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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MBC '러브하우스' 그 후 10년, 예능이 다시 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셀프 인테리어가 사회적인 붐이 된 것은 집을 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집을 사면 전문가와 업자들을 불러서 인테리어를 의뢰했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싶어도 장비가 많지 않았다. 요즘은 전·월세를 벗어나기도 어렵고, 경기가 어려우니 큰 돈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벽지를 바꾼다거나 소품을 새로 사거나 하는 식으로 스스로 꾸미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요즘의 셀프 인테리어는 사실 '데코레이션'에 가깝다. 자기 공간을 적은 비용으로 좀 더 예쁘게 꾸미려는 것인데, 그런 트렌드를 프로그램에 반영하고자 기획하게 됐다."('헌집새집' 성치경CP)
"의식주 중에 '의(패션)'과 '식(먹방)'은 이미 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뤄졌고, 남은 것은 '주(집방)'다. 그 이전부터 집을 다뤄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집 값이 오르지 않으니까 요즘은 사람들이 집을 투자개념으로 생각을 안 하다. 결국 지금 내가 사는 집에 계속 살아야 되는건데,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깔끔하게 살고 싶어하니까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시청자들의 니즈가 있는 것 같다"('렛미홈' 박현우PD)
제작진의 말처럼 셀프 인테리어가 최근 온라인 트렌드의 중심이 되고 있다. SNS 등에는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으며 '방스타그램' '집스타그램' 같은 말이 눈에 띈다. 포털 리빙 섹션에는 독특한 셀프 인테리어부터 효율적으로 꾸미는 노하우 등의 게시물이 인기다. 인터넷에 자신이 꾸민 집을 공개하고 자랑하는 '온라인 집들이'도 유행하고 있다.
'내 방의 품격' 김종훈PD는 "인테리어 공사하면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하는데, 방스타들은 6개월에서 1년반 정도 하는 분들이 많다. 전문가가 아니니까 하나하나 살면서 고쳐나가는 거다. 집에 대한 인테리어가 예쁘다기 보다는 주거공간에 대한 애정이 많고 인정받고 자랑하고 싶어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온라인 집들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했다.
이렇듯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하고 있는데다, 자신이 예쁘게 꾸민 집을 자랑하고 그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움직임이 동반되니 트렌드에 민감한 방송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당연하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잡기 위한 소재 발굴에 골몰하는 제작진들이 '먹방'의 인기를 이을 다음 소재로 '집방'을 택한 것도 이해가 간다.
특히 요즘의 '집방'은 과거 '러브 하우스'에서 한층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러브 하우스'는 사연 위주에 집중, 전문가가 꾸며주는 집의 '변화'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의 집방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 달라지는 집의 분위기(헌집새집)라던지, 고효율의 셀프 인테리어 노하우(내 방의 품격), 공간 활용과 청소 수납 등 관리 기술(렛미홈) 등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
"'러브하우스'에서도 그랬지만, 대상이 되는 집은 하나니까 꾸미는 집을 하나밖에 보여줄 수 없다. 그래서 '헌집새집'에서는 두 팀이 인테리어 배틀을 벌이고 집 주인이 둘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하는 거다. 시청자에게는 샘플을 두고 꾸미는 두 가지 방법을 보여주는 것."(헌집새집' 성치경CP)
"집방 예능의 경우 '비포&애프터쇼'가 주류다. 하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자기 일이 아니면 크게 관심을 안 갖는 것 같다. 과거에는 TV가 주는 판타지에 공감하고 스토리에 집중했는데, 요즘 시청자들은 자기가 관심이 있고 도움이 되는 것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인테리어 정보를 다루는 토크쇼로 가면 어떠냐로 출발했다. ENG(야외 촬영)를 빼고 스튜디오에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성공담을 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내 방의 품격' 김종훈PD)
"공간 활용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예를 들어 안방을 꼭 안방으로 쓸 필요없다. 안방을 거실로 쓸 수 있고, 안방을 부모가 아닌 아이들이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가족에 맞게 공간을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존 인테리어 예능과는 다를 것 같다.인테리러에 국한된 것이 아닌 청소나 수납 등 집에 대한 종합적인 얘기를 할 계획이다."('렛미홈' 박현우PD)
'먹방'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들 앞에 새로운 볼거리를 앞세운 '집방'이 밀려오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형태의 '집방' 프로그램이 등장할 전망. '집방'이 2016년 방송가를 장악할 핫 키워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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