활자의 발명과 불교가 성행하면서 종이의 제조와 출판이 왕성하게 이루어져 한지를 만드는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이때 고려지는 중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종이가 되었는데, 고려 정부에서는 전국적으로 종이의 원료인 닥나무 재배를 장려하며 지소를 설치하기도 했던 것이다.
특히, 한지 수요와 생산이 가장 활발하던 시기는 15∼16세기이다. 당시에는 고려시대이래 지속되어 온 지소와 조지부곡이 폐지되고, 관영제지소인 조지소가 1415년(태종 15) 설립되어 제지생산을 국가가 주도했다.당시 닥나무 생산을 확대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운영했던 관영제지소인 조지소는 공납제의 폐단 등이 있었다.
이 시기가 바로 드라마 '사임당'의 시대배경이 되는 중종(재위 1506∼1544)때로, 이를 둘러싼 내용들이 드라마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임진왜란(1592~1598)을 기점으로 연이은 환란으로 인해 종이 만드는 기술이 많이 쇠퇴했고, 근대에는 일본을 통하여 서양 문화와 함께 서양 종이도 들어오자 전통 한지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줄어들게 되었다.
이 와중에 한지는 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문화유산 19건(2017년 2월 현재) 중 한글을 세계에 알린 '훈민정음', 그리고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의궤', '동의보감', '일성록', '난중일기' 등 9건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사임당'을 통해 한지인 고려지의 제조를 둘러싼 스토리가 이영애씨와 송승헌씨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라며 "우리 드라마를 기회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유산의 하나인 한지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우수성도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고려지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사임당, 빛의 일기'는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 분)이 이태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 분)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퓨전사극이다. 일기 속에 숨겨진 천재화가 사임당의 불꽃같은 삶과 '조선판 개츠비' 이겸(송승헌 분)과의 불멸의 인연을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아름답게 그려낸다. 매주 수,목요일 밤 10시에 SBS-TV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17회와 18회는 각각 22일과 23일에 방송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