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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고려의 마지막, 조선의 처음인 여말선초 시대. 드라마틱한 사건이 펼쳐진 역사 때문인지 이를 소재로 한 사극이 꾸준히 제작되고 시청자의 사랑 또한 한몸에 받고 있다.
"쳔년간 회자될 명장면이 탄생했다"는 반응이 쏟아질 정도로 시청자의 호평을 받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의 선죽교 비극. 그렇다면 '용의 눈물' '대풍수' '정도전'은 선죽교 사건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같은 이야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네 편의 선죽교 비극사를 나열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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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하여가'를 통해 이방원의 마음을 알게 된 정몽주가 집을 나서는 순간 죽음을 예감하며 말을 거꾸로 탄 것. 이 장면은 정몽주의 야사를 차용해 표현한 장면으로 야사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몸이라 맑은 정신으로 죽을 수 없어 술을 마셨고 흉한이 앞에서 흉기로 때리는 것이 끔찍하여 말을 돌려 탄 것'이라고 적혀 있다. 선죽교 위에서 죽기 직전까지 거꾸로 탄 말 위에서 일편단심을 외친 정몽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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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풍수'에서는 최태준이 이방원 역을, 박준혁이 정몽주 역을 맡았다. 33회에 펼쳐진 정도전 피살 사건에서 정몽주(박준혁)는 단검으로 직접 이성계(지진희)를 살해하려 시도했지만 이에 실패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 편의 드라마와 다른 점은 정몽주가 이성계를 살해하려 마음먹었던 자신을 탓하며 선죽교 위에서 단검을 던졌고 이때 이방원(최태준)과 마주하는 장면이다. 이방원은 '하여가'를 읊으며 정몽주를 위협했고 정몽주는 '단심가'로 답가를 전해 선죽교 비극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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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 역으로 안재모, 정몽주 역으로 임호가 열연을 펼친 '정도전'에서는 드라마 중반부인 33회 선죽교의 비극이 그려졌다. 이방원은 '하여가'를 적은 서신을 보내며 정몽주를 집으로 초대했고 이방원을 만난 정몽주는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전하며 이방원의 집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정몽주는 '단심가'를 적은 서신을 이방원이 아닌 이성계(유동근)에게 전달, 다른 드라마와 차이를 뒀다.
이방원은 설득되지 않는 정몽주에 확신을 하며 조영규(김윤태)에게 정몽주의 피살을 지시했고 집으로 가던 정몽주는 유언 대감의 빈소에 들리겠다며 돌연 선죽교로 향했다.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조영규(김윤태)의 철퇴를 맞기 전 다른 심복들로부터 칼에 맞아 비극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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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이방원 유아인과 정몽주 김의성이 36회에서 선죽교 사건을 선보였다. 다른 세 드라마와 달리 사건보다 인물의 감정선에 초점을 맞춘 '육룡이 나르샤'는 음률이 섞였던 시조 '하여가'와 '단심가'가 아닌 주고받는 대사로 두 인물의 갈등을 표현했다. "백성들에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포은 선생께서 사직을 지키든, 삼봉 스승님께서 건국을 하든 그들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백성에게 오직 밥과 사는 기쁨, 이거면 되는 것이지요. 저 만수산이 칡넝쿨이 저리 얽혀있다 한들 그것을 탓하는 이가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라는 이방원의 '하여가'와 "이성계 장군과 삼봉, 자네들이 어찌한다 해도 단지 얻을 수 있는 것은 고려와 100근 조금 넘는 이 몸뚱어리뿐이라네. 나를 죽이고 죽여 일백 번을 죽여 보시게. 백골이 다 썩어 나가고 몸뚱어리가 흙이 되어 먼지가 된다 한들 이 몸 안에 있었던 한 조각 충을 향한 붉은 마음은 일편단심 가지지 못할 것이네"라는 '단심가'는 시청자에게 예상치 못한 반전을 안겼다.
너무 익숙해 자칫 지겨움을 안길 수 있는 '하여가'와 '단심가'를 '육룡이 나르샤'만의 색깔을 섞어 변화를 줬다. 선죽교 비극의 새로운 해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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