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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친지, 가족들이 오랜 만에 한 자리에 모이게 되면 그 안에서 많은 정보가 교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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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자친구의 인지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초등학생 조카들에게 장기자랑이라도 시키면 대부분 여자친구의 춤과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 2007년 원더걸스의 '텔미', 2009년 소녀시대의 '지' 이후 실로 오랜 만의 경험이었다.
이는 올 해 음악방송 첫 그랜드슬램(모든 음악방송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시간을 달려서'는 '차트 역주행'으로 전 음악차트 1위를 싹쓸이 하며 퍼팩트 올킬을 기록 중이다. 보통의 음원은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차트에서 순위가 떨어지는게 일반적이지만 '시간을 달려서'는 엠씨더맥스('어디에도'), 지코('너는 나 나는 너'), 태연('레인') 등 음원 강자들을 모두 제치고 거둔 성적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여자친구는 어떻게 설 민심을 사로잡을 정도로 성공 스토리를 쓴 것일까. 실제로 지난해 데뷔한 여자친구가 이처럼 빠르게 걸그룹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그렇다보니 가요계는 최근 여자친구의 성공 비결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여러 성공 요인이 언급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작자의 능력, 노래의 힘 그리고 걸그룹 세대 교체 주기 등 3가지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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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성공 요인인 제작자의 능력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할 정도다. 여자친구의 소속사는 일반인은 들어보지도 못한 '쏘스뮤직'이다.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인 소성진 대표가 만든 쏘스뮤직은 지난 2007년 베이비복스 출신인 간미연의 소속사로 출발했다. 이후 가요계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여자친구 한 방으로 업계에서 가장 핫 한 기획사가 됐다.
여자친구의 성공 스토리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소위 '빽'도 없는 기획사에서 대박이 터졌기 때문이다. 보통 SM, YG, JYP 같은 대형 기획사가 아니라면 신인들이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여자친구 역시 처음에는 소성진 대표의 얼굴을 봐서 한 두번 음악 프로그램에 나간 것이 전부였지만 이후 순전히 노래의 힘만으로 방송 출연 횟수를 급격히 늘려간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소성진 대표가 여자친구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확실한 콘셉트를 가져간 부분이다. 많은 걸그룹이 청순부터 섹시까지 상황에 맞게 콘셉트를 바꿔가며 시도를 하지만 여자친구는 '건강한 청순'이란 콘셉트를 고집하고 있다. 소성진 대표가 이런 걸그룹 콘셉트를 고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SM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를 옆에서 보고 배운 결과라 할 수 있다. 소 대표는 예전에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과거 SM에 근무할 때 이수만 대표가 '걸그룹은 대중이 항상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여자친구를 만들때 당시에 그 말씀을 떠올리며 콘셉트를 잡았다"고 밝혔다.
소성진 대표의 스태프를 꾸리는 능력 역시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
여자친구의 무대를 보면 노래를 부르며 잠시도 쉬지 않고 안무를 소화한다. 이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게 아닌데 바로 쏘스뮤직의 신인개발팀이 연습생 시절부터 꾸준히 트레이닝을 시켜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소 대표는 여자친구의 홍보를 가요계 최고 홍보사로 꼽히고 있는 이제컴퍼니의 정원정 이사로 선택, 신인 때부터 계속해 한결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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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곡 하나 내기 쉽지 않은 가요계에서 인기곡을 연이어 발표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로 불린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별을 따도 2개를 연속해서 땄다.
지난해 1월 '유리구슬'로 데뷔해 단숨에 청순 걸그룹의 대명사로 떠오른 여자친구는 7월에는 '오늘부터 우리는'으로 대세 걸그룹이 됐다. 특히 9월에 한 공개방송에서 멤버들이 비 때문에 무대에서 수차례 넘어지는 가운데도 끝까지 노래를 다하는 감동적인 동영상이 공개되며 '오늘부터 우리는'는 무서운 속도로 차트 역주행에 성공했다.
그 결과 여자친구는 이미 방송 활동을 끝낸 상태였음에도 음악 프로그램에 1위 후보에 오르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2연타석 흥행으로 지난해 걸그룹 신인상을 휩쓴 여자친구가 지난달 25일 신곡 '시간을 달려서'를 발표했다. 많은 관계자들이 '설마 이번에도 인기를 얻을까?' 의심했지만 여자친구는 오히려 앞선 두 곡보다 더 큰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자친구가 그동안 히트시킨 노래가 모두 한 작곡가의 작품이란 사실이다. 주인공은 에일리의 폭풍 가창력을 보여준 '헤븐', 한번만 들어도 계속 따라부르게 만드는 마성을 지난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 등을 만든 히트곡 메이커 이기, 용배다. 이들은 평소에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중독성 강한 노래를 만드는데 있어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왔는데 여자친구와는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매번 새로운 매력을 발굴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이기, 용배의 경우 한국적 정서에 어필하는 노래를 잘 만든다. 여자친구가 단기간에 가요계에 자리잡는데 있어 이기, 용배의 역할은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며 "여자친구가 국내를 뛰어넘어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한국적 K-POP의 힘은 더욱 거세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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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여자친구가 설 민심을 사로 잡은 모습은 과거 걸그룹 전성시대를 열었던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떠오르게 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는 그 사이에 여자친구 만큼 대형 신인 걸그룹이 나오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지난해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걸그룹의 트렌드를 바꿀 수 있는 대형 신인이 등장할 시기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 이유는 걸그룹 세대교체 주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걸그룹은 8~9년을 단위로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다. 실제로 걸그룹 1세대로 불리는 S.E.S와 핑클이 각각 1997년 1998년에 데뷔해 8년 가까이 전성기를 누리고 인기가 사그라질 때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가요계에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2007년 나란히 데뷔해 가요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후 무수히 많은 걸그룹들이 데뷔를 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걸그룹 2세대가 8년 이상 지속돼 왔고, 자연스럽게 걸그룹 세대 교체의 시기가 올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여자친구를 비롯해 트와이스, 러블리즈, 소나무, 오마이걸 등 실력파 신인 걸그룹이 데뷔를 해 3세대 걸그룹의 시작을 알렸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데뷔한 신인 걸그룹들이 기존 걸그룹과 콘셉트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본격적인 세대 교체가 진행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 놓았지만, 올해 여자친구가 보여준 성적은 걸그룹 세대교체가 이미 시작됐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여자친구가 이끌고 있는 3세대 걸그룹 대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가요계는 더욱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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