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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졌다.
사실 '태양의 후예'는 샅샅이 뜯어보면 오류도 많고 조금은 허술한 작품이다. 굵직한 케이스만 몇 개 살펴보자. 극중 유시진(송중기)은 내장 위치가 반대로 된 희귀한 케이스다. 통상 이런 경우엔 군 면제를 받는데 유시진은 특전사다. 더욱이 '장군감' 엘리트 특전사라는 설정인데 아직도 대위다. 군 생활 11년차에 소령도 달지 못했다는 건 소위 말하는 '고문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견. 이런 계급의 군인을 픽업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 헬기를 동원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윤명주(김지원) 역시 '금수저 출신' 육사 출신 장교라면서 32세에 아직도 중위라는 설정은 억지다. 그런가 하면 장비 수준은 최신식 군대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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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김 작가는 어떻게 하면 남자 주인공이 가장 멋있게 보일지를 잘 아는 작가다. 조금은 능글맞지만 자신만을 바라보고 배려하고 아껴주는 해바라기 사랑을 하는 남자에게 여심이 움직인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김 작가의 작품을 보면 항상 남자주인공의 성향은 같다. '파리의 연인' 박신양, '상속자들' 이민호 김우빈, '신사의 품격' 장동건 등이 모두 거친 듯 하지만 내 여자 만큼은 목숨 내놓고 지키는 그런 사랑법을 보여줬다. 이번 '태양의 후예' 송중기도 마찬가지다. 직업이 재벌 2세가 아닌 군인이라는 것이 조금 달라졌을 뿐 직위 해제와 같은 징계를 받으면서도 강모연(송혜교)을 끝까지 돕고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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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태양의 후예'는 유치하고 뻔하다. 배경이 재벌가에서 군 사회로 옮겨지고 한국이 아닌 재난 상황에 있다는 정도의 설정만 달라졌을 뿐 '태양의 후예'는 단연코 이제까지 김은숙 작가가 줄곧 보여줬던 로맨틱 코미디다. 재난과 역경은 거들 뿐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극의 중심이 되는 만큼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그러나 손발 오그라들면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김은숙 작가의 마력이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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