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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영화톺아보기] '싱글라이더'
감독 이주영 / 주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개봉 2017년 2월 22일
'싱글라이더'는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감성 연기가 이야기를 주무르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 '싱글라이더'에서 이병헌은 감성 연기로도 한 작품을 이끌어 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가 주연을 맡았고 '밀정'에 이어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에서 두 번째로 제작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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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재훈(이병헌)은 호주에서 수진(공효진)을 만나고 크리스를 만나고 지나(안소희)를 만나며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된다. 하지만 이 감정의 변화는 대사로 발현되지 않는다. 오롯이 이병헌의 표정과 움직임, 독백 등 연기로만 보여진다. 때문에 '싱글라이더'에서 이병헌의 연기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그는 '이병헌'답게 깔끔한 감정처리로 극을 마무리 짓는다.
이주영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사는 삶, 시간과 내게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아이러니를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싱글라이더'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는 이들의 아픔을 우회적으로 담담히 그려냈다. 파산선고가 내려진 증권사의 지점장으로 그동안의 '기러기아빠'로서 회의를 느끼는 재훈, 대한민국에서 살때는 애착없이, 열정없이 보내던 삶을 호주에서 다시 시작하는 수진, "부지런하지 않아서 가난하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외치는 지나까지 감독의 의도는 곳곳에 숨어있다.
'싱글라이더'의 반전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이 반전이 '싱글라이더'의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캐릭터들의 삶이 관객들의 기억에는 더 오래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읽고 "가슴이 텅 빈 것 같은 허무함이 느껴졌다. 그 느낌이 상당히 오래갔다. 읽을 때도 놀라웠지만 읽고난 이후에도 긴 시간 동안 멍했다"고 말하며 출연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