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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논하다②] 대본vs실제, 전도연 연기 뜯어보기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8-26 09:35

[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 드라마는 뭐니뭐니해도 작가의 필력이 드러나는 대본의 힘이 중요하다. 뛰어난 배우가 있어도 좋은 대본이 없으면 무용지물. 반대로 뛰어난 대본이 있어도 이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배우가 있다면 이 또한 시간 낭비다. 재미있고 신선한 재료인 대본을 배우라는 요리사가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천지 차이가 되는 것. 그렇다면 '굿와이프' 전도연은 어떨까. 전도연이 대본을 더 빛나게 만드는 '7성급' 요리사가 맞는지 분석해봤다.

→[배우를논하다①]에서 계속

1. 전도연의 김혜경 연기, 대본과 어떻게 다른가



실제 전도연이 보여준 연기는 다음과 같다.


첫 재판 이후 혜경이 김단과 함께 바에서 술 한 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는 신이다. 단은 혜경에게 첫 재판 판결 전에 원샷을 해야 부정타는 일이 없다고 말했고, 이에 혜경은 심호흡까지 하며 원샷을 한다. 단은 "변호사가 그렇게 쉽게 속으면 어쩌냐"라며 혜경을 놀린다. 혜경의 표정에는 첫 재판 결과에 대한 긴장이 아직 남아있다. 반면, 단은 매사에 여유롭다.

이 가운데 단은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할 질문, 사실 시청자들이 무엇보다 알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바로 성매매 동영상이 나돈 혜경의 남편, 태준에 관한 이야기다. 다들 궁금해하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말을 단은 쉽게 꺼내고, 이에 혜경은 당황하지만 티를 내지 않고 대답한다. 그 대답은 마치 자신을 향한 다짐같다. 두려움도 느껴지고 혼란스러운 마음도 느껴지지만, 거짓말로 대충 에두르지 않고 솔직하고 깔끔하게 말하는 것에서 혜경의 성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실 대본은 혜경과 태준의 불공정한 관계의 시작이 된 연수원 시절 사건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 방송에 나온 장면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은 다 생략됐다. 대신 포커스는 '지금 이 순간' 혜경의 마음에 맞춰져 있다. 나의 과거는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신중하고 천천히 생각해 이번에는 제대로 살아보자는 그런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도연은 초짜 변호사로서의 긴장, 불편한 질문을 받아 난감한 마음, 남편에 대한 복잡한 심리를 여유롭게 표현해 내면서 동시에 김혜경이 가진 의지를 보여줬다.



실제 전도연이 보여준 연기는 다음과 같다.


대본과 상황, 대사가 상당부분 달라진 신이지만 그동안 애써 화를 꾹꾹 눌러참았던 혜경이 마침내 남편 앞에서 폭발했던 신이다. 남편 태준의 성추문 동영상 속 여자, 엠버로부터 전화를 받은 혜경은 교도소로 달려가 태준을 마주하자마자 뺨을 때린다.

원래 대본에서는 혜경이 남편이 엠버와 다시 만난 사실도 모른 채 보석으로 석방되는 남편을 챙기려 했던 자신의 처지를 비하하며 분노를 드러내는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실제 방송 장면에서는 태준이 변명하고 해명하는 신으로 분위기가 상당 부분 바뀌었다. 또 대본에는 구구절절 변명하는 태준에게 "우리 사랑하긴 했었나. 생각도 나지 않는다"라며 과거의 감정을 환기시키는 혜경이지만, 실제 방송에서 혜경은 엠버를 들먹이며 태준을 비아냥 거린다.

드라마의 특성상 대본은 촬영 전까지 여러차례 수정이 될 수밖에 없다. 해당 신에서는 혜경과 태준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 남편 태준 앞에서 아내 혜경이 아닌 인간 혜경으로서의 분노가 더 드러나는 방향으로 수정이 됐다.

그 가운데, 전도연은 노련한 연기를 펼쳤다. 마지막 돌아서는 장면에서도 눈물 보다는 미처 다 거두지 못한 분노를 표현했다. 대사를 뱉는 호흡에서도 분노의 강약 조절이 노련하며, 시선만으로 자신보다 월등히 덩치가 큰 유지태를 제압하는 것에 성공했다.


사진제공=tvN
2. 전도연의 차기작

'굿와이프'로 11년 만에 안방에 복귀한 전도연. 이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의외로 예능 프로그램이다. 24일 '굿와이프' 촬영을 모두 마친 전도연은 함께 출연한 배우 유지태, 윤계상, 나나와 함께 tvN 예능 프로그램 '택시'에 출연할 예정이다. 드라마 출연도 오랜만이지만 좀처럼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전도연이 드라마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예정이다.

전도연의 차기작은 아직 미정. 하지만 드라마보다는 영화로 컴백하게 될 확률이 아무래도 높다. 소속사 관계자는 "드라마 중간에 들어온 시나리오들은 모두 영화다. 촬영 중에는 이들 시나리오를 보지 못했다. 촬영 이후 본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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