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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논하다③] '칸의 여왕' 전도연, '굿와이프'로 입증한 것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8-26 09:35


사진제공=tvN

[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 배우 전도연의 인생은 늘 도전이었다. 1990년 데뷔해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등의 작품을 통해 늘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이라는 찬사를 받아온 그녀는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충무로가 사랑하는 여배우가 됐다. 이후 20대 중반 어린나이에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해야 하는 '해피엔드'에도 선뜻 몸을 던졌다. 당시만 하더라도 여배우에게 큰 모험이 될 수밖에 없는 영화에 출연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이다.

이후에도 줄곧 그녀의 선택은 뻔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 마음의 풍금'이나 '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에서 보여줬던 천진난만한 캐릭터에서 멀어지게 되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도연의 선택은 늘 여자 주인공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그런 배우 전도연의 연기 인생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은 아무래도 2007년 칸 영화제 최우수 여배우상 수상일 것이다. 배우로서 영예로운 일일 수밖에 없는 이 수상을 기점으로 전도연 앞에는 늘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그렇지만 '칸의 여왕'에게도 충무로 유리천장의 벽은 높았다. 온통 남자배우 중심의 시나리오로 가득찬 충무로를 향해 전도연은 "상 받고나니 시나리오는 더 안들어온다"는 우스갯 소리를 전했을 정도다. '밀양' 이후 영화 '하녀', '집으로 가는 길', '무뢰한', '남과 여'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왔고, 이들은 작품성은 보증된 영화였지만 흥행 성적이 번번이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2016년의 전도연은 TV로 방향을 틀어 '굿와이프'에 출연하게 됐다. 여왕의 11년 만에 복귀.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것도 당연하다. 칸의 여왕의 연기를 TV에서 볼 수 있다는 대중의 설렘은 그녀가 보여준 노련한 연기력으로 보답받았다.

하지만 의심할 여지 없는 전도연의 연기력 보다 전도연이 선택한 김혜경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의 경우, 여배우가 활약할 수 있는 범위가 영화에 비해 넓긴 하지만 빤한 설정의 캔디형 여주인공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또 드라마가 처한 현실이다. 특히 '굿와이프'와 같이 남편의 불륜과 맞닥뜨리게 되는 아내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서는 온갖 역경도 긍정적인 태도로 극복하는 신데렐라 형 여주인공이 단골처럼 등장해 왔다.

하지만 '굿와이프' 속 김혜경은 혼자의 힘으로 성장해나가고 자신의 시각으로 세계를 보는 여자 주인공으로 설정됐다. 긴 시즌의 원작 미드와 달리 16부작으로 축소하게 되면서 아무래도 주인공들의 삼각 관계에 치중하게 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 그 과정에서 김혜경은 조력자의 도움에 의존하기 보다 도리어 자신이 나서 위기에 처한 중원(윤계상)을 도와주고 자신의 또 다른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굿와이프'가 기록한 평균 시청률은 4~5%. 올해 tvN에서 방영된 화제작 '시그널','또 오해영'이 기록한 두자릿수 시청률, 그리고 떠들썩 했던 기대치에 비해 다소 부족한 성적이지만 전도연은 그 명성에 금이 가지 않을 여유로운 연기를 보여주는 것에는 성공했다.

이렇게 11년 만에 TV복귀를 치르게 된 전도연은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흥행은 포기할 지언정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캐릭터를 보여줄 것이다. '제2의 전도연'을 꿈꾼다는 무수한 여배우들은 이런 전도연의 작품 선택을 본보기 삼아 충무로와 안방극장의 유리천장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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