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초점] 쌀쌀맞은 맛집 주인, 김태호PD 이야기

박현택 기자

기사입력 2017-03-14 16:21



[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김태호PD는 기자들 사이에서 '전화를 잘 받지 않는 사람'으로 통한다.

수년간 '무한도전'을 취재하면서 단 한번도 통화 해 보지 못한 기자도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에게 언론은 '별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맛집'의 원리와 같다. 기사나 광고 없이도 손님들이 줄을 서고 호평이 쏟아지니, 쌀쌀맞은 맛집 주인은 '맛'에만 집중하면 그만이고, 그 편이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2년 주기 '무한도전 가요제' 가 열릴때마다 김태호PD가 강조하는 말이 있다. '집에서 보라'는 말이다. 대형 야외 콘서트를 주최하는 사람이 '집에서 보라'니, 앞뒤가 맞지 않지만 속내를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힘들게 오시지 말고 집에서 보시라고 해도, 수만명이 몰린다. '꼭 와달라'고 하면 수용인원 이상의 사람이 몰려, 통제가 힘들어진다. 이 역시 한정된 '그릇 수'만 판매하고 그날 영업을 접는 '맛집'과 같은 자신감, 노련함이다.


지난 2015년,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는 '2015 무도 엑스포'의 개막식 행사가 열렸다. 10주년 '무한도전'의 발자취가 모인 뜻 깊은 자리. 멤버들과 '골수 팬'들이 모두 모이고 경기도지사와 MBC 부사장도 참석해 테이프 커팅까지 치른 날이었다. 기자는 김태호 PD의 무표정을 기억한다. 미소를 짓거나 감격한 모습을 보일 법도 한데, 시종일관 무덤덤한 표정이다.

그에게 떠들썩한 기념 행사나, 한해에도 십여개씩 받는 상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본방. 토요일, 바로 '무한도전'이다. '이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프로그램을 다듬고 싶다'는 표정. 바로 '생각할 시간'의 중요성이다. 김태호PD는 이날을 기점으로 조금씩 '시즌제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김태호PD를 짓누르는 것은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대한 피로감이나 국민 예능을 짊어진 중압감이 아니다. 다름아닌 완성도에 대한 불만족이다. 피로감과 중압감은 오히려 그를 움직이는 연료다.

단지 단골 손님들에게 최상의 맛을 유지해주고 싶은데, 본인 스스로의 기준에도 미달되는 방송이 전파를 타면 그는 잠을 설친다. 김태호PD는 박수가 터져나온 특집을 마치고도 "완벽하지 않은 방송이 나갔다", "토요일이 두렵다"고 말한 바 있다. 완벽주의자들의 전형적인 성향이다.

그래서 김태호PD는 '7주간의 휴방' 이라는 표현을 싫어한다. 실제로도 '괴롭고 힘들어서 쉬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7주간의 재정비'를 통해 원래의 맛을 찾고, 손님이 몰리더라도 원활하게 그릇을 내어줄 수 있는 기틀을 다시 쌓겠다는 의지다. 그는 재정비 기간이 있기 전,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3개월이다"라며 "3개월만 주면, 다시 돌아와서는 멤버들과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도전하고 싶다(웃음)"는 말도 했다. 김태호 PD는 지난해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에게 '무한상사'의 지휘권을 넘겨준 약 1개월간의 기간 동안 "그 덕에 내년 (2017년)초의 그림까지 그렸다"며 웃었다.



3월 18일 토요일은 '무한도전'이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다. 그가 말한 '3개월' 보다는 짧은 시간이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의 부재이고보면 긴 시간. 김태호 PD를 믿어 볼 시간이다. 웃을 일 없었던 대한민국에 어떤 이야기를 던져줄까.

그 사이 광희가 군입대하자 애청자들의 시선은 '노홍철의 복귀'에 쏠려 있다. 국가대표 축구팀을 바라보는 국민의 걱정과 같다. 선수 한명이 빠졌으니, 든든한 선수 한명이 돌아와서 뛰어줬으면 하는 바람. 실제로 감독 김태호에게도 노홍철이라는 선수는 매우 요긴한 자원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골을 넣어주는 보배.


하지만 김태호PD는 멤버의 영입, 하차 관련 문제를 묻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멤버 한두명의 존재와 부재가 승리에 직결되는 게 아니라고 보는 수장의 마음, 또는 자존심이다. '무한도전'에는 공격수도 있어야 하지만, 수비수도 필요하다. 코치도 필요하고 트레이너도 중요한 존재. 또한 조직력이나 전술이 없으면 선수들은 산으로 간다. '노홍철의 합류 여부'는 중요한 사안이지만 이번 재정비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의미.

김태호 PD는 '2015 무도 엑스포'의 개막식 테이프 커팅 행사에서 자른 테이프 조각을 버리지 않았다. 무표정으로 호주머니 속에 찔러넣으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더욱 단단해져 돌아올 '무한도전'에 기대가 모인다.

ssalek@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